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12 사진의 단순화 작업

minimalism in photography

by NONOCCUPIED

미니멀 한 사진은 주제를 단순화하여 더 부각하기 위한 사진 작업을 말한다. 색을 단순하게 하거나 주제를 단순한 선이나 면 즉 기하학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심플함과 제한된 구성으로 자신의 시각을 드러낸다. 사진작가 aleks baharlo는 한 화면에 주제를 5% 미만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를 한 가지 색으로 채운다는 것이 참으로 두려운 일이라고 그의 고백이 미니멀한 사진을 찍는 행위가 자기 자신의 확신 없이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체에서 하나의 주제를 분리해 내는 것 그리고 분리한 주제를 가장 간단하고 명료하게 부각하는 기술적인 요소는 카메라라는 장비의 특성을 잘 알고 시간대 혹은 공간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더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주제를 주변과 분리해 내는 능력이다.


번잡한 것들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찾아낼 수 있는 시각이라고 표현해도 좋고 미적 감각이라고 해도 좋고 감성이라도 하여도 무방할 것이나 필자는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이 작업이 어렵고, 줄이고 들어내는데 익숙하지 않다. 여전히 복잡하고 번잡한 108 번뇌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나의 머릿속에서 이런 미니멀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방을 비우고 정리하고 청소하듯이, 날마다 주변을 비우고 정리하고 감정을 차단하는 의지를 행하다 보면 언젠가 평안에 이르고 미니멀한 삶을 살게 될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미니멀한 사진들이 찍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계산성당과 제일교회의 첨탑

계산 성당과 제일 교회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과 교회 중 하나이다. 이 둘은 실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물리적인 거리가 있다. 그러나 마치 이 둘이 한 공간 한 면에서 펼쳐지도록 주변의 다른 요소들을 배제하고 뾰족한 첨탑들만 나열한 구성을 사진에 적용하였다. 4개의 첨탑, 이 4개의 첨탑이 가지는 의미와 본질은 과연 신앙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하였고 천주교와 개신교가 가지는 차이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이 첨탑이 가지는 본질은 하나이며 그것은 인간의 영역에 속한 것이지 결코 신의 영역은 아닐 것이라는 의문을 이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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