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호호 방문 조사원의 순기능들
2025인구주택총조사가 11월 18일. 어제 다 끝났다. 조사대상자들은 그동안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의 조사구 (약 150 가구)85%는 가가호호 방문해서 면접조사로 이루어졌다.
10월22일부터 10월31일까지 자발적인 참여였는데, 나의 조사구는 10.2%로 전국에서도 최저였다. 내 조사구(어느 동의 특정 구역들) 에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자발적 참여가 적은 요인도 있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원룸촌이어서 대략 50%가 동남아시아 남자들이 혼자 또는 여러 명이 함께 사는 형태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는 중에 아~ 외국인이구나. 이런 느낌이 아니라, 주로 외국인들을 만났는데, 그 중 아~ 우리나라 사람이구나. 이런 느낌이었다.
동남아인들은 아무리 한국말을 못해도 "어디나라 사람인가요?" 이 말은 다 알아 듣고, 자기나라이름을
얘기해주었다. 딱 그 말만 통했다.
나의 경우 주로 베트남인들이 많았고,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조선족, 우즈베키스탄, 중국, 필리핀인을 만났다.
토요일 오전에 한 가구로 가니, 부부와 어린아이가 마침 외출을 하려던 중이었지만, 나를 보자 기꺼이 조사에 응해주었다.
"어디나라 분인가요?"
" 캄보디아"
나는 얼른 테블릿의 다문화안내문에 있는 캄보디아어를 찾아서 인구주택총조사 안내문을 보여주었다.
그 내용을 읽어보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원래 조사를 할 때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지만, 어린 아이와 함께 아내도 있고 낮이기 때문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린 아이가 있어서 밖에 서서 얘기할 수도 없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출입문쪽에 앉았다. 문은 약간 열어둔 상태로.
남편과 아내가 나와 마주 앉아있고, 아이는 TV 앞에서 놀았다. 대화를 할 때는 볼륨 소리를 좀 더 낮게 하면
좋으련만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래도 말 소리는 들리니까.
남편은 거의 내 말을 알아듣고, 어눌한 한국어로 대답을 했다. 간혹 무슨 말인지 모를때만
내 휴대폰에 있는 통역기를 이용했다.
조사가 다 끝나자, 그는 내게 말했다.
"선생님, 한국어 배울 곳을 좀 알려 주세요. 있지만 멀어요. **에 ."
"아, 여기서 한국어를 배우러 그곳까지 가려니까 너무 멀어서 못가고 있군요."
"네. 아내와 친구들이 여덟명 되는데, 한국어를 못 배워서 비자 발급도 못 받고 있어요."
이런 문장들을 알아듣기까지 몇 번을 되물어서 겨우 완성한 문장으로 알아들었다.
이 지역에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는 걸, 우리지역 지자체에서도 알고 있을텐데
근처에 왜 한국어 배울곳을 마련하지 않았을까?싶었다. 또는 한국어를 가르칠 강사가 있다면 이쪽으로 출강해서 가르칠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나는 바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마침 그 지역에 몇 달 전에 OO가족센타 개소를 한 상태였다. 이 분들은 아직 그곳의 개소소식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지역에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니, 남편과 아내는 서로 마주보며 가벼운 반가움을 표현했다.
안내 전화는 휴대폰도 있기에 전화를 하니까 받지 않았다. 나중에 연결해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들은 몇 번이고 고맙다고 했다. 그 집을 나와서 이곳 저곳을 다니는 중에, 전화가 왔다.
지역가족센타 담당자였다. 내가 여차저차 설명을 하니까 고맙다고 하면서
이렇게 연결해주는 용기와 정의감이 대단하다고 했다. 무슨 용기와 정의감씩이나.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은데, 지역센타에서는 이들에게 일일이 안내를 안 해주었나요?"
"거기까지 다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니, 그곳에서 이 근처에서 개소식을 했다면, 동사무소를 통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문자나 전화로 알려줘야 되는 것 아닌가?'
'개소만 하면 뭐하나? 외국인들이 그곳에 지역센타가 개소되었다는 걸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가나?'
나는 행정적인 운영 체계를 모르지만,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지자체나 가족센타에서는 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편하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행정체계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원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이런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려 주는 일은 조사원역할의 순기능인것 같았다.
이후 조사하러 다니면서 외국인들을 만날때마다 조사가 끝날 무렵,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근처에 있는데,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그 중 가정을 이룬 여성이 있는 곳에서는 배우고 싶다고 했다.
사실, 바쁘게 이집저집 다니다보니, 외국인을 만나도 필요한 면접 질문만 하고 답변을 받고 오기 바빠서
생각날때 안내를 해 주는 식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인근 공단에 소규모 업체에 다니고 있었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경우,
내가 다문화안내문을 보여주었지만 바로 회사 대표와 연결을 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이런 내용으로
답변을 해도 되는지를 묻기위함인 것 같았다. 회사 대표도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들과 소통할 때는 통역앱을 사용한다고 했다.
한국어를 아예 못하는 외국인은 내 휴대폰에 있는 통역앱을 통해서 말하고, 본인의 휴대폰에 통역앱이 깔린 경우 서로의 휴대폰의 글자를 보며 조사를 했다. 조사원의 테블릿에 통역앱이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국인의 휴대폰에 통역앱조차 없는 경우에는 내 휴대폰에서 다시 외국어와 한국어를 변환시켜서 외국인이 내 휴대폰으로 말하고 나는 한글을 보는 식으로 조사를 했다. 많이 번거로웠지만 할 수 없었다.
테블릿에 통역앱이 있어도 무용지물인 이유를 나는 알 수 없었다.
사족을 달자면.
그들과 면접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이 그냥 우리나라에 사는 것만을도 감사한 일인 것 같았다.
엊그제 기사에는 우리나라 고학력 실업자가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소규모 업체에서는 사람을 못 구해서 말도 안통하는 외국인이라도 고용을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소규모 업체를 가지 않는 이유는 일도 힘들지만 임금과 복지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일거다.
만일,
사실 소규모업체에 다녀도 중견기업과 비슷한 연봉,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면 일이 힘들어도 일할 청년들은 있지 않을까싶다. 소규모업체에서는 외국인들이 아니면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어느정도 지원이 되는 부분도 있는 걸로 알고있다. 그럼에도 소규모업체는 점점 외국인들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