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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정 Jul 20. 2021

네모난 UI 인터페이스에 갇혀버린 디자이너들에게

훌륭한 UX는 좋은 UI가 아닌 '경험'을 만듭니다

저는 UX/UI 디자이너예요.
네모난 핸드폰 속의 네모난 화면을 디자인하고 있답니다.


UX/UI의 정의를 간단히 정리했다. UX는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UI는 UX를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즉, UX/UI는 오로지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사용자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올 초에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사용자의 편리를 위해 디자인된 UI가 오히려 그들에게 더 많은 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이 책, 뭘 말하려는 걸까?
책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는 골든 크리슈나가 집필한 책으로, 사용자 경험을 품은 가장 최소한의 인터페이스 디자인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에게 되려 더 많은 노동을 가져다줬다고 한다. 모순적인 제목이 눈에 띄어 구매했는데, 카피만 보고 책 내용을 상상했을 때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나 : 그렇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인터페이스 자체가 부정적인 걸까?

저자 :  전혀 아니다.


저자는 무조건 인터페이스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스크린 중심’ 사고에 빠져있는 현 상황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당장 네모난 화면을 디자인해야 하는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실무에 바로 사용되진 않겠지만 인터페이스에 대한 다른 사고방식을 열어주었달까. 책에서 세 가지 문장이 기억에 남아 적어본다.   



1. 좋은 디자인이란 좋은 경험을 만드는 것

 좋은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한다. 훌륭한 UX는 좋은 UI를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이 문장은 내 디자인 철학과 100% 일치한다. 사용자에게 핵심 메시지를 주어 더 나은 경험을 만드는 것이 좋은 UX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렌디함과 미적인 요소만 따라가다간 자칫 사용자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놓쳐버리기 쉽다.
 


2. 화면에 집착하지 마라

화면에 집착하지 말고 일상적인 우리의 행동을 받아들이자. 습관적인 사각형이 아닌, 세련된 솔루션을 찾아나가자.

습관적인 사각형 화면에 집착하지 말고’라는 문장은 내게 큰 꾸짖음을 주었다. 입사 후 1년간은 눈앞의 네모난 화면 디자인 하기에만 급급했지 실제 사용자를 관찰, 공감, 이해하는 것이 부족했던 이유에서다. 변명이겠지만 홀로 디자인을 하느라 사용성 테스트를 할 여건과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물론 앱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네모 스크린을 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용자의 행동 본질 자체를 파악하는 점까지는 생각이 부족했다.


   

3. 디지털 잡일의 모순

디지털 잡일의 모순 : 사용자는 오로지 클릭을 위해 존재한다. 구세대의 낡은 것들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에게 점점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되었다.

디지털 잡일’이란 서비스 기획자가 사용자에게 ‘알람, 배지, 폴더, 시스템 설정, 확인 버튼’ 등과 같은 자잘한 업무를 부여하는 상황을 칭한다. 디지털 잡일 처리에는 모순이 있다. 일을 처리하면 처리할수록 더 많은 디지털 잡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게다가 약관을 읽는 일은 디지털 시대의 고문과도 같다 말한다. 작년에 회사에서 약관 동의 화면을 기획 및 디자인할 때도 ‘어떻게 사용자가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끔 동의 화면을 설계할까?’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 이외에도 ‘사용자가 너무 많은 터치(input 요소들)를 사용하지 않는가?’ 등 지속적으로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디지털 잡일을 덜어내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즉각적인 업무에 실현하진 못하지만 인터페이스 없는 세상을 미리 생각해 보면 어떨까? 올해 CES의 중심 중 하나인 '인공지능(AI)'이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사각형 화면이 아닌 음성, 홀로그램 등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상황에 대해 미리 그려 봐야 한다. 인터랙션과 HCI에 관심이 많은 만큼 미래에 더 흥미로운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생각에 즐겁기만 하다. 여러분도 그 미래를 함께 상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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