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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y 20. 2024

웬만한 것은 다 있는 뉴질랜드의 당근마켓, 트레이드미


  9년 전 미국 워싱턴 DC에서 처음 살림살이를 장만해야 할 때 나에게 구세주 같았던 중고거래 사이트가 있었다. 바로 '크레이그리스트 (Craigslist)'다. 여기서 중고 이케아 서랍장과 책상의자, 흔들의자, 전신거울, 조명과 같이 생활필수품을 저렴하게 구매했다. 여기에 더해 가구나 소품들을 무료 나눔 하는 동네 사이트에서 원목 탁자와 꽃병들을 얻을 수 있었다. 원목 탁자는 우버를 이용하기에 거리가 다소 애매해서 직접 걸어가 픽업했더니 며칠 동안 팔이 뻐근하게 아파서 끙끙댔던 기억이 있다. 이 밖에도 동료들과 교회 지인들이 주방용품들을 무료로 나눠주셔서 무리 없이 잘 정착할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당근마켓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없어서 이런 플랫폼을 보유한 미국인들이 부러웠다.


 그 이후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당근마켓이 생겨서 2020년 오피스텔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사를 나갈 때에 해당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 책과 가방, 청소기 등 팔만한 것은 모두 처분했다. 특히 드라이플라워와 꽃병을 무료 나눔 할 때 어떤 멋쟁이 할머니가 오셔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트레이드미 첫 화면 (이미지 출처: https://www.trademe.co.nz)


 뉴질랜드에도 이와 비슷한 중고거래 사이트가 있다. 바로 이름도 심플한 ‘트레이드 미(trademe)’이다. 뉴질랜드 최대 경매 & 중고거래 사이트답게 카테고리도 꾀나 다양하다. 펫이나 가축, 울타리와 목재 카테고리도 있다. 심지어 크록스도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집이나 땅도 사고팔고 채용정보도 얻을 수 있다. 수수료 없이 무료로 포스팅할 수 있는 날에는 트레이드미만 붙잡고 한나절을 보내기도 한다. 수수료가 대략 8% 정도라  이런 이벤트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사용 방식을 보면 당근마켓보다는 이베이 스타일에 좀 더 가깝다. 잘만하면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저렴한 가격에 득템도 할 수 있어 유용하다.


  특히 건축가인 친구는 여기에다 컨테이너로 만들어 자연재해와 내구성이 강한 모듈형 집을 판매하기도 하고 에코빌리지 커뮤니티 멤버를 찾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또한 이 사이트를 통해서 중고차도 샀다. 그 밖에도 안 쓰는 기계를 팔았다. 하루는 자전거 거치대를 사서 픽업한다고 하길래 동행한 적이 있다. 동네 이름이 비슷비슷해서 중간에 약간 헤맸다. 몇 차례 전화통화 끝에 해당 주소에 도착하니 판매자가 창고에서 자전거 거치대를 꺼내주었다. 이미 값은 지불했기 때문에 뒷좌석에 싣고 “땡큐. “ ”굿바이”하며 우리는 자리를 떴다.


  2021년 기준 트레이드미의 액티브 유저가 5백만 명이라고 하니 뉴질랜드 전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플랫폼으로 봐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회원 수 20명에서 이렇게 성장해 엑싯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공산품을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중고 제품을 사고팔며 고쳐 쓰고 오래 쓰는 것에 익숙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서 온 워킹홀리데이 비자 홀더들은 플랫을 구할 때 이 사이트를 많이 이용한다. 물론 사기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현금 송금을 원하거나 택배 거래를 요구하면 나중에 물건을 못 받더라도 보상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


뉴질랜드 자연에서 힐링을 하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PIXABAY) 

  

  나는 아직 눈팅만 하고 있는데 주로 땅을 보고 있다. 언젠가 자연 뷰가 멋진 곳에서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로망이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그곳에 리트릿 공간도 만들어서 번아웃되고 몸과 마음의 쉼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리트릿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작고 느슨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싶다. 이게 내가 뉴질랜드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다. 물론 당장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이런 장기적으로 머나먼 꿈을 실현하려면 돈을 굉장히 많이 벌어야 하는 상황이고 아직은 언감생심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예전에 드라마 <월간 집>에서 집을 사는 남자 역할인 김지석 배우가 ”임장이 중요하다 “고 집 없는 여주인공에게 강조했듯, 온라인상에서 나마 많이 보면 볼수록 뉴질랜드의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고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목표가 시각적으로 분명할수록 내가 오늘도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계속 달려야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말 나온 김에 이따 저녁때 새로운 매물이 올라왔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언젠가는 작고 느슨한 커뮤니티를 통해 웰빙 라이프 추구를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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