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린나 Oct 22. 2019

레소토 여행, 타바 보시우 밤의 전설

레소토의 성지, 밤의 산(Mountain at Night) 타바 보시우

타바 보시우의 전설 이야기를 하기 전에 모슈슈를 만나러 가보자.

모슈슈의 발자국을 따라 가자는 디자인
이분이 레소토의 세종대왕, 모슈슈님입니다.



타바 보시우의 전설     


밤의 산(Mountain at Night)이라는 뜻을 가진 타바 보시우(Thaba Bosiu)의 전설이다. 19세기 초, 모슈슈는 남아공의 줄루족을 피해 타바 보시우로 거처를 옮긴다. 줄루족은 당시 다른 흑인 부족들을 대상으로 정복, 학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모슈슈는 줄루족으로부터 도망쳐온 다른 부족들을 타바 보시우에 정착하게 도와주고 보호해주었다. 그때 지금 레소토가 시작됐다. 이후로 줄루족을 비롯한 많은 적들(남아공 백인도 포함된다.)이 모슈슈를 굴복시키려했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적들에게는 이런 소문이 퍼졌다.

 타바 보시우는 밤이 되면 커져서 모슈슈를 지켜준다.



풀리는 레소토 전통 모자의 수수께끼



모코로초(Mokorotlo)라고 불리는 이 짚 모자는 레소토의 상징이다. 레소토 국기와 자동차 번호판에도 들어가 있다. 조금 특이한 모양인 것은 알겠는데 왜 그렇게까지 상징적인 취급을 받는지 항상 궁금했다. 

국기와 번호판에까지 들어가있는 모코로초



그 이유는 레소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산 모양을 본따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밤에 쑤욱 자라나서 모슈슈를 지켜줬다는 그 산의 모습과 꼭 닮았다. 왜 레소토 사람들이 그토록 이 모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 타바 보시우 전설을 듣고 나서 알았다.

타바 보시우 지역의 띨로아네(Qiloane) 산

       


타바 보시우에 밤이 오면

흐렸던 날씨가 점점 궂어지고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다. 해발 1800미터의 칼바람은 귀가 시려울 만큼 춥다. 숙소로 얼른 몸을 피했다. 이내 우박 소리가 매섭게 들려왔다. 자동차가 찌그러지지는 않을 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분명 파란 하늘이었는데...


날씨가 이렇게나 변덕을 부린다. 낮엔 덥다가 저녁엔 칼바람이 분다. 그리고 밤이 되니 급기야 무서운 우박이 되었다. 그 옛날 모슈슈를 지켜냈다는 타바 보시우의 전설은 사실은 이런 모습이었던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눕자 론다벨(초가집)의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원뿔 모양의 초가집은 당연하게도 천장이 원뿔형으로 뾰족하게 올라간다. 어찌나 높이 올라가던지 희끄름한 전등 빛이 천장 꼭대기까지 닿질 못한다. 그러면 천장 한가운데는 마치 뻥 뚫린 지붕처럼 까맣기만 하다. 천장을 견고하게 잇는 커다란 기둥들이 아니었다면 정말 헷갈렸을 거다. 그러고보니 기둥이 참 단단하고 야무지게 엮여있다. 무너질 일은 없겠다. 전기장판으로 따땃하게 뎁혀진 침대 속에 누운 나는 더이상 우박 소리에 걱정이 쓰이지 않는다. 나는 지금 모슈슈의 땅에 들어와 있으니 겁낼 것이 없지 않은가? 벽에 걸린 모코로초 모자를 보며 잠을 청했다.


모슈슈를 지켜준 것은 밤의 우박이었던가


매거진의 이전글 레소토 여행, 타바 보시우 산책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