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레소토에왠 로마? 그 옛날 레소토로 포교 활동을 하러 온 로마 가톨릭(천주교) 선교사들이 세운 도시라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시기 개척 선교 활동 중에 지어졌던 신학교가 지금은 레소토 국립 대학교가 되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쉽게 서울대라고생각하면 되겠다. 레소토의 로마에는 대학교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대표적인 고등학교가 두 곳, 그리고 간호대학까지 있어 명실공히 레소토 지성을 대표하는 곳이 되었다.
천주교(로마 가톨릭)의 선교 거점이었던 로마.
총장은 현 국왕인 레치에 3세가 겸하고 있다(가운데 양반), 오른쪽은 국부 모슈슈 1세
레소토의 대학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지금까지의 레소토로 봤을 땐 이곳도 왠지 되게 수수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재밌을 것 같았다. 남아공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재밌어서 찍은 사진. 자동차 뚜껑만 저리 진열해 놓다니.. 왠지 잔인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덱스터를 너무 많이 본 듯.
제법 타운이 나왔다 싶더니 도착 1분 전이었다. 이정표 뒤에 뾰족한 것이 정문이다. 즉 이곳은 대학로인 것이다.
국립 레소토 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레소토 국립 대학교 구경하기
주말인데도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정문 앞에는 길거리 음식 노점상들(양판으로 된 좌판)이 늘어서서 저마다 맛있는 연기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대학가스러운 활기가 느껴졌다.
정문으로 슬금슬금 들어가려니 경비원이 막아선다. 나는 최대한 착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학교 좀 구경하러 왔어요~
혹시라도 안 들여보내주면 '"유학 올 생각이라서 찾아온 거다."라고 해야지~'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미소와 함께 쿨하게 열어줬다. 흔치 않은 아시아 사람의 등장에 지나가던 학생들이 돌아보기도 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생각지 못한 환대를 받으니 왠지 자신감을 가지고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제목 : 지나친 자신감 / 중앙 건물 복도에서
제목 :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책 / 교정에서
학교는 1945년에 지어져서 다소 낡긴 했지만 정갈하다.
기나긴 귀로에서 중간에 한숨 돌리고 가기에 딱 좋은 레소토 국립 대학교
레소토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
레소토 대학교의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요 며칠 도로에서 본 어린이 양치기들의 모습이 겹쳤다. 자동차를 피해 능수능란하게 양과 당나귀를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아직도 수많은 레소토 시골에는 이런 어린이 양치기들이 있고, 반면에 이곳 로마에는 생계 걱정 없이 책을 볼 수 있는 학생들이 있다. 과연 여기 학생들은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무엇일까? 오랜 뒤에 레소토에 다시 온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땐 어린이 양치기는 볼 수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