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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Sep 22. 2023

세계로 걷는다, 행복을 찾아서

美 3대 트레일 완주, 장거리 하이커 이하늘

이하늘 작가는 한국 여성 최초로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을 모두 완주해, 이른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하이커다. 국내와는 다르게 해외에선 ‘트레킹’보단 ‘하이킹’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본문에선 하이킹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그는 장거리 하이킹을 하는 이유가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진 제공 이하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남편과 함께 여행을 즐기며 ‘두두부부’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두두부부는 ‘두 바퀴의 자전거와 두 다리의 하이킹으로 여행하는 부부’라는 의미를 담았다. 채널 이름 그대로 자전거와 하이킹 여행을 즐긴다.


세계를 무대로 하이킹을 즐긴다. 계기가 궁금하다

하이킹을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결혼 전, 남편은 미국의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인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DT, Continental Divide Trail)을 횡단했는데, 그때 함께 하이킹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하이킹을 즐기기 시작했다.


트레킹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다양한 나라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주로 장거리 하이킹을 즐기는데, 4~5일치 식량을 챙겨 트레일을 떠난다. 식량이 떨어질 때쯤 인근 마을로 내려가 또다시 식량을 챙겨 트레일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각국의 크고 작은 마을을 방문하게 되고,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JMT 하이킹. 사진 제공 이하늘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나는 산에서 결혼했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마운트 휘트니’에 올랐을 때 남편이 프러포즈를했다. 평소 결혼 이후 함께 살아가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다. 산 정상이 결혼식장이 된 셈이다. 그 때문에 결혼 이후 다니는 하이킹 여행을 신혼여행이라 생각하며 다닌다.(웃음) 마운트 휘트니에 오를 때면 결혼하던 순간이나, 산에서의 추억들이 자주 떠오르곤 한다.


세계로 떠나는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날 것 같다

그렇다. 같이 하이킹을 떠나는 새로운 동료도 만나고, 하이커들을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도 많이 만난다. 때론 모르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100km가 넘는 거리를 히치하이킹해서 이동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데도 불구하고 본인 집을 내어줘 휴식을 취하게도 해준다. 낯선 곳에서 도움을 준 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진 제공 이하늘

흔히 여러 문학작품에서 길을 인생에 비유한다. 
장거리 하이킹을 떠나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경험한다. 
자연을 거닐며 겪는 희로애락으로 인생을 배운다.



가장 힘들었거나 기억에 남는 트레킹 명소가 있다면?

미국을 대표하는 장거리 트레일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과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 JMT)이다. PCT는 우리나라 하이커 사이에서도 제법 유명한 장거리 트레일 코스다. 영화와 동명의 소설 <와일드>(2015)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연결한 트레일 코스로, 4300km 정도의 거리를 산길을 따라 걷는다. 완주하는 데 5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JMT도 미국 서부에 위치한 코스로, PCT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중부의 험준한 산을 따라 하이킹하는 트레일이다. 과거에 JMT를 단독으로 빠르게 하이킹하는 프로젝트 ‘고솔로JMT’를 진행했던 코스라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트레일이다.


산과 바다, 평지 등 다양한 코스를 경험했는데, 선호하는 지형이 있나?

모든 자연을 좋아하긴 하지만 산을 더 좋아한다. 다른 코스에 비해 조금 힘들지만 산에 올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좋아한다.


스위스 융프라우. 사진 제공 이하늘


하이킹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면?

여러 트레일을 거닐다 보면 ‘저 산을 언제 다 올라가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아득한 산을 건널 때가 있다. 그런 곳을 내 두 다리로 직접 올라 내가 걸어온 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때 보람과 성취를 느낀다.


유튜브를 위한 촬영은 어떻게 하나?

주로 아이폰과 고프로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한다. 남편은 개인 카메라를 소지하고 하이킹에 동행한다. 사진이나 영상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촬영 방법이나 구도 등을 인터넷으로 배우며 찍는 편이다. 하이킹을 하며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겠다는 의지로 노력 중이다.(웃음)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진 제공 이하늘


 세계로 하이킹 여행을 떠날 때 없어서는 안 될 장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당연해 보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필수다.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할 때 아날로그 나침반을 쓰기도 하지만, GPS 기술로 현재 위치와 길을 찾는 경우가 많다. 또 교통이나 숙소 예약도 스마트폰으로 한다. 요즘 스마트폰은 컴퓨터 수준의 기능까지 가능하다 보니 휴대폰 하나로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다.


장거리 하이킹에 처음 도전하는 입문자에게 ‘이것만큼은 꼭 사라’고 추천하는 장비가 있나?

정수 필터를 강력히 추천한다. 하이킹을 떠날 땐 가급적 짐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가방이 무거울수록 힘들고, 힘들면 자연을 즐길 여유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다만 물은 필수 준비물이기 때문에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정수 필터가 있으면 소지하는 물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방의 무게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개인적으론 필수 장비로 꼽는다.


뉴질랜드 하이킹. 사진 제공 이하늘



하이킹은 의지를 갖고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트레일 끝에 다다른다.
의지만 있다면 뭐든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세계 장거리 하이킹을 위한 팁이 있다면?

언제 어디로 떠나든 좋지만, 그럼에도 하이커 사이에서 추천하는 시즌이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북반구는 4월에서 10월 초, 남반구는 12월에서 3월 정도까지를 추천한다. 자연으로 떠나는 하이킹 여행 특성상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본인이 떠나고자 하는 트레일이 어느 시즌에 좋은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하이킹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목적으로 할 때 여행자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때 미리 특약사항을 확인해 보는 걸 추천한다.


하이킹 선배로서 입문자를 위해 한마디 부탁한다

자연을 여행하는 건 멋진 일이지만 즐겁지 않은 경우도 많다. 매우 가파른 산을 올라야 하거나 예상치 못한 비와 눈, 바람 등 거친 자연을 마주해야 한다. 그 때문에 안전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안전에 유의한다면,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자연 앞에서 겸손하게 행동한다면 거친 자연을 만난다 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뉴질랜드. 사진 제공 이하늘


ㅣ 덴 매거진 2023년 10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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