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더 좋다. 사진이 말하는 제주도 이야기...
어느덧 카메라 들고 사진을 찍겠다고 제주도를 다닌지도 5년이 다 되었습니다. 문득 사진만 따로 모아 갈 것이 아니라 글도 함께 정리해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 블로그에, 간간이 SNS에 올렸던 글들을 여기로 한데 모아 가려고 합니다.
매년 제주도에서 사진을 찍게 된 계기를 준 제주해녀부터, 여기저기(순력) 다니며 담은 제주도의 자연과 사람과 생태, 역사와 마을과 오름 등... 그 사진의 이야기 풀어 가겠습니다.
특별하게 무엇으로 나눈다거나 하는 일없이 그때그때 선택된 사진을 가지고 문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것은 앞에 사진과 연결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끝내는 데는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주도 여행은 계속될 테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계절은 한 번씩 경험하고 '100'에서 끝내는 게 좋겠지요.
대록산이 따라비오름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그 출발지점은 아마도 20여 년 전이겠다. 제주도로 출장길에 동행한 후배 인솔로 오른 오름은 ‘따라비오름’이었다. 그 기억으로 그곳을 10여 년 전부터 종종 찾았다. 제동목장에서 가시리로 이어진 녹산로를 먼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도 해 본다. 지나다니는 자동차가 적은 그 길가는 계절별로 옷을 달리 입는다. 벚꽃, 코스모스, 유채꽃.... 거기를 가야 하니 따라비오름을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12월에 가 볼만한 오름을 검색하다가 따라비오름에 오르는, 더 좋은 길이 있다는 글을 블로그에서 접하게 됐다. 올라 온 사진을 보니 마음이 끌렸다. 그 주소를 내비에 입력하고 출발해서 도착한 곳은, 거기서 바라본 오름은 내 기억으로 다녔던 따라비오름이 아니었다. 넓은 ‘광장’을 보는 순간 ‘하 ~“ 깊은 한 숨과 ’이런 곳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련 곳을 왜 이제 왔냐는 자괴다. 토박이는 아니지만 나름 제주를 많이 아는 사람 축에 들었는데 말이다.
대록산은 따라비오름 바로 옆에 있었는데,정상부에 오르지 않아도 보이는 작은 키였다.
따라비오름은 해발 342m이지만 높이는 107m고, 이어 갈 수 있는 대록산은 해발 474.5m에 높이는 125m다. 내겐 대록산이 더 작아 보였다.
어찌 내가 다녀온 후로 제주도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어 가는 듯하다. 나는 잘 못 없다. 제주사람도 잘 알지 못하는 곳만 찾아다녀서 사람 접촉 빈도는 높지 않다. 원물 오름이 그중 하나다.
원물 오름, 일몰이 좋은 오름이라고 해서 찾아갔다. 주소도 없어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오랫동안 다녀 본 경험에서 오는 감으로 찾아갔다. 역시... 후회하지 않았다. 한라산 남벽이, 산방산이 시원하게 보이고, 주변에 크고 작은 오름이 보이는 등 사방이 뻥 트인 게 일몰만큼 주변 풍광도 좋았다. 입구는 마치 목장 울타리 입구와 같았다. 말이 나무에 묶여 있었던 다 많은 말들이 방목되고 있었다. 그 말들이 소화기능을 통해 만들어 낸 배설물이 덮어 놓은 것인지 정확하게 오름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확인할 수 없었다.
서귀포 남원포구와 위미항으로 연결된 올레 5코스, 큰엉해안경승지. 분명 가봤다. 적어도 두 번 이상은 갔을 것이다. 아마도 그때는 카메라 없이 '관광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큰 언덕이라는 제주도어語인 '큰엉'은 기암절벽이 성을 쌓아 놓은 듯하고 그 높이는 15~20m나 되며, 길이는 1.5km에 이른다.
