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에 무너진 프리미엄 신화
한 잔의 커피가 중국에서 다시 쓰는 세계화의 한계
5조 원에 팔려가는 스타벅스 중국 사업은 글로벌 브랜드의 종말을 예고한다.
1999년, 스타벅스는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열며 중국 커피 시장의 개척자로 나섰다. 당시 중국인들에게 커피는 생소한 서양 음료에 불과했다.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판매점을 넘어 서양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차분한 분위기, 프리미엄 가격 전략은 스타벅스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구축했다.
"예전에 한 잔 사던 돈으로 이제 커피 두 잔을 마실 수 있어요."
중국 소비자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몇 년 사이, 글로벌 소비가 둔화하면서 저가 커피가 대세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비싼 스타벅스 커피는 자연스레 소비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루이싱(瑞倖) 커피를 필두로 한 현지 커피 브랜드들이 중국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루이싱 커피는 스타벅스의 3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가성비 커피를 내세웠고, 모바일 주문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급속히 성장했다.
2023년, 루이싱은 매장 수와 매출액 모두에서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커피 전문점 1위 자리에 올랐다.
스타벅스의 고전은 구체적인 실적 지표로 나타났다. 2024년 2분기 실적에서 스타벅스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하락했고, 순이익은 15% 감소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동일매장매출(SSS) 11% 넘게 하락
중국 지역 매출 8% 감소 (7억 600만 달러)
평균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 9% 줄어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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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하게도 스타벅스는 이 기간 중국 내 신규 매장을 118개 늘려 총 매장 수는 7,093개로 확대했다. 매장은 늘었지만, 정작 매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스타벅스도 이 기이한 상황을 그냥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회사는 다양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가격 인하에 나섰다.
할인 쿠폰을 주력으로 내세움
라이브 방송으로 한정 판매 혜택 제공
공동구매 혹은 세트 메뉴 방식으로 커피 한 잔을 20위안(약 3,800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
그러나 이러한 가격 할인 전략은 스타벅스 브랜드가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부 매장에서는 마작을 하거나 눈썹 문신을 하는 등 "스타벅스다운 분위기가 사라졌다" 는 고객들의 푸념도 나왔다.
2025년 11월, 스타벅스는 공식적으로 중국 사업의 지분 60%를 중국계 사모펀드 보위(博裕) 캐피털에 40억 달러(약 5조 7천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거래로 스타벅스 중국 사업의 총 기업가치는 130억 달러(약 18조 7천억 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매각 지분 - 중국 사업 지분의 60%
인수 기업 - 중국계 사모펀드 보위(博裕) 캐피털,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가 설립한 사모펀드
거래 규모 - 40억 달러 (약 5조 7천억 원)
스타벅스 보유 지분 - 40% 및 브랜드, 지적재산권 유지
중국 사업 총 가치 -130억 달러 (약 18조 7천억 원) 이상 추산
스타벅스의 브라이언 니콜 CEO는 "보위캐피털의 깊은 현지 이해와 전문성이 특히 중소도시와 신규 지역으로의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이번 거래의 배경을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퇴조는 단순한 가격 경쟁의 실패가 아니라 중국 소비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한다.
애국 소비 트렌드 :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실용주의 소비 심리 :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효과를 중시하는 실용적인 소비 패턴으로 변화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가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보위 캐피털과의 합작은 스타벅스 중국 사업의 퇴보가 아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의미한다. 양측은 중국 내 매장을 기존 8,011개에서 2만 개로 확장하겠다는 공격적인 비전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 매장 수(1만 7,230개)를 추월하는 규모이다.
하지만 확장만이 해답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는 무설탕 옵션과 현지 입맛에 맞춘 차 메뉴를 늘리는 등 현지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전략을 더욱 심화시켜 중국적인 요소와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스타벅스가 중국 사업의 지배적 지분을 내어준 것은 글로벌 브랜드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일한 글로벌 전략으로는 다양한 지역 시장의 특성과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따라가기 어려워졌다.
중국 시장의 뉴 노멀은 '로컬에 의한, 로컬을 위한' 전략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스타벅스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다.
이제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시장 공략에 있어 보다 유연하고 현지화된 접근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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