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어쩌다
임플란트 공화국이 되었을까?

1장 "임플란트는 축복인가?"

by 반석원장


나는 20대에 치아를 잃게 되었고 임플란트를 시술받았다. 10년도 훌쩍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내 경험상 임플란트는 분명 좋은 치료다. 이 하나가 빠졌을 때, 그것을 기능적으로나 심미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치료는 지금으로선 임플란트가 유일하다.

그렇다. 임플란트는 인류에게 축복이다.

예전에는 틀니나 브릿지 같은 치료가 상실치아의 대안이었지만, 틀니는 기능적으로 불완전하고 브릿지는 멀쩡한 치아를 깎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임플란트는 치의학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환자 입장에서도 잃어버린 치아를 대체하는 가장 발전된 해법으로 받아들여졌다.

임플란트는 해외에서 개발되었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임플란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대중화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경제적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생산 단가 경쟁력,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 덕분에 임플란트는 더 정확하고, 더 빨라졌으며, 더 저렴해졌다.

여기에 대한민국 사람들의 성향도 한몫했다. 빠르고, 눈에 띄는 치료를 선호하는 문화 속에서 임플란트는 점점 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효도 정신이 합세하면서 자식들이 돈을 모아 부모님의 임플란트를 수 천만원을 들여했다는 소식은 부모님에게나 자식에게나 자랑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사라졌다.

“이 치아는 정말로 빼야만 하는가?”


다른 병원에서 발치 판정을 받았다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꽤나 많다. 나이를 불문하고 치아를 빼야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여기저기 병원을 들렀다 치과보존과인 우리 치과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두세 군데 치과를 가보았지만 그들이 들은 대답은 역시 발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샐 수 없이 다양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정말로 빼야 하는 치아도 있지만, 경계선상에 있는 치아들도 많다. 어떻게 보면 살릴 수 있는 치아들인데, 쉽게 포기되는 경우들이 분명히 있다. 이 치아들은 빼야만 하는 치아는 아니었고, 단지 앞선 치과의 원장님들이 빼고 싶은 치아였거나 본인의 능력 안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그럴 때 환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한 의사는 빼야 한다고 하고, 다른 의사는 살릴 수 있다고 하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된다. 치아를 당연스럽게 살릴 수 있다는 나의 말도 믿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비용이 자연치아 보존 쪽이 더 비싸게 느껴지는 현실도 영향을 준다.


"그 돈 주고 살릴 바에는 그냥 빼는 게 더 낫겠어요"


치아를 살리는 건 사실 훨씬 더 어렵고 정교한 일이다. 신경치료, 기둥 세우기, 보철 수복, 정기적 추적관찰까지. 치료 하나하나에 의사의 집중과 기술이 들어간다. 반면 임플란트는 기술적 정형화가 잘 되어 있고, 절차도 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치과 안에서도 임플란트가 더 ‘쉬운’ 선택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치과의사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엔도는 해도 해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엔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신경치료이다. 이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치과 치료에서 치과의사가 눈으로 보고 치료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강 내에서 시야를 온전히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치아 안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고 머리카락 두께의 기구를 이용해서 신경관을 찾는 것은 너무나도 서커스 같은 일이다. 그렇게 열심히 치료를 했지만 환자의 불편감은 커지고 불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럼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발치뿐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빼자고 하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신경치료를 이미 10년 전에 마치고 염증이 생겨서 통증이 생긴 치아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발치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치과의사의 기원은 아픈 치아를 빼는 것에서 출발하였지만 이제는 아픈 치아를 고쳐서 다시 쓰게 해주는 것이 본래의 역할이 아닐까? 치아를 빼는 상실감을 너무 얕잡아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치과를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치료 또는 재신경치료를 시작했을 때 90% 정도의 1년 치아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10%의 치아도 안될 줄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치료했던 치아이기 때문에 환자도 나도 별로 아쉬운 결과는 아니었다. 나의 바람이지만 10년 후에도 이 정도의 치아 생존율을 보인다면 정말 보람될 것 같다.


임플란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결국 우리는 임플란트라는 축복을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임플란트는 분명 훌륭한 치료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최선이 아니라, 대안일 때 더 빛난다.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다면, 그 기회를 먼저 고민하는 것. 그것이 진짜로 임플란트를 잘 쓰는 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