그동안 신께서 재창조를 해 주지는 않으셨을 텐데, 생소한 곳이 되어 있다. 남원포구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정해진 올레길에서 이탈하여 해안가로 내려가서 발아래 바위와 바다와 하늘과 암벽을 마치 두 장의 색종이를 가지고 보색 대비하듯 나눠가며 바라보기 된다. 해가 구름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주변을 카멜레온처럼 바꿔놓는 그 광경을 사진에 담았다. 그 시간에 셔터 누르는 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분명 내가 그동안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돌덩어리를 최초로 발견한 학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좀 더 걸어 '위미리동백군락지'에서 렌즈를 통해 동백꽃을 찍어야 했다.
보문에서 지귀도 보기를 즐겨했지만 큰엉해안에서 보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는 걸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실패를 거듭하던 보문에서 지귀도 장노출 촬영을 서둘러 이 곳에서 해 봐야겠다.
위미리동백군락지를 둘러보고 '동백수목원' 지나 '종보전연구센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제주도 갈 때면 카메라는 나와 함께하는 동반자다. 2016년 5월, 과천에서 근무하던 지인께서 퇴임 1년을 앞두고 제주도로 발령받아 내려가셨다. 놀러 오라는 말만 듣다 큰일이 없어 날 잡아 내려갔다. 지인이 묻고 있는 공관(오래된 오피스텔, 정원이 달린 30평대 단독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주 오래된 20평이 안 되는 오피스텔이다.)이 주말에는 빈다는 말을 듣고, 그 해 몇 번 공관을 이용하면서 해녀 촬영에 몰두하였다. 제주도 사진 촬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2017년 11월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2018년부터는 마음 편하게 제주해녀를 찍을 수 없었다. 내가 촬영해 왔던 어촌계 해녀할멍들을 모델 삼아 제주도 특별자치도가 해녀문화 기록 영상을 3년 계획으로 촬영 제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등재는 내게 불운이다. 하필 S 선배와 찾은 그해 그날 첫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 그곳은 촬영 스텝과 해녀 할멍들은 분주 했다. 그날 회장님은 그 광경을 보고 멍하게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상황 설명을 해 주시고 '미안하다'는 몇 번을 반복하였다. 많은 스텝에 카메라 하나가 추가되는 것에 해녀 할멍들이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촬영은 접어달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는데.....
2020년 12월, 그 해녀의 집에는 할멍들이 없었다.
겨울 제주도 바다는 큰 소라 밭이다. 물질을 반나절 같은 시간을 두고 하더라도 똥군의 경우 30kg도 버겁지만 대상군은 200kg쯤은 가볍게 잡는다. 실력과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굳이 급을 학력으로 비교하면 똥군은 초등 1학년 상군 대상군은 박사급이다.
그런데 초등 1학년은 보기 어렵다. 2년 전에 딱 한 명 만났는데 지금은 상급반으로 진학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파도에 겁먹은 표정이 역력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잘하고 있나.... 다음에 가면 물질하는 거 보러 가야겠다.
낚시하는 사람이 보일는지 모르겠다. 계절은 겨울, 2020년 12월 초다. 지인이 운영하는 호텔에 들렸다 나오는 길에 눈에 들어와 한 방에 담았다. 호텔 위치는 성산일출봉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데 그 방향으로는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우도가 바라보이는 곳이 제법 풍치가 좋다. 바닷가 쪽은 벼랑이라 위험하기도 하다. 벼랑을 타고 올라 온 바람이 바다 기온을 끌고 올라와서 일까? 주변 기온은 다른 곳보다 따듯했다.
성산일출봉을 오르는 사람들은 실수하는 거다. 성산일출봉은 멀리서 봐야 그 아름다움을 눈에 넣을 수 있다. 이 곳에서 본 성산일출봉은 바다의 '돌로미티'다. 그런 성산일출봉을 곁에 두고 따듯한 기온을 머금으며 양지바른 러그(rug)에 누워 있는 눈개쑥부쟁이가 부럽다
2020년 12월 15일 현재까지 어림잡아 30여 개 오름 정상을 밟은 듯하다. 서쪽부터 그 이름은 이러하니 새별 노꼬메 수월봉 송악산 단산(바굼지) 군산 원물 고근산, 중산간로 그러니까 한라산으로 올라가면 윗세 사라 물찻... 아마도 새별과 군산은 서너 번 이상 올랐을 거다.
