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루로 출발하는 날이 밝았다. 6인용 공용 숙소에서 잔 것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잤다. 6인실에 4명만 있었던 탓인가보다. 그러고보니 같이 묵었던 유럽 커플이 밤에 장작을 떼는 바람에 숨막힐뻔 하긴 했다. 연기 뺀다고 문을 밤새 열고 자서 좀 춥긴 했다. 따뜻하자고 뗀 장작불 때문에 더 춥게 잤다. 잘 잔거 맞나? 암튼 이러니저러니해도 세몬콩에서 맞은 아침은 개운했다. 기분이 좋았으니까!
아침으로 먹은 달달한 프렌치토스트. 45말로티(약 4천원)
출발하기에 앞서 아쉬운 마음에 산책 길을 나섰다. 로지 주변으로 흐르는 시냇가를 들렀다가 어제 폭포 가는 길에 마을에서 봤던 말들에게 인사나 하고 가기로 했다.
맑은 시냇가. 레소토 다른 지역에 비해 물이 풍부한 세몬콩.
마을 초입. '파킹'은 말 파킹인 것이었던가
이른 아침이라 아직 취침중인 말들이 있었다. 난 말들이 다 서서 잠자는 줄 알았지.
타바 보시우로 출발
오늘의 목적지는 타바 보시우(Thaba Bosiu). 레소토의 세종대왕 같은 존재인 모슈슈 1세가 이곳에서 레소토를 세웠다. 그리고 수많은 외세의 위협 속에서도 꿋꿋하게 독립을 지켜낸 상징적인 장소다. 수도 마세루에서는 24km 떨어져 있다.
레소토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타바 보시우에는 지금은 민속촌(Thaba Bosiu Cultural Village)이 들어서 있다. 모슈슈와 후계자들의 생가를 재현해놓은 민속촌이다. 여기에 각종 회의실, 야외 극장, 레스토랑, 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다. 론다벨(Rondavel)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특유의 초가집에서 묵고 갈 수도 있다. 레소토에서 유일무이한 역사 문화 복합 레저 공간 되시겠다.
타바 보시우 민속촌
가는 길이 여행
세몬콩에서 타바 보시우까지 가는 길은 어제와 비슷한 느낌이다. 가공된 적 없는 레소토의 자연, 넓고 깨끗한 아스팔트 길, 그리고 그 속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한 신비로운 드라이브. 그러다 가끔씩 사람의 흔적에 마주할 때, 어느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 그저 어딘가로 가는 길 위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이런 즐거움이 아니었다면 이 여행이 얼마나 지루했을까?
눈이 조금 내린 마을
테이블 마운틴 레소토 버젼
손오공 바위라고 이름 지어 보았습니다.
바위산 주변으로 빼곡한 민가의 모습
뷰티헤어살롱 ^^;
과일, 과자 등 간단한 간식을 파는 좌판. 긴 여행길에 만나는 사실상의 휴게소다.
드디어 주유소 발견?! 전화를 걸면 기름통을 들고 나와 넣어주는듯 하다.
타바 보시우 도착
이렇게 정신없이 이것저것 구경하며 가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보안 요원에게 숙박객이라고 설명하니친절하게 문을 열어준다. 정문을 통과하고 들어가 바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에서 체크인을 하고, 시설에 대해 간단히 안내 받았다. 시설이 예상보다 훨씬 넓고 알차서 놀랐다.
타바 보시우 정문. 정갈하다.
중앙 큰 건물이 리셉션
첨 왔는데 낯설지가 않아.
모슈슈의 생가를 재현한 초가집들이 낯설지가 않았다. 오고가는 길에 지나치던 마을에서 자주 본 집들이다. 길에서 보던 집들과 민속촌에서 보는 집들이 비슷하다니. 민속촌의 의미가 옅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레소토 아무개 마을들의 의미가 짙어지는 것인가? 나에겐 후자였다.
타바 보시우 민속촌
어느 산중턱 길에서 찍은 마을
전날 세몬콩에서 찍은 마을
세몬콩에서의 아침 식사 이후 줄곧 빈속이었던 우리는 숙소에 짐을 갖다 놓고 식당으로 향했다.
고급 아프리카 초가집(론다벨) 숙소
실내가 의외로 널찍하고 따뜻했다. 욕실과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다. 아프리카 초가집이라는 재미에 편안함, 편리함까지 갖춘 훌륭한 숙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