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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분이네 Aug 28. 2023

건방지고 낡은 내 교육관을 드러내는 건 생각보다 재밌네

이런 걸 교육관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거창한 그 이름, 교육관. 교육관이란 내 교육이 바라보고 있는, 지향하고 있는 가치들을 말하는 거라 생각한다. 내가 하고 있는게 과연 교육인가 의문이 들 때도 많지만 아이들은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내 말과 생각을 배우는걸 생각해보면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기에 좋은 가치들을 바닥에 깔고 그 위로 건물을 세우듯 활동을 계획해야 한다.  

    나의 교육이 가져왔으면 하는 가치들  

행복: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감사할 줄 알며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함을 나눌 수 있게 고운 글과 말을 쓸 수 있어야 한다. 힘든 상황은 받아들이면서 쉬고, 다시 또 행복할 거리를 찾아 떠나는 그런 쉬어가는 여행자의 길을 알려주고 싶다.


선: 궁극적으로 선함을 추구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선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모든 것은 돌고 돌아 나에게로 온다. 그래서 우리는 선을 마음 속에 심고 선을 실천해야함을 알려주고 싶다. 선한 사람들이 가득한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 어떤 것이든 실컷 좋아하고 그것에 온 마음 다하는 걸 잘 하면 좋겠다. 좋아하는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행동이든 좋아하는 걸 찾아서 마음의 무한한 동력을 얻으면 좋겠다. 조건없이 내어주는 베풂의 기쁨을 알았으면 좋겠다.


재능: 어떤 것을 즐거워하는 것,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것이 재능이라 생각한다.그 마음을 부정하거나 모른체 하지 않고 마음따라 솔직하게 행동하게끔 하고 싶다. 좋아하는 걸 좇다보면 길은 어떻게든 열리기 마련이다. 재능의 유무에 얽매이는 순간 재능은 찾을 수 없다. 남들과의 비교, 다른 사람의 인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다.


감사: 이 삶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수많은 것으로부터 도움과 희생이 있음을 안다. 보다 더 삶을 책임감 있게 살아가도록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 사람, 사람 이외의 것은 귀하게 여기며 아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서: 삶을 직접 겪어보지도 않고 다 알 수 있는 건 책이 많은 역할을 한다. 부족한 점이 있거나 더 알고 싶은 점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책을 찾아보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기쁨을 알았으면 좋겠다. 다른 취미생활과는 달리 세로토닌 적 행복을 주며 성장하는 기분이 드는 책읽기라서 더욱 필요해 보인다.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서, 얼마나 많이 외우는가로 가치가 평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족한 점을 더 알고자 하고 배울 거리를 스스로 찾으려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  


오늘 슬기로운 미디어 생활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어떻게 하면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벌써부터 이런 고민을 하다니. 마치 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조그만 것들이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사회가 이 어린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압박을 얼마나 강하게 하는지 느껴졌다.


'중학교를 가면 시간이 없대요. 초등학교가 유일하게 여유로운 시간이래요.'

'예전에는 공부를 못해도 괜찮았는데 갈 수록 공부를 잘해야 해요.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해요.'

'다른 아이들보다 더 알면 마음이 편해요. 그래서 공부를 해요.'

이 말들을 듣는데 너무나 슬펐다. 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두서없이 쏟아냈다.

결론은 공부에 목 메지 말아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선생님, 우리는 무얼 해야하는 거죠?'


책, 책읽기다. 책을 읽어라 하니 다들 낯빛이 어둡다.


'책 읽으라는 말은 정말 많이 들었는데 저는 책 읽기가 싫어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 도움 되는 책들을 말해주세요.'


책이야 말로 진정한 배움의 길이다.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게 책이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하냐면 본인에게 재밌는 책을 읽으면 된다.

책이 재밌고 친하게 느껴지면 그걸로 되었다.

그런데 어른들로부터 독서를 강요받으니 오히려 꺼리게 된다. 그 마음 이해한다.

그래서 아이들에 맞는 책읽기 경험을 만들어주리라 다짐하고 왔다.

