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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의 세계화, 삼양식품이 증명한 글로벌 전략의 승리

SNS를 현명하게 이용한 삼양

by Dennis Kim

"불닭의 세계화, 삼양식품이 증명한 글로벌 전략의 승리"


삼양식품이 2024년 매출 1조7,300억 원(전년 대비 45% 증가), 영업이익 3,442억 원(133% 증가)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국내 식품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적 성장을 넘어, "한국 기업의 글로벌 브랜딩 전략이 어떻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입증한 사례다. 특히 내수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 수출 비중 77%를 기록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삼양식품의 전략을 해부해본다.


1. "매운맛"에서 "글로벌 트렌드"로: 불닭볶음면의 혁신적 재해석

삼양식품의 성장은 2012년 불닭볶음면 출시에서 시작됐다. 당시 "너무 매워 먹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제품은 소셜 미디어 챌린지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바이럴됐다. 유튜브와 SNS에서 매운맛 도전 영상이 확산되며, 불닭은 단순한 라면을 넘어 K-콘텐츠로 진화했다. 예를 들어, 덴마크에서 발생한 리콜 사건은 오히려 "핵불닭"이라는 별칭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는 트렌드 창출 능력과 디지털 마케팅의 승리다. 삼양식품은 소비자가 주도하는 콘텐츠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며, 제품을 문화 현상으로 확장시켰다.


2. 현지화 전략: "맞춤형 공략"이 가져온 글로벌 공감

삼양식품의 해외 성공 비결은 단일 제품의 수출이 아닌, 현지 맞춤형 변형에 있다.

- 미주: 하바네로 라임 소스 추가로 현지 입맛 반영

- 중동: 할랄 인증 획득과 함께 중동 특유의 향신료인 "마살라" 적용

- 유럽: 건강 트렌드를 반영한 낮은 나트륨 제품 라인업 확장

이처럼 지역별 문화·식습관을 분석해 제품을 재구성함으로써, "한국적 매운맛"을 글로벌 공통어로 승화시켰다. 또한, 월마트·코스트코 등 현지 대형 유통망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유통 인프라를 구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3. 생산 역량 확충: 수요 폭발에 대응하는 "미리yang 전략"

수출 비중 77%라는 숫자 뒤에는 밀양공장의 전략적 역할이 있다. 부산항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물류비를 연간 30억 원 절감하며, 수출 전용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2022년 밀양1공장, 2025년 상반기 준공 예정인 밀양2공장은 각각 분당 800개, 분당 1,000개의 초고속 생산 능력을 갖춰 글로벌 수요 폭증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설비 투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강화하는 토대가 됐다.


4. 내수 vs. 글로벌: 삼양식품이 제시한 "생존 전략"

국내 식품업계가 내수 시장의 포화 상태에 직면한 가운데, 삼양식품은 수출 주도형 모델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는 더본코리아와 같은 내수 의존 기업과의 대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더본코리아: 국내 백반·한식 브랜드에 집중 → 성장 한계 노출

삼양식품: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매출 다각화 → 영업이익률 20% 달성


해외 시장은 원재료 가격 상승, 환율 변동 등 리스크가 있지만, 삼양식품은 고환율 수혜와 프리미엄 제품믹스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2024년 기준 해외 매출 중 89.7%가 불닭브랜드에서 발생하며, 단일 제품군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했다.


5. 교훈: "K-푸드의 한계를 넘어, K-브랜드로"

삼양식품의 성공은 "한류 열풍에 편승하는 수동적 전략"이 아닌,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비롯됐다.


첫째, 제품을 현지 문화와 결합시켜 소비자 참여형 브랜딩을 구축했다.

둘째, 생산·유통·마케팅 전 과정에서 현지 파트너십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셋째, ESG 경영과 프리미엄 제품 개발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라면을 팔아서"가 아니라, "불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 자산으로 승격시킨 결과다.


결론: "글로벌 전략의 정답은 유연함에 있다"

삼양식품이 증명한 것은 "한국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지화를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맛을 전달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달랐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견지해야 할 균형 감각이다.


내수 시장의 안정성과 해외 시장의 확장성을 동시에 잡는 삼양식품의 모델은, 한국 식품업계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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