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기차역에서

by 김대식

꿈을 꿨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을 떠나 택시를 타고 한적한 기차역에 내려 새벽에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가는. 실제 저의 이야기 내용이기도 한 그런 꿈을 꿨습니다. 그것이 왜 꿈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것은, 그 꿈에서 제 가방이 열려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실에서 살아가면서, 가방이 열려있다라는 기시감을 강하게 느끼고 손에 물건이 있건, 가방이 얼마나 무겁건 가방을 앞으로 돌려 가방이 잘 닫혔는지를 확인합니다. 방금 확인했어도 늘 계속해서 확인을 하기도 하고, 가방을 바닥에 놔두고서도 확인합니다. 가방이 열려있다라는 왠지 모를 의심과 기시감은 제가 계속 가방이 열려 있는지를 확인하게 합니다. 갈 수 있는 대부분의 상황에 미리 화장실을 들리거나, 하품을 하듯 눈을 감고 목을 조여 긴장을 푸는 저의 방어적 습관처럼, 가방이 열려있다는 기시감으로부터 가방을 앞으로 돌려 잘 닫혀있는 지를 확인하고 그 다음 또 그 기시감을 느끼는 이 행위는, 저에게 있어 이제 고정된 행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한 꿈은, 현실의 저와 구별되는 것이었습니다. 늘 느끼는 기시감으로부터 가방이 닫혀있다는걸 확인하게 되는 현실의 상황과 다르게, 그 꿈에서의 가방은 열려있었습니다. 또 꿈인걸 알수 있는 것은, 가방이 열려있다는 것을 눈으로 본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그 상황에서 저에게, 가방은 열려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늘 확인하고 닫는, 닫혀있음의 상태를 확보하는 물건인 나의 가방은 그 꿈에서 그저 열려있었고, 저는 그것을 확인도 하지 않은채, 그것이 열려 있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꿈의 어느순간 가방이 열려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차에 타고 내리며 가방을 벗고 입긴 했지만, 가방이 열렸는지 닫혔는지 눈으로 본 적은 없었고, 가방은 어느순간 열려있는 상태였습니다. 가방이 열려있다라는 걸 알게된 제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가방이 언제부터 열려있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방에 무엇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가방을 돌려 닫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기차에 내려 계단 앞에 가만히 서서 어색함을 느꼈습니다. 호기심과 별개로 내 가방의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저는 이제 알 수 없을 것을 느꼈습니다. 차고 건조한 공기와 출근길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지나감을 느꼈습니다. 가방에 기존에 뭐가 있었는지를 어렴풋 떠올린다 하더라도, 가방이 언제부터 열려있었는지 몰라,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떨어진 후에서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느꼈습니다. 지금 가방을 앞으로 돌려 내용물을 확인하고 가방을 닫아봐야, 이미 내 아끼던 것은 떨어진 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언제부터 무언가를 잃어버린 채로 살아왔을지, 도무지 알지 못함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래서 거기에 서있었습니다. 꿈이라는 걸 아는 듯 모르는 듯, 꿈인걸 알려주듯, 가방이 열린 그 채로, 출발할지 했는지 모를 제가 타고온 기차를 등지고, 저는 거기에 서있었습니다. 제 가방은 언제부터 열려 무엇을 떨어뜨렸을지, 저는 알 수가 없어서 거기에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무엇이 있었는지, 다 있다면 내가 잊은 것이 없는지, 언제부터 무엇을 내가 잃어 버린 후 살아왔는지, 저는 왜 알 수 없는 이들을 고민하고 걱정하는지, 또 알 수가 없어 왜인지도 모르게 거기에 서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에 서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