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사람] 위스테이별내 입주자 백아영 어린이
[옆집 사람]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사이’라는 건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로 측정되는 게 아닌가 보다. 가까이 있어도 먼 사이가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이 그렇다. 인사를 한다든가 안부를 묻는 대신, 경계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살핀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는 바로 그런 점에서 달랐다. 얼굴도 모르는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해 질 무렵에는 단지 안이 자전거 타는 아이들로 복작였다. 순간 단지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오후, 위스테이 단지 안의 놀이터는 아이들로 복작인다. 그 중 자전거를 타고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씩씩하게 동네를 누비는 아이가 눈에 띈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에 모르는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리고, 직접 만든 수첩을 들고 다니며 처음 본 아이들의 이름과 나이를 적는다. 어른들이 모여 있는 곳을 기웃거리다 소일거리를 얻기도 한다. 오후 네 시, 곰돌이 놀이터에 가면 아영이를 만날 수 있다.
백아영, 여덟 살입니다.
미술, 그림 그리는 거요.
자전거 타고 놀아요. 집에 친구들 데려오거나,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들 데려오기도 해요. 비즈 놀이도 하고요, 우정 팔찌나 목걸이 만들어서 서로 나눠 주기도 해요.
7월!
전에는 밖에 나갈 때 엄마랑 같이 나갔는데, 지금은 혼자서도 나갈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내 방이 생겼어요. 놀이방은 노는데고요. 자는 방은 공주방처럼 꾸몄어요.
@어머니 : 둘째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개인적인 스케줄이 있어 애를 데리고 나가 놀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혼자 두기도 그렇고, 단지 내에 큰 애들도 많아서 위험할 것 같았죠. 차가 없는 아파트였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마 전에 조명을 바꿔 달라고 해서 아영이가 조명도 골랐어요. 입주 초기에 학교를 가지 않았을 때는 한 번 나가면 4-5시간을 밖에 있더라고요. 신기한 건 그렇게 오랫동안 만나서 놀 친구가 있다는 거예요. 한 명 가면 새로운 친구 만나서 놀고. 그렇게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는 거죠. 계속 나가 놀아서 살이 빠졌어요.
곰돌이 놀이터에 그네가 있어서 자주 가고요. 1학년에서 3학년까지 인기가 많아요. 거기서 묘기도 부리고, 친구들이랑 같이 타기도 해요.
@어머니 : 아직 나이를 가리지는 않아요. 아영이 친구 수첩도 있잖아. 이름을 기억 못 해서 놀이터에서 만난 애들 이름을 적어요. 핸드폰 있으면 번호도 받고.
다섯 명이요. 전부 동갑이에요.
옆집, 윗집 사는 애들을 제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어머니 : 친구들을 좋아하긴 하는데 거기 목숨 걸지도 않아요.
단지 밖으로 나가지 말자고요. 왜냐면 어떤 친구들은 단지 밖으로 나가는데 저만 못 나가거든요. 그리고 위험할 거 같아요.
아예 다른 아파트로 가기도 하고요, 여기저기 돌아다녀요.
1-4단지 옆 놀이터 잠깐요. 친구들이랑 같이 가봤어요. 거기는 무서운 게 많아서 재밌었어요. 징검다리처럼 흔들리는 거요.
뛰어노는 거랑 자전거 타는 건 좋아하는데 줄넘기 타는 건 싫어요.
@어머니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 못해 체중이 갑자기 늘었거든요. 건강이 걱정돼서 줄넘기를 매일 꾸준히 하게 했어요. 근데 여기 와서는 동네에 놀 친구들이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늘었어요. 줄넘기를 해도 친구들이랑 놀고 싶으니까 집중을 못 하더라고요. 괜히 스트레스 주기 싫어서 하지 말라고 했죠.
남자애들이랑 놀 때는 얼음땡, 여자애들이랑 놀 때는 그네.
어린이집도 멀리 다녔고,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못 나가서 친구가 없었어요.
엄마가 집에서 놀지 말고 밖에 나가 놀라고 해요.(웃음) 그리고 아빠가 되게 바빠요.
@어머니 : 예전에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불안하니까 옆에서 조용히 놀라고 했는데, 요즘은 아예 친구랑 같이 내보내요. 층간 소음이 걱정돼서 그런 것도 있고요. 주변에는 아예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오려고 하는 친구도 있어요.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 얼굴을 아니까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남편이 맨날 막걸리 짜고, 만든 걸 동네방네 나눠줘요. 문제는 매번 그런다는 거죠. 한 달에 한두 번 짜는데, 쌀값과 전기세를 무시 못 해요.(웃음)
@아버지 : 전에 살던 곳은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고, 동아리 활동도 해본 적 없어요. 활동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아이 키우면서 못하게 됐죠.
아이들이 알아서 놀기 시작하면서 아내도, 저도 자유로워졌어요. 지금은 업과 관련된 IT 위원회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여기저기 발을 들였는데 너무 집에 안 들어온다고 해서 줄였어요. 근데 이번에 들어간 축구 모임 때문에 다시 바빠졌네요.(웃음)
주말마다 아이들과 나들이를 계획하는데, 여기에 와서는 한동안 밖에 나가지 못했어요. 저번에는 다 같이 춘천에 갔는데 애들이 빨리 집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어머니 : 아이들이 산책하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이사 오고 당분간 저녁마다 아이들과 산책을 나갔어요. 낮에는 친구들이랑 놀고, 저녁 먹고 산책을 나가는 거죠.
