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엄마를 해 시리즈
어떠한 글을 통해 나를 남겨보겠노라고 굉장히 많은 기간 동안 수많은 글을 작성하고 지우고 숨기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했다.
시리즈를 완성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딱히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서였다는 것을 깨닫고 글에 대한 미련을 고이 접어둘 즈음, 아이가 생겼다.
때는 석사 3학기가 중반기에 들어갔을 때, 가을기운이 올라와 저녁에는 코끝이 시린 쌀쌀함이 느껴질 때였다.
석사 기간 중 아기를 가질 계획이 있었고 졸업논문도 제시간에 완성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나였지만 임신 기간 동안 오래 자리에 앉아 수많은 논문을 읽고, 사용자 실험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만삭의 배로
졸업논문 심사를 어떻게든 받았고
2주일 뒤 출산을 했다. 아니 해냈다!!!
다행히도 임신이나 출산의 과정에 큰 이벤트 없이 굉장히 건강한 편이었던 나였기에 회복도 빠르게 했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힘듦이 찾아왔다.
대기업 퇴사 후 우당탕탕 체계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시장에서 생존하는 법을 익혔고, 뒤늦게 입학한 석사도 몰입해서 즐기며 살았기에 업과 공부를 통래 경력을 쌓던 내 삶을 내려놓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임신과 출산에 의해 단절될 나의 경력이
돌연 공포로 다가왔다.
웃픈 이야기지만 내가 또래대비 체력이 좋아 비교적 빨리 신체가 회복된 것이 정신적으로 더 큰 괴로움이었다.
빠르게 사회활동을 복귀하고 싶어도 출산한 산모는 절대 안정이 요구되기 때문에(그리고 당연하다) 평소에 좋아하던 운동도 참아야 하고, 못하는 게 많아 괴로웠다.
외부 산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조리원이 갑갑해 충동적으로 조기 퇴소까지 해버렸다.
쓰다 보니 다른 면으로 (..?) 굉장히 유난스럽고 고생한 산모였던 것 같다. 물론 육아가 마냥 쉽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감정으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아기를 보며 엄마가 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몇 번을 생각했다.
다행히도 육아를 보조하고, 도와주는 식구들이 많은 편이었기에 더욱 빠른 복귀를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시터님이나 산후도우미님이나 입을 모아 ‘얘는 정말 순하네요.‘라고 인증(?) 받은 아기를 키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아 자체가 아주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많은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마음에 거실에 누워 엉엉 운 적도 많다.
내가 지금까지 공부해 온 것이 한순간에 아무 성과 없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 나는 직장이 없는 상태로 출산을 했기에 육아휴직도 아니므로, 자칫 잘못하면 쭉 쉬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였다.
지나고 보면 과한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출산 후 4개월 뒤부터 원래 일했던 클라이언트가 연락이 와서 짬짬이 시간을 내서 프리랜서 업도 다시 이어갔고, 지금은 대학강의도 나가고 있다. 걱정한 것과 달리 감사하게도 잘 풀렸는데 어쩌면 그 당시 산후우울증이 저런 식으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결론적으론 나만의 특별한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창업까지 하게 되었다...!!!!!
(갑자기요..?????)
출산 후 3개월 차에 내 커리어에 대한 우울감은 극에 달 했는데, 그때부터 석사 때 조금 연구하다가 잘 풀리지 않아서 던져놨던 프로젝트를 다시 손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여차저차 예비창업가로 이끌었습니다만..? 분량 조절 실패로 다음 글에서 본격 창업 얘기를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