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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원석 Jan 30. 2020

0. 연재의 배경과 목적

연재의 배경과 목적


(1) 주제 선정 배경

인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속된 시간 속에서 살아가며 업적과 경험을 남긴다. 이러한 개인의 업적과 경험이 민족과 국가 단위로 세대를 걸쳐 축적되면 우리는 이것을 역사라 부른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하며 후대에 남기는 것일까? 역사가 단순히 과거에 대한 기록이라면 현재와 미래에는 무슨 의미와 유익이 있기에 이토록 인간은 역사를 쓰고 읽는 것인가? 이에 대해 저명한 역사 학자 E.H.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 하였다. 다시 말해 역사란 과거에 발생했던 객관적 사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서 해석을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통찰력과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써야 하고 그것을 후대에 교육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특히 근현대로 들어오면서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 한국전쟁, 한반도 분단 상황 등 국가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외부적인 힘의 원리에 의해 파괴되고, 왜곡되며, 회복하고 적응하는 단계를 반복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부자연스럽고 비극적인 역사의 굴레 속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압축 성장을 이뤄왔으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세계인들의 손에 한국의 스마트폰이 들려있으며 한국의 자동차가 모든 대륙을 누비고 있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광고를 외국의 TV에서 보는 것이 이제는 놀랄만한 일이 아닐 만큼 한국의 물질적․문화적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력의 선두에는 한국의 디자인이 있다. 국내를 넘어서 세계에서 보아도 손색이 없으며 오히려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하는 한국의 디자인, 그러나 역사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국 디자인 역사에 대한 연구의 부재(不在)는 교육 현장에도 이어져 서양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역사의 시각으로 우리의 디자인을 해석하여 주체적인 통찰력을 얻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한계를 만날 수밖에 없다. 이에 역사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최범은 그의 저서에서 두 가지 기능이 있다고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역사는 기록을 통해 공동체의 기억을 보존함으로써 공동체를 재생산하는 기능을 하며, 또 성찰을 통해 공동체의 새로운 발전을 촉구한다. 그러므로 정당화로서의 역사는 보존적 욕구를 반영하며 성찰로서의 역사는 도전적 욕망을 자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사실을 바라보며 공동체가 이룬 업적을 되새겨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며,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성하여 미래를 위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길을 제시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에 저자는 한국의 현대 그래픽 디자인 역사에 대해 연구하였고, 이 논문에서 정리한 10가지의 특징적 주제들에 대하여 시리즈로 연재하고자 한다.


(2) 연재 대상

디자인은 인간의 문화이며 문명이다. 인간의 삶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하고자 제품으로 고안되어 활용되기도 하고 건물의 형태로 삶의 공간이 되기도 하며 책이 되어 지식과 감성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하나의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제품디자인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패키지와 지면 광고와 같은 그래픽디자인도 있어야 하고 TV광고와 같은 영상 디자인도 있어야 하며 그 안에 탑재되는 GUI 디자인도 결합되어야 한다. 이처럼 디자인의 각 영역은 하나의 분야에서 머무르지 않고 일체화 되어 서로 영향을 준다. 때문에 정형화된 분류법으로 디자인의 분야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광의적인 의미의 ‘디자인’ 영역을 연구 대상으로 삼기에는 깊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본 연재에서는 다음과 같이 범위를 제한한다.

- 연재대상: 대한민국 현대 그래픽디자인 역사
- 시간적 범위: 1980년~2010년 (31년간)
- 디자인영역: 그래픽디자인

위와 같이 연재의 대상을 한정한 것에는 각각의 의도가 있다. 시대적으로 현대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서양 디자인사의 주요 주제인 산업화와 모더니즘, 다양한 디자인 분파와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일련의 발전 과정이 한국에서는 적용될 틈 없이 현대에 이르러 한꺼번에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 디자인의 역사는 사실상 현대 디자인의 역사라 볼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30년을 시간적 범위로 제한한 이유는 80년대가 군사 독재정권이 종식되고 민주화가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시장과 디자이너의 필요와 의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 자료

이 연재에서 제시하는 자료군은 다음 두 가지이다.

- KIDP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1980년 ~ 2010년까지의 수상작
- 월간《디자인》 1980년 ~ 2010년까지의 잡지 기사 속에서 제공된 이미지

위의 두 가지 자료군을 선정한 이유는, 두 자료 모두 연재 대상 기간을 커버하는 디자인 전 영역의 작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공신력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료(史料)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수상작의 경우 시대를 주도하는 작품성 있는 디자인이라면, 월간《디자인》의 기사 속 디자인은 실무 디자인 작업물 중 많은 관심과 가치를 인정받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본 연재의 기반 자료로 활용하기에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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