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목공 입문 10개월을 돌아보며

by 킨스데이

목공이란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놓고 10개월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목공 전의 나'와 '목공 후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40 평생에 온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던 만큼 제 삶에 영향력이 있었단 얘기지요. 그래서 지난 10개월을 차분히 돌아보려고 합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Reflection time'을 통해 잘한 점은 무엇이고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파악하는 정리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목공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이 여정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목공으로 얻은 것]

정량적 성취: 수료증, 완성된 가구 소품 20개, 트리머 포함 수공구로 채워진 수공구 박스, 각재

정성적 성취: 짜맞춤을 포함한 목공에 대한 전반 지식과 경험 습득, CAD, 퓨전 360, aspire, 스케치업 등 컴퓨터 프로그램 이해도 증대, 레이저기계, 소형 CNC 사용법 경험, 난로에 불 지피는 법, 드릴 사용법 습득등


유니크마이스터에서 두 개의 수료증을 취득했는데요. 6개월짜리 <(과정평가형) 가구제작산업기사취득과정 A>와 4개월짜리 <(산대특) 가구제작기술 디자인설계과정(CAD+CAM+CNC)>을 마쳤습니다. 이게 어떤 가치가 있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지난 10개월간 쏟아부은 저의 헌신과 노력에 따른 작은 성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결과물은 바로 완성된 스무 개의 가구소품이지요. 액자, 스툴, 캐비닛, 흔들의자, 티테이블, 책장 등에 이르기까지 집안 곳곳에 흩어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직접 만든 가구 소품들이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입증해주고 있는 데요. 돌아보면 시간을 들여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 경험은 중학교 미술시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여권 가죽 케이스, 도예, 분갈이와 같은 원데이 클래스 경험 정도는 있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민하며 일희일비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사부작사부작 머리와 손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결과물을 창조한 데서 오는 성취감이 제 안의 잠재된 창작 욕구를 건드린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저의 최애 가구인 흔들의자처럼 나름 잘 만든 성과로 인해 자연스럽게 자기 효능감도 높아졌고요. 또한 창고에 둔 트리머를 포함한 다양한 수공구들과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각재들. 경제적으로 투자를 한, 정량적으로 눈에 보이는 작은 성취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정성적인 성취가 더 크다는 것은 입 아프게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요. 목공에 대해 1도 몰랐던 제가 (심지어 드릴도 이번에 처음 잡아본 제가) 목재에 대해 이해를 하고 톱, 대패, 끌을 사용해서 짜맞춤 방식으로 가구를 만들었으며 앞으로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기초적인 역량을 쌓았다는 것, 과정평과형 최종 점수가 90점은 넘었으니 나름 대단한 성취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CAD, 퓨전 360, Aspire, 스케치업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익히고 다룰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전형적인 문과생의 길을 걸어왔기에 이런 프로그램에 노출될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시험과 과제 등을 통해 이제는 어느 정도 능숙하게 가구 디자인을 하고 제작하는데 활용 가능한 수준이 됐습니다. 레이저 각인이나 소형 CNC 기계를 직접 사용할 줄 아는 것도 실습을 통해 익혔고요. 이젠 드릴도 사용할 줄 알게 됐고 겨울에 혼자서도 난로에 불을 지피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10개월 동안 가장 큰 성취는 "사람"을 얻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막에 외롭게 혼자 서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얻으며 서로 돕는 과정을 통해 마음 든든한 '동료애'가 생겼거든요. 특히 지쳐서 멈추고 싶을 때 달려와 도와주던 손길들을 잊지 못합니다. 누가 목공은 혼자 할 수 작업이라고 했나요? 10개월간 얻은 깨달음 중에 하나가 목공은 협동의 작업이라는 점입니다. 비록 이 과정은 끝났지만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고 인연의 끈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제가 얻은 정말 값진 수확입니다.


