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못다한 이야기
취업뽀개기에 성공한 IN과 대학원에서 노예 생활하는 RB을 만났다. IN의 최종 합격에 대한 감사, 축하 인사와 대학원 4차수에 접어드는 RB의 논문 얘기, 나의 크게 다르지 않은 요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주 대화 소재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IN의 1년 반 동안의 취업 준비 뒷이야기였다.
IN은 졸업 후 40회가 넘는 입사 지원, 10번의 서류 합격, 6번의 최종 면접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작은 회사들의 지원 건과 입사 제의 건들은 제외했다는 IN의 뉘앙스에서 실제 지원 건수는 족히 50회는 넘는 듯했다. 최종 합격한 00회사도 6차례 중복으로 도전했고, 그중 2번의 최종 면접 기회 끝에 취업에 성공했다.
마침내!
"IN님 중학교 때부터 살아온 얘기를 해주세요."
스타트업과 기업, 프로덕트 종류와 컬처핏(조직 문화 적합성)에 따라 면접 과정에서 질의는 차이가 있었으며, 채용 담당자는 지원자가 답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지, 자기 주도적인지, 우리 회사와 정말 적합한 사람인지 등을 판별하기 위해 끊임없이 집요하게 반복 질의했다고 했다.
"교수님, 저는 컬처핏이 제일 어려웠어요."
자기소개서, 이력서 등의 서류 과정과 실무 과제, 포트폴리오는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일정 궤도에 안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컬처핏은 혼자만 노력한다고, 단기간 준비한다고 되는 것 같지 않아, 외부 인적자원의 도움을 받아 관련 스터디를 오랫동안 했다고 했다.
취업은 결국 꾸준하고 성실한 과정이 이기는 게임이다. 지원자가 단거리 달리기, 벼락치기처럼 취업을 바라보는지, 꾸준하고 성실하게 오랜 시간 준비하며 단단하게 성장해 온 사람인지를 판별하는 게 채용 담당자들이 하는 일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본인의 일을 잘 해내고 싶어 한다.
"자기 파괴 과정이 있어야 하고, 겸손하고 정말 꾸준해야 하는 것 같아요."
IN은 취업 준비 초기에 어렵게 잡은 면접 기회들을 허무하게 날렸다고 했다. 겸손하지 못한 너무도 자신만만했던 자기과시가 탈락으로 이어졌다고 반성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내 명대사처럼 오만은 타인이 나를 좋아할 수 없게 만든다. 쓰디쓴 실패는 반복됐고, IN은 오만과 자기중심적 관점을 내려놓는 인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자신의 역량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바닥을 맛보고, 산산이 깨지고, 파괴되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더욱 단단하고 겸손하게 1년 반 동안 성장한 것이다.
결국, 취업 준비 과정에서 살아남는 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의 문제다. 바닥에 머물며, 산산이 깨지고 부서지는 반복되는 실패를 맛봐도 자신의 회복탄력성을 믿고, 담금질과 풀무질로 한층 더 쓸모 있는 쇳덩이가 되어, 도전을 이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IN은 그렇게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길어지는 공백만큼 커지는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참을성과 끈기를 잃고 스스로 자멸하고 만다. 제아무리 영민하고 총기 있던 학생도 1년 이상 취업을 못 하면 자아도 세상도 움츠러들고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중꺾그마' 라고....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얼마든지 꺾여도 괜찮다는 마음 하나 있으면 그 마음이 믿음이 되어서 실체가 없던 것이 실체가 될 수 있도록 엔진이 되어줄 거라고."
"제가 <거미집>에서 정말 사랑하는 대사가 있는데요. 김기열 감독이 '내가 재능이 없는 걸까요?'라고 말을 할 때 그 대답을 해주세요. '너 자신을 믿는 게 재능이야. 그게 재능이지' 믿음이라는게 나 말고 다른 사람을 향해서 믿음을 줄 땐 그게 너무 응당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다운 마음 같아서 너무 믿어주고 싶은데, 나 스스로에게는 왜 그렇게 힘들어지는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저는 영화에서 그 대사를 들을 때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을 믿어줄 수 있는 마음만큼 나 스스로도 또 믿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혹은 내가 누군가를 믿어주지 못하겠다 싶을 때 나를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믿어주고 싶어요."
전여빈 배우의 제44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소감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청춘에게 얘기하고 싶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