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로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기
나는 20여 년간 그래픽 디자이너란 이름으로 회사를 다녔다. 실은 디자이너란 일을 선택한 처음부터 이 일은 직장인으로서 명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있었다.
디자이너란 직업은 이름만 멋지지, 일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한국, 일본 관계없이 잔업이 아주 많은 힘든 일이다. 항상 트렌드를 읽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요구하며 완벽한 결과를 내야 한다.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센스적으로나 60세 넘게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은 조금 끔찍할 것 같은, 그러니까 이 직업은 직장인으로서 수명이 짧다는 거다. 실제로 일본 회사의 디자이너 모집은 대부분 35세 미만을 원한다. 한국은 더 수명이 짧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처음부터 회사에서의 "평생"이라는 기대치는 두지 않았다. 다만 회사에 있는 기간 동안은 본인의 힘을 길러 가능한 한 빨리 둥지를 틀고 세상에 혼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독립하는데 문제는 수입의 리스크였다. 독립하는 것은 쉽지만 월급이 아닌 이상 수입이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이 아닌 리먼 쇼크나 코로나 쇼크와 같이 사회적 요인으로 업계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종류의 수입이 있다면 갑자기 수입이 제로가 되는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을까? 일에 대한 보험이 될 수 있는 일 말이다. 또한 이러한 색다른 일을 함으로써 본인의 취미나 꿈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면, 꿩 먹고 알 먹기 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사업을 함으로써 1+1은 2가 아닌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도 볼 가능성도 있다.
나는 지금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회사 생활의 후반부에 디자인 외의 일을 하나씩 트라이해왔다. 그리고 독립한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도, 끝내기도 한다. 솔직히 뭐든 해보지 않고는 나한테 맞는 일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않은가.. 그 예로 현재 디자인일 이외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를 하겠다.
첫 번째 일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민박 사업이다.
결혼과 동시에, 3층짜리 주택을 구입하여, 1층의 남는 방 하나를 에어비앤비 민박으로 돌리고 있다. 2018년 일본의 민박 신법이 정해져서 시작하기가 조금 까다롭고 180일 운영 가능의 조건이 있지만, 작년의 경우, 여기서 나온 수입으로 주택론의 60%를 지불했다. 이 얼마나 가계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손님들도 여태 한 번도 트러블 없고, 가끔 대화하며 영어공부도 되고, 어떤 손님은 지금도 친구 되어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거나 내가 해외 갔을 때 만나서 신세 진 적도 있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국제교류로 재미도 있고 수입도 들어오고 일석이조이다. 단지 일이라고 느낌에는 체크인/체크아웃 때만 신경 좀 쓰고, 청소하는 것 정도? 집에서 일하는 나에게는 특별히 시간도 많이 뺏기지 않아 그렇게 부담스러운 일도 아니다. 게다가 일 년에 반만 운영하니 비어있을 때는 그 방에 부모님이나 가족, 친지 등이 일본에 놀러 왔을 때 게스트룸으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리고 언젠가 호스텔을 한채 지어 운영하는 게 나의 꿈인데 분명 이 경험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두 번째 일은, 드라이플라워를 이용한 공예 사업으로 유한책임조합(LLP)의 형태의 사업체를 설립하였다.
친하게 지내는 이웃 중에, 새벽 꽃시장에서 일하는 50대 아주머니가 있다. 그녀는 20살 때 결혼한 그녀는, 3명의 애들이 성인이 되니깐 이제야 뭔가 해야겠다 싶은데 사회경험이 없어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때 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이나, 그녀에게 같이 비즈니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나의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노하우와, 그녀의 꽃에 대한 정보력과 넓은 네트워크력으로, 꽃에 대한 뭔가를 해보면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꽃에 대해서는 거의 초짜이지만, 그냥 꽃이랑 가까이 지내던 환경이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꽃가게를 했었고 성당의 꽃꽂이를 쭉 하셔서 우리 집은 언제나 꽃이 넘쳐나 있었다. 그녀도 꽃시장에서 일하는 것 외에도, 압화(프레스플라워) 수업을 받고 있어 사범을 따기 직전에 있었다. 그래서 드라이플라워와 왁스를 이용한 생활잡화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소규모 워크숍을 메인으로 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냥 취미로 하는 것보다 사업으로 시작하니,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누구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으니 그냥 설렁설렁 넘어가지 않고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된다. 또한 취미는 돈을 쓰는 일이지만, 사업으로 변환하니 신나는 일을 하면서 수입이 들어온다. 또한 워크숍에 참여한 손님들과의 교류의 시간도 즐겁지만, 손님들도 자기 작품 만들기에 뿌듯해하고 즐거워하니, 이것이 무엇보다도 이 비즈니스의 보람이다. 아직은 대단한 수입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심여 깊게 공부해서 제대로 비즈니스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 비전을 점점 키우며 공부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비즈니스라고 할 정도의 빈도와 크기는 아니지만, 집에서 가르쳐 주는 한국요리 선생님이나 어떤 가게를 하루 빌려 일일 바를 하는 음식업 쪽이다.
이 앞에서 민박일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장래 꿈은 호스텔이다. 2층부터는 숙박하는 장소이고, 1층에는 카페 겸 바를 만들어서 호스텔에 묵는 손님이나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장소를 만들고 싶다. 숙박업과 요식업은 세트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식업 쪽도 조금씩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일도 가끔씩 하기도 한다. 역시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 일로서 부딪히면 반성할 점도 배울 점도 몇 배 크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가능한 것은, 간헐적이며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디자인 일을 하면서도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모든 일들이 삶을 자극해서 서로에게 플러스 효과를 주는 것 같다. 회사 다닐때 보다, 여러 방면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자극도 되고,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는것 같다. 그러면서 다양한 나도 발견하기도 한다.
지금은 이리저리 다양한 일을 함으로써 한 가지 일이 무너져도 어떻게든 먹고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궁금하고 흥미진진한 일이 있으면 일단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궁리부터 한다. 취미로 하는 것보다 비즈니스로 하는 것이 수입도 있거니와 모티베이션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새롭고 신나는 일을 찾고 있다. 혹시 알아? 그게 인생 직업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