다시 동쪽으로 오면 소머리(우도) 두산봉 지미봉 성산봉 거문 동검은 높은 당 문석이 백약이 아부 용눈이 영주산 다랑쉬 아끈다랑쉬 산굼부리 따라비 대록산 톹, 이쪽에서 두산봉 지미봉 대록산 다랑쉬 영주산은 두 차례, 산굼부리 윗세 백약이는 3회, 용눈이는 시도 때도 없이 올랐을 거다. 그리고 한라산도
다른 오름은 몰라도 2020년 12월 찾은 따라비와 원물과 함께 노꼬메 군산 동검은 영주산은 다시 또 오르겠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동백꽃은 두 종류다. 애기동백과 토종동백이다. 애기동백의 원산지는 일본이다. 토종동백은 8~10월 열매가 열렸다 떨어진다. 그것으로 동백기름을 만든다. 그러면 꽃이 피기 시작해 1월에 만개하고 떨어진다. 오래전에는 3월에도 볼 수 있었던 동백이 기후변화로 개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는 것 같다. 애기동백도 마찬가지다. 지금 제주에 만개한 것은 애기동백이다. 토종 동백도 볼 수 있지만 애기동백만큼 활짝 피지 않았다.
4.3 사건 추모곡 중에 '애기동백꽃 노래'가 있다. 개화나 만개나 그 시간과 맞을 리 없는데... 형태 또한 전혀 다른데.... 추모곡이 왜 애기동백이지.... 내가 모르는 게 있을까?
사진 속 동백은 애기동백이다. 첫 번째 사진 위 쪽 작게 보이는 붉은색이 토종동백이다. 이번에 제대로 만개한 토종동백을 볼 수 없어 촬영을 할 수 없었다. 1월 중순이나 가능하단다.
동백꽃
김영갑 사진집에는 일명 '홀로나무'가 용눈이 오름을 배경으로 담겨 있다. 지금은 가지가 다 잘리고 억새와 덩달아 춤추고 있다. 마치 머리 잘린 삼손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그 사진처럼 찍으려 하니 이날의 자태는 용눈이 오름을 초라하게 했다.
몇 해전 내라 참여했던 '나무' 그룹전에 관람하러 오신 분이 자신은 산림청 허가를 받고(그런 것이 있는지 산림청에 확인하지는 않았다) 사진에서 흔하게 보는 나무를 이발사처럼 다듬으며 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분이 있었다. 혹시 그분이...
제주도 억새는 한 번쯤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겨울이라 하지만 12월 제주도 바람은 1, 2월 것에 비하면 따듯하고 진드기나 뱀 출몰할 가능성이 희박하지 하기 때문에 억새밭으로 들어 가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그런 것은 싫다고하면 곶자왈로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도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하니 제주도 바람을 피해 곶자왈만 찾아다니는 것도 해 볼만한 여행이다. 엉켜있는 나무들이 돌과 함께 바람을 막아준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제주도 억새를 말하면, 그러니깐 따듯한 바람을 맞으며 억새밭에 들어가 보라. 쇼팽의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스탠 게츠의 색소폰 소리도 들린다.
표선 성읍, 수산리 주변 어디든 좋고, 아끈다랑쉬오름 위에 올라도 좋다. 어떤 이는 새별오름 억새보다 아끈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해지기 2시간 전쯤에 따라비 오름을 오르면 그곳에서 석양과 함께 억새 보는 즐거움은 더 크더라.
자동차 끌고 가시리 유채꽃 플라자에서 대록산 오른쪽으로 신나게 달린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통제하는 듯하다. 무턱되고 가서 문이 닫혔다면 옆으로 들어가서 걸어도 좋은 길이다. 아무튼 제주도 가을 억새는 꼭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