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브런치북 수상작 소식을 보면서

아주 나중의 한 권을 생각하며

by 시니어더크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작 10 편이 발표되었다. 우선 수상하신 열 분의 작가님들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약 14,000 편의 응모작 가운데 기적같이 선택된 10 편이라는 숫자는,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붙들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발표문을 서둘러 넘기지 못하고,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읽었다.


수상작은 늘 나와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있다.

나는 아직 '작가'라는 말보다 '쓰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편하다.

책을 염두에 두고 쓴 글도 아니고, 구조를 치밀하게 계산하며 써 내려간 글도 아니다.

내 글의 대부분은 아내의 투병 생활에서 시작되었고,

하루를 견디며 마음을 붙들기 위해 적어 내려간 기록에 가까웠다.


아픈 사람 곁에서의 시간은 늘 문장이 되기 전에 먼저 숨이 된다.

간병의 하루는 반복되고, 말은 줄어들고, 생각은 마음속에서만 맴돈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잘 쓰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그래서 내 글은 여전히 사적이고, 감정에 치우쳐 있고,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아주 가끔, 정말 가끔은

이 기록들이 언젠가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다.

아직은 문장보다 마음이 앞서 있고, 정리되지 않은 시간들이 더 많다.

하지만 아내가 지나온 시간, 우리가 함께 버텨온 나날들이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히 있다.

그것이 책의 형태이든, 긴 글의 묶음이든,

아주 나중에 가능한 방식으로 말이다.


오늘 수상작 발표를 보며

부러움보다 먼저 또렷한 다짐 하나가 생겼다.

이제는 조금씩 '글다운 글'을 써보고 싶다는 다짐이다.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감정에만 기대지 않고,

한 문장씩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아내의 병을 쓰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 시간을 지우거나 미화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 이야기를, 하소연이 아니라 서사로,

나만의 아픔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도 닿을 수 있는 문장으로

조심스럽게 옮겨보고 싶다.


수상은 여전히 먼 이야기일 것이다.

어쩌면 끝내 닿지 못할 자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결과보다 방향이 더 분명해졌다.

잘 쓰는 사람보다,

자기 삶을 책임지고 끝까지 써 내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방향 말이다.


제13회 브런치북 수상작 소식은

축하의 뉴스이면서 나에게는 동시에 다짐의 계기였다.

오늘도 나는 초보자의 자리에서,

아주 나중의 한 권을 마음속에 조심히 접어 두고,

지금 쓸 수 있는 한 문장을 다시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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