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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늪, 현대인을 잠식하는 불안과 그 해법

미래를 예지할 수 없는 현대인을 위한 이야기

by Dennis Kim

1. 시작하는 말, 24절기의 명확함과 디지털 시대의 혼란

과거 농업 사회의 삶은 24절기가 상징하듯 명확했습니다. '입춘'이 오면 봄을 준비하고, '입동'이 되면 겨울을 대비했습니다. 날씨라는 불확실한 변수가 있었지만, 자연의 리듬과 그에 따른 인간의 역할은 분명했습니다. 선택의 폭이 좁았지만, 그 선택들은 우리 조상들에게 확신과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반면 현대 사회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추상화된 시스템과 초연결의 미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어떤 주식을 팔아야 할지, 점심에 먹을 김밥의 원산지는 믿을만한지, SNS에 올린 내 사진이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받을지 끝없는 선택과 판단의 연속입니다. 문제는 이 모든 선택에 '절대적인 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불완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를 보장받지 못한 채 선택을 강요당합니다. 바로 이 '선택의 피로'와 '불확실성의 중압'이 현대적 불안의 뿌리입니다.


2. 불안의 근원, 추상화와 초연결이 가져온 것

우리의 불안은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됩니다.


추상화된 사회: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이 주가 지수, 가상 화폐, 신용 등급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개념입니다. 김밥 속 재료의 생산에서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없기에, 우리는 '신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신뢰가 무너질 가능성은 항상 우리의 배후에서 불안을 자아냅니다.

초연결의 덫: SNS는 우리에게 끝없는 '비교의 장'을 제공합니다. 타인의 승진, 결혼, 유럽 여행 등 화려한 순간들만을 접하며, 나의 현재와 내면은 도태되고 있다는 불안에 사로잡힙니다. 연결은 되었지만, 오히려 고독과 불안을 깊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집니다.


3. 해법 1: 법륜 스님의 지혜 - '지금, 여기'에 깨어있기

법륜 스님은 불안의 해결책을 '현재'에서 찾으라고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100% 살기": 불안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 주식이 떨어질까 봐, 내일의 발표가 망칠까 봐 불안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곳은 '지금, 여기'다. 김밥을 먹을 때는 김밥의 맛에, 걷고 있을 때는 발밑의 느낌에集中(집중)하라.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걱정에 사로잡힌 마음을 현재로 되돌아오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을 따지려 들면 불안은 커진다. "내 선택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완벽주의가 불안을 부른다. 삶의 상황과 내 선택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챙김'의 자세가 불안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선택之后(후)에 "이것이 최선이었구나" 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4. 해법 2: 심리학의 처방 - '통제권' 되찾기

현대 심리학 또한 불안을 '통제감 상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봅니다.


인지 재구성 (Cognitive Restructuring): 불안은 '왜곡된 사고'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이걸 잘못 선택하면 모든 게 망한다"는 '흑백사고'를 "이 선택이 최선은 아닐 수 있지만, 그걸로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라고 생각의 틀을 바꾸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통제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기: 불안을 느낄 때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라. 주식 시장 전체(통제 불가)를 걱정하기보다, 내 소비 습관을 관리하고(통제 가능) emergency fund(비상금)을 마련하는(통제 가능) 데 집중하라. 식재료 원산지(부분적 통제 불가)를 100% 확인할 수 없지만, 믿을 수 있는 유기농 마켓을 찾아다니는(통제 가능) 작은 행동이 불안을 줄인다.

행동 활성화 (Behavioral Activation): 불안이 우리를 마비시키게 두지 말고, 작은 행동을 시작하라. 불안하면 몸을 움직여라. 산책을 하거나, 방을 정리하거나, 밖에 나가 커피를 한 잔 마시라.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가면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통제감을 서서히 회복하게 된다.


5. 맺는말,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현명함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복잡한 사회의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가짐'과 '시선'은 바꿀 수 있습니다.


24절기의 지혜는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사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현대 사회의 '디지털 절기'와 '추상화된 흐름' 속에서도 우리는 법륜 스님의 가르침처럼 '지금, 여기'에 충실하며, 심리학의 도구를 통해 '내 영역'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끝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모든 답을 알려주는 확실한 지도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하지만 '불안과 공존하는 법' 을 배우고, '완벽한 선택'이 아닌 '현명한 대응' 을 하는 것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지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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