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조사원이 원룸촌에서 밤에 잠복근무까지 해야하나?

일부 조사대상자로부터 조사원이 모멸감까지 느껴

by 데레사

오늘이 인구주택총조사를 한 지 16일째다. 대부분의 착한 국민들이 숨기고 싶은,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성실하게 조사에 응해주었다. 그분들께 감사하다. 우리조 조사관리자는 내게 오늘 저녁까지 잠복근무를 해서 조사를 하라고 한다. 통장과 통화를 해 보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조사원이 형사도 아니고, 사설탐정도 아니다. 한 번 더 노크해 보고 마무리를 할 예정이다. 18일까지인데, 대부분의 조사원들이 이번 주 일요일까지 마무리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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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미조사 가구에 평균 12번은 갔다.


그동안 전국의 조사원들은 자기 조사구를 평균적으로 모든 시간대, 즉 평일 오전, 오후, 저녁, 토요일과 일요일의 오전 오후 저녁에 가는 것을 1세트라고 보면, 거의가 6~7세트는 가 봤을 것으로 짐작한다. 나의 경우 미조사 가구에 거의 12번은 넘게 갔다. 조사구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를 비롯해서 내 주변 조사원들도 모두 최소한 미조사 가구에 6~7번은 간 것으로 안다.


나의 경우 동남아시아 외국 근로자들이 거의 대략 50%가 되는 원룸촌에 배정받았는데 모든 시간대에 가 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 원룸에는 주인과 통화했는데, 90%가 동남아시아 외국인들이라고 했다.


10개국 동남아인, 조사원 통역 앱으로 조사


조사원들에게 배부된 태블릿에 통역 앱이 있었지만, 먹통이었다. 할 수 없이

내 휴대폰에서 통역 앱 깔아서 10여 개국 동남아시아 인들과 휴대폰 통역으로 하거나 외국어 조사지로 조사를 했다. 일부는 한국어로 조사가 가능했다.

이런 부분들은 조사원 교육 때 어떻게 하라는 지침도 없었다.


원룸촌이어서 밤에는 골목도 약간 어두운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계단 센스 등이 켜졌다가 또 꺼지기 때문에 캄캄한 곳을 플래시를 들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 저녁에는 남편이 3번, A 친구가 1번, B 친구가 1번, 조사관리자와 총관리자가 1번 동행을 해 주었다. 밤에만 해도 6번을 갔다. 사람을 못 만나니, 심지어 평일 아침 7시에 출근시간대에 건물 앞에서 기다렸다가 나가는 사람 붙잡고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나중에 통화하기로 했다. 밤에는 혼자 다니기 무서워서 차라리 아침이 나으니까.


저녁 8시 넘어서 나 혼자 원룸촌 건물에 돌아보라고 함


조사관리자와 같이 간 날, 밤 8시가 조금 넘자 조사관리자와 총관리자는 집에 갈 테니, 나 혼자 사람이 없던 가구에 한 번 더 가라고 했다. 늦은 시간에 99%가 남자 혼자 사는 원룸촌 복도를 플래시 비쳐가며 혼자 가라고 했다. 나는 다시 그 건물에 플래시 들고 들어가 2층쯤 올라가다가 무서워서 그냥 내려왔다.


미조사 가구에 갈 때마다 새로운 안내문을 붙이고, 주차된 차량에 있는 전번으로 전화를 해서 통화를 하니까, 조사대상자는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조사를 하느냐? 온갖 말을 20분 넘게 들었다. 죄송하다고 말해도 계속 전화를 끊지 않고 국가에 대한, 이 조사에 대한 분노를 내게 쏟아냈다.


모멸감에 온 영혼이 털렸다. 한 달짜리 알바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내 영혼을 저당잡히는 일이었다. 관리자에게 하소연하고 차 안에서 펑펑 울다가 왔다. 다음날까지도 계속 감정이 쌓여 있었다. 몇 번이나 눈물이 났다.


팬티만 입고 문을 연 남자는 두 명이나 목격했고, 불응한 가구에도 한 번 더 가라고 해서 또 갔더니, 무섭게 윽박질렀다.

"안 한다고 했는데, 왜 또 왔어?"

남자의 고함 소리가 원룸 계단에 울려 퍼졌다.

나는 쥐꼬리만한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조아리며 왜 안 하는지 물어보니,

그냥 하기 싫단다. 무슨 화를 당할지 몰라 그냥 내려왔다.


신변의 위협 있지만, 사고 나면 어떤 보상도 못 받는다.


신변의 위협과 공포심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조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조사 지침에도 조사원들의 안전이 먼저고 위협을 느끼면 중단하라고 했지만,

그 저녁시간에 혼자 원룸 건물에 다시 들어가서 조사를 하라고 하는 건,

괜찮은 일이었나? 신변의 위험이 느껴지는 일이지만 사고가 나도 이 조사원은 도급 계약이라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못 받는다. 그래서 자신의 상해보험이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 지원할 수 있다.


내 조사구 남자 통장과 통화를 해 보니, 여자 혼자서 저녁에 원룸 건 물을 다니는 건 아니라고 했다. 남자인 자신이 혼자 다녀도 가끔씩 섬뜩한 느낌이 드는 사람을 만난다고 했다.


그러니까 한 가구에 모든 시간대에 간 것이 12~15번 정도는 갔다. 그럼에도 아직 조사가 안 된 곳이 있으니, 저녁에 건물 앞에 잠복을 해서라도 사람이 들락거리면 붙잡고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조사원은 형사도 아니고, 사설탐정업소도 아니다.

최저시급 알바일이다.



대통령님

이 인구주택총조사의 의미와 목적은 이해하고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고, 개인 정보가 털려서 보이스피싱이 난무하고, 어떤 곳에서 범죄자를 마주칠지도 모르는 일이고, 국가와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들을 조사하는 것. 이건 좀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복근무를 해서라도 조사를 해야 합니까? 아니, 저는 잠복근무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한 사람이라도 조사를 하는 것이 저와 국가에 딱히 보탬도 안 될뿐더러, 최저시급 알바에 제 영혼을 저당잡힐 수는 없지요.


조사대상자들의 반응도 이해는 갑니다. 저야 10년 전에 조사대상자가 되어서 저희 집 금융에 관한 내용까지 조사를 해도 저는 성실히 임했습니다. 그게 국가 정책에 협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보다 합리적 방법으로 조사를 하더군요. 좀 벤치마킹을 해서 AI 시대에 걸맞은 한국형 인구주택총조사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갈수록 외국인이 늘어날텐데, 외국인들을 조사하는 방법도 좀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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