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출마해야 할까요?
TV가 없는 우리 집은 이제야 "폭싹 속았수다."를 몰아보기를 하고 있다.
어린 관식이가 애순이의 당찬 꿈을 듣고 너는 뭐 할래? 의 답을 "영부인"이라고 하는 장면.
그 후로 관식이의 순애보를 보는 재미 또한 이 드라마를 찾는 이유가 아닐지 생각한다.
남편과 처음으로 늦은 시간 함께 드라마 보기 또한 결혼 후 아주 오랜만인데 둘 다 나이 먹어 울기도 잘 울고 부모의 길을 함께 걷고 있으니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있다.
그러던 중 애순이가 못 이룬 꿈을 금영이에게 투영하고 또 그런 이야기를 하며 이제는 나도 나이도 많이 먹고 역량도 없어서 무엇을 더 도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학원을 운영하고 브런치에 글을 하나씩 올리며 정신없이 지내고는 있지만, 동기 작가님들의 출간 소식이며 이러저러한 성공담이 못내 부러워 늘어놓는 중이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더니....
라고 말을 했다.
"뭐 꾸륵 꾸륵?" 하며 순간 뿜어 버렸다.
같이 산 날이 10년이 훨씬 넘어 그런지... 이 남자 알아도 날 많이 알긴 아는구나 했다.
욕심이야 아직도 부리고 싶지. 다만 두려움이 많고 세상에 나보다 훠얼씬 잘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아 버려서 사실 부끄러워 머리를 내밀지 못하는 것뿐.
그런데다가 여보랑 만들어 둔 우리 아이들은?
당장 이 애들부터 뭐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만으로도 늘 시간에 쫓기는데 꾸륵 꾸륵한 욕심을 가득 채울 시간이 있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그래도 순간 어떤지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영부인을 꿈꾸는 남편이 내가 뭐라도 한다고 하면 적어도 반대는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어쩐지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거리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세차가 돌아다니고 현수막이 붙었다.
그걸 본 철부지 내 아들은
"엄마, 엄마도 대통령 나가봐!"
"뭐? 얘가 뭔 소리래? 무슨 대통령?"
"엄마가 대통령 나가면 24시간 공부하게 하고 다 서울대 보낸다고 하면 되겠다."
"야~!! 너부터 잘할래?"
영부인이 되겠다는 남편과 대통령 출마를 권유하는 아들 덕분에 국회의원 비례대표라도 나가야 하나 싶다.
이렇게 또 욕심이 꾸륵 꾸륵한 감사한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