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원 일. 막상해보니 신변위협까지 느껴

인구주택총조사 13일인 막바지에 조사원이 호소합니다

by 데레사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원의 애환


2025년 11월 13일은 2025 인구주택총조사를 시작한 지 13일째다.

35년간의 주직업을 그만두고 휴식과 인생 2막을 준비하며 딱 1년이 되는 시점에

한 달짜리 일이라서 선뜻 지원했다. 평일에 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냥 질문하고 대답을 적으면 되는 줄 알았다.


조사원에 투입되기 전 안전교육을 받을 때 조사원들의 어려움들 사례를 봤는데, 그러려니 했다.


막상 해 보니.


내가 맡은 조사구(구역)는 원룸촌이었고 외국인이 거의 40% 정도였다. 동남아시아 남자들이었는데, 더러 가정을 이룬 가구도 있었다. 베트남, 미얀마,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조선족, 중국인을 다 마주하거나 통화를 했다. 나처럼 5일 동안 10여 개 나라 사람들을 마주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통계청 상황실에서 외국어 조사지를 주어서, 그 집에 갖다 주었지만 30분이 지나도 다 못하고 있었다. 그냥 폰에 말하는 번역기로 내가 말을 하고, 상대방은 자신의 폰에서 번역기로 말하고, 나는 상대방 폰에 한국어를 읽는 방식으로 조사를 했다. 태블릿에도 통역 앱이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집에서 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할 때는 딸의 휴대폰으로 통역앱을 활용해서 겨우 조사를 했다.


원룸을 돌아다닐 때는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렸다가 다시 문을 두드리거나 했을 때, 90%는 반응이 없고, 어쩌다가 문이 열린다. 이때 빤스만 입고 상하의 탈의한 남자를 마주치는 것, 영화에서나 봤던 조폭 같은 대머리 아저씨가 상의를 벗은 채 상체만 빼꼼 내미는 것, 컴컴한 복도를 다니며 어쩌다 문이 열였을 때 버럭 소리 지르며 모멸감을 쏟아붓는 인간을 직접 마주하니, 많이 무서웠다.


조사를 하는 중에도 왜 이런 걸 하느냐? 뭐 이런 것까지 묻느냐? 라며 소리 지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대응하는 것, 요즘은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고, 국가정보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사건, sk 정보 유출 사태 등을 겪으면서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더 꺼려지는 사회분위기다 보니, 이 조사원 일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낮 시간에 어쩌다가 문이 벌컥 열리면서 다짜고짜로 고함부터 지르는 사람도 있다.


"아줌마! 잠자는데 왜 자꾸 초인종을 눌러? 응?

내 소개를 할 겨를도 없이 버럭 반말이다. 낮시간에 자는 집이었나 보다.


내게 아줌마라는 호칭이 맞는데, 왜 낯설게 느껴졌지? 잡상인 취급을 받는 느낌이랄까?

35년간 공적인 자리에서 내 호칭은 늘 나의 성과 직함으로 불렸다. 공적인 자리인데,

아줌마라는 호칭에서 이미 주눅이 들었다.

그래도 정중하게 내 소개를 했다.


"죄송합니다. 주무시고 계신데 제가 잠을 깨웠나 봅니다. 저는 인구주택총조사 oo구청...."

내 소개를 하는 중에 내 말을 신경질적으로 끊었다.


"안 해 안 해! 에잇 씨.."

뭔가를 팔려고 온 잡상인으로 생각했는지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바로 문을 쾅 닫았다.

조사원 교육 때는 다음 시간을 기약하라고 했는데, 초인종을 다시 누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가구란에 수첩에 메모 후, 옆 집 초인종을 누르는데, 이 집에 사람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보다는

'또 저 아저씨가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이 조사원의 일이 아무나 할 수 없다. 나처럼 겁이 많거나, 버럭남자들을 만났을 때, 무서움을 느끼는 사람, 저녁에 컴컴한 복도를 다니는 게 겁이 나는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시작을 안 하는 게 맞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 좁은 골목에 주차하거나, 차량 속도위반이거나 처음 가 본 곳에서 거리가 복잡할 때 어디로 돌아가면 좋을지 등등, 어리바리한 운전자는 그것도 힘들다.


그런데, 이 조사는 미래의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되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우리나라 가구의 20%에 해당되는 대상가구들은 휴대폰, 인터넷, 전화조사, 대면면접에 성실히 참여할 의무가 있다.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경우, 한 가구당 평일 8시~ 밤 9시까지, 토요일, 일요일에는 대상자들이 늦잠을 잘 수도 있어서

오전 10시~저녁 9시 30분까지 모든 대상 가구에 9번은 방문했다. 집에서 먼 거리라서 조사구가 146 가구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래도 한 번 갔을 때 80~90%는 부재중이었다.


10월 22일부터 휴대폰 인터넷으로 자발적 참여를 한 비율은 11월 1일에 10.1%였다. 전국 진척률보다 낮았다. 시도진척률, 시군구진척률보다는 훨씬 낮았다. 언제 따라잡지? 하는 조바심이 처음부터 일었다. 5일째 쯤에는 내가 전국, 시도, 시군구 진척률을 모두 앞섰다. 그때는 뿌듯했지만, 금방 나의 진척률이 드디게 올랐다.


인근에 공단이 있는 지역의 원룸촌이라 임시 숙소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고, 건물 주인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자주 전입전출을 해서 이사를 간다고 해 놓고, 이사날짜도 말을 안 해주고, 집에는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 가구들이 몇 집이 된다고 했다. 그러니 아무리 자주 방문해도 사람이 없었지......


막상 조사를 해 보니, 외국인들이 그 정도로 많을 줄 몰랐고, 구청에서 각 국가별 조사표를 주었지만,

실제로 제대로 작성해 주는 경우가 드물어서 다시 내가 일일이 통역기를 돌리는데, 갑자기 태블릿이 작동을 하지 않을 때는 외국인이 내 말을 못 알아들을 때는, "몰라요." 말만 되풀이했다. 태블릿을 다시시작으로 해서 다시 태블릿에 입력했다.


오늘이 13일째다.


아직 미참여가구에 사시는 분들 중, 휴대폰이나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분들은 국가데이터처에서 보낸 우편 안내지에 참여번호가 있으니, 그 번호를 입력해서 직접 참여하시면 5~6분이면 됩니다. 조사원과 대면 조사를 받을 때는 10~12분 정도면 됩니다. 우리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합니다. 전국 지역구 조사원들의 마음이 급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까지는 꼭 참여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대략 80%의 가구에서 우편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원룸 건물 입구에는 인구조사표가 그대로 꽂혀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우편물을 찾을 수 없는 경우, 이 시점에는 모든 부재 가구문에는 조사원이 붙여놓은 안내문이 있다. 거기에 전화해서 (가구문에 붙인 안내문에 참여번호를 다 적어둔 경우도 있다.)

참여번호를 물어서 입력하거나, 입력이 어려우면 전화 조사를 해도 된다. 그것도 싫다면 조사원이 직접 대상자 가구에 가서 조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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