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편 _스타트업의 신규사업
요즘 부쩍 이사님들과 대표님의 회의가 잦아지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바쁜 건 참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만큼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니깐...^^
물론 자세한 어떤 사업 확장에 대한 내용인지는 윗분들의 이야기이므로 알기 어렵지만
곧 바빠올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시점이었다.
벤치마킹을 대하는 자세
우리 회사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회사이다 보니 정부지원의 투자를 받아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이 많다.
회사 자체 기술도 있고 투자도 넉넉하게 받아뒀지만 이대로는 방심하고 있을 수는 없는터,
대표님과 이사님들의 회의가 잦아지는 이유는 신규사업과 관련된 아이디어였으리라
어느 날 나에게 찾아온 미션 하나.
"과장님 우리가 부동산 빅데이터 회사이니 이 데이터를 이용한 P2P 신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국내 및 해외의 P2P 시장과 홈페이지, 로고 등에 관한 디자인 리서치 좀 부탁해요"
그렇게 시작된 시장조사. 그동안 배워둔 구글링 실력과 어설픈 영어로 P2P업체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P2P라는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이자를 많이 준다고 해서
내 돈을 신생업체에 맡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해외는 생각보다 엄청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랬다. 해외의 스타트업 사례는 곧 국내에 닥칠 트렌드였다.
영어로 쏼라쏼라 돼 있는 것들 중 눈에 익은 몇 단어만 야금야금 읽어가며 내용 파악을 하는데
P2P라는 게 생각보다 좋은 이미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선진 기업들의 홈페이지를 볼 때 느껴졌던 신뢰감 때문이리라..
홈페이지를 하나하나 캡처를 뜨고 로고도 눈여겨보고 페이지 구성은 어떻게 돼있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소통 언어는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시킨다고 하나만 하다간 삽질로 낭패 보기 십상!! 하나만 하지 말고 여러 개를 동시에 한꺼번에!!.... 가
그동안 내가 삽질하며 배운 교훈이다. 데헷^^)
문서 정리를 할 때 상대방이 보기 쉽게 구분을 잘 하고 캡처도 예쁘게 잘 뜨고
또한 개인 의견까지 첨부를 하기 시작했다.
의견을 첨부할 때는 디자이너란 사실을 잊지 말고.. 다양한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로고, 컬러, 레이아웃, 타이포, 사용성, 느껴지는 이미지 등등
그렇게 정리하다 보니 디자인 벤치마킹 때 캡처만 툭툭 받아서 폴더에 구겨 넣어두고
참고로 보려고 할 때면 애를 먹었던 내가 생각났다.
'시간 날 때마다 이렇게 자료를 정리해야겠구나'
이렇게 일도 하고 스스로 깨닫고.. 벤치마킹.. 얼마나 좋은가!!
내가 다니는 회사, 케이앤컴퍼니의 장점은 시간을 넉넉히 준다는 것이다.
옆에서 보채거나 마감에 쫓겨 대충대충 작업하게 됐었던 과거와는 달리
여유 있게 차 한잔 하며 리서치도 하고 개인 생각까지 넓힐 수 있어 너무 좋은 것 같다.
대신 내면의 타협은 없다. 맡은 분야나 업무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해야 된다.
어딜 가나 장단점은 있지만 나는 이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자 나를 유연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이다.
자료를 다 모아놓고 보니 해외와 국내의 SNS 홍보시장과 신규 사업 시
채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알 수 있었던 것은 페이스북의 파급력!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페이스북에서 엿볼 수 있었다.
자료조사가 끝났으니 이제 본업으로~
열심히 벤치마킹한 자료를 이사님께 브리핑을 했고
이사님은 자료조사는 충분하니 이제 시장조사를 토대로 네이밍과 로고 타겟팅을 잡아야 한다는 미션을 주셨다.
브랜드 쪽은 처음이라 감이 잘 오질 않았던 나의 낯빛을 보셨는지..
이사님은 종이를 한 장 가져와 그림을 그려가며 리서치 분석방법에 대해 알려주시기 시작했다.
"이거를 사분면으로 나눠서... 배열하고.. 접점을 찾다 보면 타케팅이 명확해질 거예요"
그렇게 이사님께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개인 레슨(?)을 받고 나서
나는 나의 자료를 분리를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사님 조사한 로고들이요. 벽에다 붙여도 돼요?"
"좋네요. 그렇게 합시다. 문구 가서 마스킹 테이프 사 와서 벽에 붙여봐요. 다들 지나가면서 볼 수 있고 좋네요"
그렇게 시작된 로고 작업.
직접 리서치한 결과물들을 자르기 쉽게 한판에 프린트를 했다.
그렇게 모아둔 로고 프린트 뒤에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양면 접착제를 발라놓고 칼질을 시작했다.
(다 자른 뒤에 양면 접착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이럴 땐 미리 접착을 시켜놓고 자르는 게 최고!)
그다음에는 마스킹 데이프로 4분면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다음에는 분류기준을 잡기 시작했다.
넓은 벽을 이용해서 분류기준으로...
1. 국내 vs 해외
2. 금융 연계된 네이밍 vs 금융연계 안된 네이밍
3. 로고의 형태가 부드러운 것 vs 딱딱한 것
4. 로고의 색상이 난색인 것 vs 한색인 것
이렇게 구분을 지어놓고 아까 잘라둔 프린트 조각들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벽면에 붙여놓고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니 어떤 식으로 네이밍을 잡아야 할지
대략적인 사이즈(?)가 나오기 시작했다.
분류를 하고 보니 금융 연계해서 나오는 네이밍이 대부분이었고
신뢰를 주기 위해서 인지 딱딱한 형태의 로고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난색과 한색으로 극단적으로 갈리는 양상도 보였으며
직관적인 네이밍이 더 많은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공모전 시작합니다
혼자 네이밍을 생각하기엔 내 머리가 양철통인지라 도저히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공모전이라는 단어가 생각났고, 네이밍 관련해서 자유공모를 하는 게 좋겠다는 디자인팀의 판단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네이밍 공모전!
한쪽 벽면에 공모전을 알리는 커다란 문구를 써넣고, 대표님께 10만 원 문화상품권 협찬도 받아냈다!
직원들이 써 붙이기 쉽게 포스트잇과 필기도구들도 비치해놓았다.
그리고.. 약간의 협박(?!)도..ㅎㅎ
"하나씩은 씁시다! :)"
그렇게 만들어진 공모전.
역시 나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명의 머리에서 나오는 네이밍 아이디어들은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이제 생각해보니... 10만 원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직원들은 왔다 갔다 하면서 붙이기 시작했고, 출근을 하면 할수록 벽면의 포스트잇의 양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 명의 힘을 빌어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도 새삼 느꼈다.
굳!!!!!!!!!!!!!!!!!!!!!!!!
이 과장. 아주 칭찬해~~~(셀프칭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