결혼식 날 축하 합창하고 베란다 콘서트에서도 노래했어요. 결혼식 합창은 어떤 언니들이 준비하고 있길래 하고 싶다고 했고요. 베란다 콘서트는 엄마가 신청해 줬어요.
좋아해요. 다 같이 부르면 기분이 좋거든요. 노래 듣는 사람들 보면 저도 행복해요.
샅샅이 탐험대요. 위스테이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도서관으로 와서 큰 도화지에 지도를 그리는 거였어요. 그때 잠자리도 봤고, 거미도 봤고, 별같이 생긴 나뭇잎도 봤어요. 송충이랑 예쁜 돌멩이도 봤는데.
별 모양 나뭇잎요. 도서관으로 가져와서 도화지에 붙이고 그림 그렸어요.
@어머니 :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워낙 많아요. 밖에서 우연히 만난 동생이랑 가서 어른들 도와주기도 하고요. 전에 연락이 왔길래 봤는데 도서관에 들러 바코드를 붙이고 있더라고요. 애들은 항상 밖에 있으니 늘 대기 상태인 거죠.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텃밭 일을 돕기도 하고. 책에 바코드를 붙이고는 되게 대단한 일 했다고 자랑했어요.(웃음)
그림대회! 축제나 합창도 더 하고 싶어요. 꽁날에서 뭘 팔아본 적은 없는데요. 앞으로는 뭐 만들어서 팔고 싶기도 해요. 꽁날에 만화책이랑 헬멧 샀어요. 근데 되게 싸요. 동생 지팡이 장난감이랑 팔찌도 사줬어요.
맞아요. 전에는 친구들 놀러 오면 각자 하나씩 그렸는데.
불암산이랑 같이 있는 아파트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지금 가을이라서 단풍도 많고 예뻐요.
엄마 아빠만 가봤어요.
@아버지 :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에요. 애들이 밖에서 놀고 있으면 아내와 함께 다녀와요. 마트도 다녀올 수 있고, 훨씬 자유롭죠.
첫 번째는 화가, 두 번째는 모델, 세 번째는 가수요.(웃음)
혼자 다닐 수 있어서 좋다고요! 여덟 살들 다 혼자 다녀요. 여기는 놀 것도 많고요. 합창도 하고 주말마다 심심하지 않아요. 맨날 아침부터 친구들 전화 오면 엄마 허락받고 후딱 옷 갈아입고 나가요.
오늘 이거 끝나면 친구들이랑 놀고, 또 놀고, 또 놀고, 점심 먹고 또 놀고, 씻고 티브이 보고 자고. 끝. (일동 웃음)
아직은 없어요.
땅굴 파서 비밀 장소 만들어주세요.(웃음)
저도 한 번 같이 간 적 있어요.
아니~ 공사 아저씨가 파주면 되지. 파 가지고 계단 내려가서 페인트칠하고 거기서 공부도 하고 잠도 자고 그럴 거야.
네.
@어머니 : 어린이집이 멀어 동네 친구가 없어 아이들에게 미안했어요. 보통 같은 곳에서 살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잖아요. 동생은 여기 와서 언니만 졸졸 쫓아다니다가 어린이집에서 또래들을 만나니까 그게 재밌나 봐요. 어린이집 끝나면 친구들이랑 바로 놀이터로 가요.(웃음)
@어머니 : 우연히 친해진 동생이 있는데, 기관이 오픈하기 전에는 제가 아이를 맡아 주기도 했어요. 엄마들끼리 연락해서 아이를 맡아주고, 밥을 먹일 때도 있어요. 이런 것들이 계획되어 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어떤 날에는 아영이가 친구들을 무더기로 데리고 오고. 갑자기 윗집 남매가 같이 오고. 집에서 놀다 놀이터로 나가더니 친구를 하나 더 달고 오고.(웃음) 주말에 나들이를 계획했다가 애들이 놀러 와서 집에 머문 적도 있어요.
지켜보니 단지 내 아이들끼리 약속을 잡고 함께 등교하기도 하더라고요. 2학년 정도 되면 엄마가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나 봐요. 조금 큰 애들은 서로 약속을 잡기도 하고요. 저는 차 때문에 불안해서 데려다주고 있어요. 근데 아영이도 이제 약속을 잡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몇 번 안 가봤더니 은근 편하기도 하네요.(웃음)
@어머니 : 맞아요. 아영이가 활발해서 엄마들을 만나면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니까. 제 얼굴을 몰라도 아영이 때문에 저를 알아보고 ‘아영이 엄마죠?’하며 인사를 건네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초면인데 말이죠.(웃음) 쟤는 동네 어른들에게도 먼저 수다 떠는 성격이어서, 집안 이야기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당부해요.(웃음)
해당 글은 2020년 12월 21일 사회혁신기업 더함 공식홈페이지에 송출된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