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베이글 뮤지엄 비극과 노동의 가치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미신 베이글 한 봉지를 위해 90분이 넘는 긴 줄을 서는 서울 안국동. 런던을 연상시키는 빈티지한 인테리어 뒤편에서는 비극이 조용히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사태를 알게 된 몇몇 손님들은 발길을 돌릴지 말지 망설였고, 직원들은 여론의 시선을 의식하며 더욱 급급하게 움직였습니다. 20대 청년 하나가 이 '인기'의 대가로 생명을 잃은 뒤였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업의 비리 스캔들을 넘어,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와, 급성장하는 스타트업 문화 속에서 인간이 마치 소모품처럼, 교체 가능한 '객체(오브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지난 6월,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 A 씨가 입사 약 14개월 만에 쓰러져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 개인의 비극으로 보이던 이 사건은 그의 근무 환경이 알려지며 '과로사'를 의심케 하는 사례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유족과 정의당에 따르면, 이 청년은 주 58~8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근무에 시달렸고, 한번은 21시간 연속으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사망 당일에도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12시가 가까워져야 퇴근하는 등 극한의 노동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 한 직원의 비극 뒤에는 체계적인 근로기준법 위반의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인천점 사건을 시작으로 런던 베이글 뮤지엄 본사를 비롯한 카페 7개, 공장 3개, 자회사 브랜드(아티스트 베이커리, 레이어드, 하이웨스트) 등 총 18개 사업장에 대한 조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조사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규정 준수 여부와 더불어 미지급 급여 등의 정황까지 포함되었습니다.
책임 회피에서 '합의'까지
기업의 초기 대응은 익숙한 패턴을 따랐습니다. 회사는 투명하게 자료를 제출하기를 거부하며, 공식적으로는 "과로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는 지난 3년간 해당 베이커리 관련 사업장에서 산재로 인정된 63건의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결국 여론의 압박과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이어지자, 회사는 유족과의 비공개 합의에 도달하게 되었고, 유족은 산재 신청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유족 측 변호사는 "회사의 진심 어린 사과와 꾸준한 소통 노력을 통해 오해를 풀고 상호 화해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비극은 소비자들의 의식적인 선택이라는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 20대 한국인顾客은 "타인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직원 5명 미만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했을 때, 새벽에 출근해 제시간에 퇴근한 날이 손에 꼽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조차 이 논란을 인지하고 근무 환경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는 사실은, 노동권이 이제 더 이상 소수의 관심사가 아닌 소비자의 보편적 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검색 결과에 창업주의 구체적인 스토리는 담겨있지 않지만, 단일 점포에서 여러 체인점과 3개의 자회사 브랜드까지 확장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행보는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갈구하고 찬양하는 전형적인 '스타트업 성공 신화' 를 보여줍니다. 인스타그램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국제적인 인기, 그리고 실질적인 매출 성장은 현대인이 동경하는 창업의 전형입니다.
그러나 이 성공 스토리를 이를 가능하게 한 노동 현실과 대비할 때 불편한 진실이 드러납니다. 교대 근무, 야간 근무, 피크 타임에 대한 인력 부족 등 서비스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은 과도하게 길고 연속적인 근무 시간을 쉽게 정상화해 버립니다.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확장할 때, 운영을 유지해야 하는 압박은 최전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며, 그들의 웰빙은 브랜드의 일관성과 고객 만족을 위한 제물로 희생되기 쉽습니다. 이는 브랜드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바로 그 인간들이 성장이라는 기계 속에서 교체 가능한 객체로 전락하는 모순된 상황을 만듭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사례는 한 회사를 넘어 더 광범위한 시스템의 문제를 반영합니다. 노동자가 식사를 거르거나 과도하게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논리는, 구조적인 권력 불균형을 은폐합니다. 그들에게 그 '선택'은 생존을 위한 필연이었을 뿐입니다. 젊은 직원들이 인기 있는 업장에서 일할 기회를 가진 것本身에 감사해야 한다는 인식은, 착취를 기회로 포장하는 또 다른 폭력입니다.
고용노동부의 확대 조사는 해당 브랜드 생태계 전반에 걸쳐 노동법 위반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패턴은 빠른 확장이 투자자들의 기대와 만날 때 빚어지는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성장 압박은 노동 관행에서의 '적당한' 선 넘기로 이어지고, 부정확한 근무 기록 관리, 정식 근로 계약 회피 등이 만연하게 됩니다. 결국 노동자는 건강과 생계 사이에서 힘든 선택을 강요당하는 취약한 위치로 내몰리게 됩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서 일어난 비극은 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 성장과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노동 착취를 용인해 온 우리 사회 전체의 과오를 드러냅니다. 창업주의 성공과 투자자의 수익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그 성공은 도덕적 정당성을 잃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처럼, "기업의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유해한 작업 관행"을 근절해야 합니다.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소중한 인간에서 소모성 객체로 전환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가장 비인간적인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라면, 경제적 성장이 결코 인간의 생명을 대가로 치러서는 안 됩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비극은 모든 인기 브랜드, 모든 '핫플레이스' 뒤에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제품이나 이익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하는 아픈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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