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 존경받고 추앙받고, 추한 건 멸시당해.

디자인어랑 산책갈까

by 디자인어

“내가 뭐 아름다운 거, 추한 거 그런 거 구분 못 할 것 같아?”


“아름다운 건 존경받고 추앙받고, 추한 건 멸시당해.”


영화 〈얼굴〉은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이 한 사람의 세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임영규(권해효)는 조롱과 멸시 속에서 살아왔고, 어느 날 뜻밖의 다정함을 베푸는 정영희를 만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너무 예쁘다”며 부추기고, 그는 그 말만 믿은 채 상상 속의 아름다움을 그녀에게 입힙니다.


그는 설렘을 품고 고백했던 말을 친구에게 자랑합니다.
“같이 살자고 했더니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 그러쟤! 하하하.”


하지만 뒤늦게 세상이 규정한 ‘그녀의 외모’를 알게 되자 그는 혼란에 빠집니다. 조롱, 멸시, 모멸감의 기억이 폭포처럼 쏟아지며 그는 결국 타인의 시선이 만든 ‘아름다움의 기준’에 짓눌려 사랑도 삶도 무너져버립니다.


엔딩에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던 정영희의 얼굴이 공개됩니다. 그 장면을 보며, 오히려 얼굴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았다면 더 강한 여운이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감독의 선택은 설득력 있습니다. 그녀를 ‘추녀’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온전한 인격체로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한 시도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관점은 같은 지점으로 수렴합니다.

‘아름다움의 본질은 무엇인가.’



반면 한강 작가의 소설 『희랍어 시간』은 아름다움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드러냅니다.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을 잃어버린 여자는 결핍 속에서 더 깊이 서로에게 스며듭니다.


소설은 이렇게 말합니다.“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보이는 것에 갇혀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또한 희랍어의 정의를 빌려 아름다움의 깊이를 설명합니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어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고결한 것이다."


고대 희랍인들에게 아름다움·어려움·고결함은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관념이었습니다. 마치 ‘빛’이라는 단어가 밝음과 색채를 함께 품고 있었던 것처럼, 아름다움도 감각·윤리·존엄이 통째로 결합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두 작품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얼굴〉은 외형만 남은 아름다움의 폭력을 보여주고, 『희랍어 시간』은 존재 전체로서의 아름다움, 결핍 속에서 깊어지는 통합된 감각을 보여줍니다.


이 대비는 디자인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어떤 디자인은 그저 예쁜 표면만 남고, 의미와 태도가 비어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디자인은 단순해 보이더라도 구조·언어·경험·윤리가 모여 ‘전체적 아름다움’을 이룹니다.


결국 아름다움은 시각적 미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는지,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비워두는지, 어떤 태도로 사용자를 대하는지에서 결정됩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기준으로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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