책을 읽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


책 내용이 즐거운 것도 포함해서 그냥 밖에 나가 재밌게 읽는 것,

아니면 교실에 엎드려 삼삼오오 모여 읽는 것,

때로는 하기 싫은 수업 시간 대신해서 책을 읽는 것,

책 내용에 대해 친구들이랑 퀴즈를 내며 서로 즐거운 것,

책 읽는 시간이 재미있게 활동을 만들어 보고 싶다.


    교육관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들

1. 수업을 학생 위주의 활동으로 구성한다.

이 당연한 원칙은 나의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지켜지기 힘들다. 수업은 사실 학생 위주로 흘러가느냐 아니면 교사 위주로 흘러가느냐의 문제다. 교사 위주로 흘러가는 건 효과가 굉장히 떨어진다. 아이들은 직접 말하고 쓰고 읽고 움직이면서 배울 때 가장 잘 배운다. 교사가 완전히 수업에서 도태되라는 말이 아니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그 시간에 어떤 활동을 할 건지 방법을 알려주고 중간중간 피드백을 제시하는 정도로 개입해도 충분하다. 설명하는 일은 아이들이 정보를 직접 찾아보고 스스로 발표하게 한다던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끼리 이야기해서 함께 해결하도록 한다던지. 짧은 시간안에 알아야 할 내용을 간단히 전하는 것, 그게 교사의 역할이다. 교사에게 집중할 시간과 자기들 활동에 집중할 시간을 명확히 구분한다. 그리고 서로의 시간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수업 루틴 또한 정립되어야 한다.  


2. 규칙을 정할 때 선을 추구하며 긍정문으로 쓰게 한다.

먼저 우리반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이롭게하고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하는 규칙은 무엇이 있을지 아이들과 자유롭게 이야기 한다. 인간의 뇌는 부정문을 모른다. '뛰지 마라'라는 말의 '뛰지'를 읽는 순간 부터 아이들은 뛰고 싶어진다. '걸어다녀라'라는 말로 바꾸면 해야할 행동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교실은 공동의 공간이니 다수의 이익을 보호하는 규칙을 삼는다. 자유로움 속의 규칙, 자유로움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규칙을 통해 서로를 보호하며 자유에 대한 책임을 가질 필요가 있단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반에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추후에 정리해보며 어느 상황에서든 필요한 규칙을 만들어봐야겠다.  


3. 여러가지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결과물에 대해 '잘했다'라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쉽다'라는 표현보다 '재밌다.', '망했다'라는 표현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다.'라는 말을 쓰게 한다. 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만들기, 움직이기, 그리기, 노래부르기, 글 읽기, 연극하기. 여러가지의 일을 하고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재미에 예민하다. 재미가 있고 없고를 마구 따지는 그런 날선 예민함이 아니라 어떤 일에서든 재미를 찾아내는, 재미를 탐지하는 감각이 예민하다. 이런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재미를 보여주는게 필요하다. 갈 수록 무뎌지는 재미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잘 찾아줄 더듬이 같은 이 감각을 잘 살려줘야 한다. 그리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는 초연한 태도를 갖게 한다. 그저 재미를 느끼고, 자신이 하는 이 경험들을 '망했다'라는 좌절로 꺾지 않게, 말을 가려하도록 한다. 망했다는 말은 곧 포기를 하겠다는 말, 한참 도전하고 넘어지며 배울 아이들에게 이른 포기는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거나 가치로운 것.


어제는 동화책을 만드는데 한 아이가 '제가 만든 이 책은 아무도 안 봤으면 좋겠어요. 너무 부끄러워요.'라고 했다.

'부끄러움은 곧 성장을 말하는 거야. 부끄러움을 견디고 나면 나는 더 성장하거든. 선택을 하면 돼. 부끄러운게 싫어서 가만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건지 아니면 부끄러움이라는 찰나의 마음을 이겨내고 성장할 건지'

꽤나 있어보이는, 멋드러지게 대답을 했다고 했으나 잠자코 듣고 있던 한 아이가 '부끄러울게 뭐있어! 내가 열심히 했다는데!'라 소리치는걸 듣고 놀랐다. 최선을 다한 일에는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이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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