과정평가형 최종 점수.png 과정평가형 과정 최종 점수 © 2023 킨스데이



[목공으로 잃은 것]

정량적 손실: 줄어든 소득

정성적 손실: 손목의 통증과 엘보, 분진 흡입, 피로 누적과 수면 부족, 소홀했던 인간관계

얻은 것이 있다면 당연히 잃은 것도 있습니다. 10개월 동안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풀타임으로 목공을 배우느라 사실 소득활동을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 기간에 커리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코칭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요. 하지만 평일에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씻은 뒤에 두 시간 동안 줌미팅을 하는 것은 쉽지는 않았습니다. 코칭은 경청과 질문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크게 소비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거든요. 제가 평소에 좀 몰아쳐서 집중하는 스타일이긴 해도 이런 '듀얼 모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다소 벅차기도 했지만 책상 달력에 연필로 x자로 마킹하면서 "오늘도 해냈어" 하면서 버터 냈습니다.


줄어든 소득이 정량적 손실이라면 정성적 손실에는 건강과 관련된 요소와 인간관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저 평가 점수를 잘 받으려고 오른쪽 손목과 팔꿈치를 무리하게 사용해서 톱질과 끌질을 했던 것을 지금도 후회합니다. 아직까지 손목 통증과 엘보로 스트레칭도 조심하게 하고 계속 마사지를 해주고 있는데요. 지난 10월 가구제작산업기사 자격증 시험도 포기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지랄 맞은 승부욕 때문에 몇 개월 간 불사르며 매진할 제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워워워~ 스스로 자제한 것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10개월간의 분진 흡입으로 호흡기관 상태도 아마 나빠졌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동안 KF94를 지겹도록 매일 착용하고 때로는 방진마스크도 끼면서 나름 방어를 했지만 눈, 코, 입, 귀로 흘러들어오는 먼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집에 가서 거울을 보면 눈곱처럼 눈에도 분비물이, 코를 풀면 코에도 분비물이 나오더라고요. 심지어 핸드폰 소리가 잘 안 나와서 왜 그런가 봤더니 충전기를 끼우는 구멍에 나무 분진들이 소복이 쌓여있어서 에어프레셔로 제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더니 당연히 소리가 잘 들리더라고요. 몸을 쓰는 작업과 숨 막히는 출퇴근 러시아워의 지하철에서 시달리며 피로가 누적되었고 수면이 부족해지면서 주말에 사람을 만나고 여가 생활을 하기보다는 소파에 퍼져 누워있던 시간이 더 많았는데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인관 관계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사전에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요. 이로 인해 저절로 관계의 우선순위가 정리되는 이점도 있었습니다만.


직접 뽑은 베스트 포토제닉_테이블쏘 작업 전 초집중하는 모습 © 유니크마이스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보낸 목공 입문 10개월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데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성숙해지고 성장했다는 느낌이 큽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듣는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그동안 제가 함께 일했던 분들과는 많이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평가를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했던 10개월의 여정. 적응력, 창의력, 추진력, 실행력, 소통 능력, 집중력, 문제해결능력, 의사결정력 등 다양한 역량들이 크고 작게 개발되고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목공의 매력인가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목공을 하시나 봅니다. 저는 앞으로도 요리, 퍼마컬처 등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꾸준하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려고 하는데요. "목공도 했는데 다른 것도 할 수 있지"하는 자신감과 "목공도 힘들었는데 다른 것은 얼마나 더 힘들까"하는 상반된 감정이 교차하더라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결코 '쉬운 꽃길'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다채로운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저의 보석 같은 자산이 되어 언젠가는 시너지를 내면서 빛을 보는 날이 올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거든요.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고 제 속도로 꿋꿋하게 나아가려고 합니다. '100세 인생'이라고 한다면 저는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많거든요. 그러니 지난 10개월간 배운 목공 스킬도 제 일상에서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활용되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작품이 무엇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끝으로 10개월간의 목공 입문의 여정을 이끌어주시고 함께해 주신, 그리고 지지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호명을 하면 이름이 빠졌다고 섭섭해하는 분들이 꼭 계실 수 있어 뭉뚱그려 감사드린 점 미리 양해 요청드립니다. 저의 주절주절 목공 일지도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고 라이킷 눌러주신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목공의 길을 걷고 계신 모든 분들께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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