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존엄의 경계에서
다니엘 카너먼, 이성과 인간성을 넘나든 마지막 선택
- 행동 경제학의 거장이 남긴 마지막 프레임: 자유와 존엄의 경계에서
프롤로그, 이성적 선택의 종말, 혹은 시작
2024년 3월 27일,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다니엘 카너먼이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1년 뒤인 2025년 3월, 오랜 친구 제이슨 츠바이크의 폭로로 인해 "조력 사망"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간의 비이성적 결정을 체계화한 학자가, 자신의 죽음을 가장 이성적으로 계획했다는 아이러니. 이 선택 뒤엔 유전자에 각인된 치매의 공포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통제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교차했다.
1. "프로스펙트 이론"에서 "마지막 선택"까지: 인간 이성의 신화를 깬 남자
카너먼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며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경제학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 프로스펙트 이론: 손실 회피 편향을 증명해, 인간이 이익보다 손실을 두려워하는 비합리성을 수치화했다.
- 캐너먼의 역설: 자신이 발견한 인간의 비이성적 본능을 넘어, 죽음이라는 감정의 영역에서 초월적 이성을 보여준 선택.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비합리적이지만, 그 비합리성 자체가 인간의 본질이다"
- 『Thinking, Fast and Slow』中
2. 유전적 저주: 가족을 삼킨 치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
카너먼의 선택은 단순한 신체적 쇠퇴가 아닌 "정신의 해체"에 대한 깊은 두려움에서 비롯됐다.
- 아내 앤 트리스먼: 2018년 혈관성 치매와 뇌졸중으로 사망. 카너먼은 그녀의 인지 능이 붕괴되는 과정을 지켜야 했다.
- 어머니의 최후: 인지 기능 저하로 황폐해진 모습은 그에게 유전적 운명을 각인시켰다.
- 자신의 선택: "내 뇌가 나를 배신하기 전에, 내가 나를 정의하겠다"는 결심. 츠바이크는 "그는 치매 발병 가능성을 통계적 위험으로 계산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3. 매몰 비용의 함정을 거부한 최후의 이성
카너먼은 생전에 "나는 매몰 비용에 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철학은 그의 죽음에도 적용됐다.
- 매몰 비용 편향: 이미 투자한 시간·자원을 회수할 수 없어도 계속 투자하는 비합리성.
- 카너먼식 해법: "남은 생이 고통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라." 90세의 그는 신체적 건강에도 불구, 미래의 고통을 예측해 조력 사망을 택했다.
4. 논쟁의 중심, 조력 사망, 자유인가 타락인가
스위스의 조력 사망 법률은 외국인도 허용한다. 카너먼의 선택은 윤리적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 지지자: "인지 능력이 명확할 때 자신의 종말을 결정할 권리는 최고의 자유다."
- 비판자: "신체적 고통 없이 정신적 공포만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생명 경시의 시작이다."
- 중립적 관점: 그의 선택은 치매 가족력을 가진 이들에게 '선제적 죽음'의 옵션을 고민하게 만드는 선례가 됐다.
5. 유언: "빠르게 생각하는 나"에게 작별을 고하며
카너먼은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의 사고를 "빠른 시스템(직관)"과 "느린 시스템(이성)"으로 구분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두 시스템의 정점에 선 결정이었다.
- 직관: 치매로 무너질 미래에 대한 본능적 공포.
- 이성: 통계적 위험 계산과 자기 결정권에 기반한 합리적 결론.
맺으며, 인지의 끝에서 피어난 인간성
다니엘 카너먼은 인간의 비이성적 본능을 연구한 학자이자, 자신의 이성으로 죽음을 계획한 실천자였다. 그의 선택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통제"와 "자율"에 집착한 현대인의 딜레마를 상징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내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그의 유산은 경제학 서적이 아닌, 삶과 죽음에 대한 한 인간의 용기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