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명품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격변

트렌드의 속도 vs. 브랜드 정체성의 딜레마

by Dennis Kim

명품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격변: 트렌드의 속도 vs. 브랜드 정체성의 딜레마

- 과거의 장기 집권에서 현대의 '인스타그램 피드 전쟁' 시대까지 -


1. 화려한 퇴장, 급변하는 명품계의 풍경

2025년 패션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교체의 홍수 속에 있다. 구찌, 샤넬, 보테가 베네타, 지방시 등 주요 브랜드들이 CD를 교체하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닌, 트렌드의 수명이 짧아진 디지털 시대의 필수 생존 전략으로 읽힌다.


과거 vs. 현재: 칼 라거펠트(샤넬, 36년), 톰 포드(구찌, 10년)처럼 장기 집권하던 시대는 끝났다. 2024년 기준, 유럽 주요 패션 하우스 CD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미만으로 급락했다.

원인: 소셜 미디어가 주도하는 초단기 트렌드 사이클과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 요구가 CD의 창의적 안정성을 무너뜨린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는 브랜드가 매 시즌 '충격'을 선사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진다.


“디자이너의 임기는 이제 패션쇼의 한 장면처럼 짧아졌다.”

- 마르코 페코라리, 패션 연구 전문가


2. 성공과 실패를 가른 CD 교체 사례


(1) 실패: 구찌의 '조용한 럭셔리' 실험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 2023년 구찌의 CD로 부임해 미니멀리즘을 강조했으나, 매출은 2024년 3분기 기준 25% 급락.

원인: 알레산드로 미켈레 시대의 화려한 맥시멀리즘에 익숙한 팬덤이 새로운 방향성을 거부함. 데 사르노의 컬렉션은 ‘과도한 절제’로 비판받으며, 중국 시장에서 특히 부진.


(2) 성공: 보테가 베네타의 '미니멀리즘 혁명'

다니엘 리(Daniel Lee): 2018~2021년 재임 기간, 인텔리첼로 백과 품격 있는 미니멀리즘으로 브랜드 매출을 4.8% 성장시켰고, 팬데믹 중 유일하게 흑자 기록.

후계자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 다니엘 리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실험적인 디자인을 추가해 아시아 시장에서 호응 확대.


(3) 논란: 샤넬의 '창의성 부재' 경질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 2019년 칼 라거펠트의 후임으로 선임됐으나, 라거펠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디자인으로 평가받으며 2024년 경질.

역설: 비아르 재임기간 샤넬 매출은 75% 성장했으나, 창의성 부족이 탈락 이유로 지목됨.


3. 인스타그램 시대의 명품 전략: '충격' vs. '정체성'

디지털 플랫폼이 브랜드 성패를 좌우하는 현실에서, CD의 역할은 아티스트에서 마케터로 확장되었다.


트렌드 주도형 접근:

셀린느(CELINE): 에디 슬리먼이 로고 변경과 남성복 라인 도입으로 젊은 층 공략, 매출 5배 성장.

리스크: 기존 팬덤 이탈 위험. ‘올드 셀린느’ 지지자들은 브랜드 정체성 훼손을 비판.


정체성 고수형 접근:

에르메스: 10년 이상 CD를 유지하며 타임리스한 럭셔리를 강조, 2025년 브랜드 가치 98위로 상승.


“CD는 이제 ‘팔리는 디자인’을 창조하는 비즈니스 리더여야 한다.”

- 크리스 블랙, 패션 컨설턴트


4. 미래 전략: 창의성과 상업성의 균형점 찾기


(1) 내부 승계 시스템 강화

프라다: CEO 지안프랑코 다티스와 안드레아 구에라의 균형 잡힌 리더십으로 안정적 성장.

LVMH: 스테파노 칸티노와 같은 내부 인재를 CD 후보로 육성, 조직 안정성 확보.


(2) ‘팬덤 마케팅’ 전략

구찌: 샤오잔(중국 배우) 캠페인으로 Weibo 조회수 3,300만 회 돌파, 아시아 시장 회복 시도.

리스크: 팬덤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트렌드 노예화 가능성 증가.


(3) 지속 가능한 창의성 모델

디올: 예술적 비전과 상업성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컬렉션으로 젊은 층과 기존 고객 모두 공략.

보테가 베네타: 블라지의 실험적 디자인을 유지하되, 품질과 기능성을 강조해 신뢰성 확보.


5. 결론: 명품의 미래는 ‘유연한 정체성’에 달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빈번한 교체는 트렌드 추종의 부작용이자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의 창이다. 브랜드는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기보다, 핵심 DNA를 재해석하는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제언:

1. 디지털 시대 맞춤형 CD 영입: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MZ세대 감성 리더’ 확보.

2. 팬덤 분화 전략: 젊은 층은 트렌드로, 기존 고객은 헤리티지로 유치.

3. 장기 비전 수립: 매출뿐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을 고려한 CD 평가 시스템 도입.



“명품은 더 이상 ‘영원함’을 팔지 않는다.

‘지금 여기’의 감각을 사는 시대, 브랜드는 유연하게 흐르되 뿌리는 단단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