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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우 Feb 25. 2024

공감없이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까?

외국회사에서 UI UX 디자인을 합니다.






회사에서 소규모 네트워킹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들을 모셨는데요.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사람의 시선에서는 저희 서비스를 사용해 오셨던 유저분들께 특히 관심이 갔어요. 유저분들만을 모신 자리는 아니었으므로 서비스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 짧은 네트워킹의 순간에 전달해 주셨던 가장 큰 불편함은 역시나 서비스의 속도였습니다. 


서비스가 너무 느려요!

제가 '역시나'를 붙인 이유는 회사에 입사할 때부터 느낀 서비스의 Painpoint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서비스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느리다고 하십니다. 이벤트에 참석하셨던 어느 개발자분은 차라리 이럴 거면 앱서비스를 따로 구축하는 편이 속도면에서는 나을 것 같다고도 하셨어요. 도대체 왜 저희 서비스의 속도는 나아질 수 없는 걸까요? 



공감의 부재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공감의 부재가 가장 크다고 느낍니다. 저희 개발팀은 인도사람들입니다. 인도라는 나라를 떠올려보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인도는 언제부터인가 떠오르는 IT강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우선, 식민지배 역사로 인해 영어라는 국제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서 저임금의 IT전문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이고요. 그리고 한국인하면 자연스럽게 셈에 능한 민족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처럼 인도인이 기초 수학/과학능력이 우수하다는 점도 IT분야에 잠재적인 우수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민족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차세대 IT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도는 나름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나라 간 인프라를 비교해 본다면 한국과 차이가 커요. 


그들과 함께하는 미팅에서 개발팀 모두의 얼굴을 깨끗한 화면으로 볼 수 없었다는 것을 보면 기본적인 네트워크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헤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엄청난 현장 잡음과 자주 인터넷이 끊겨서 이야기가 중단되는 경우도 꽤 흔합니다. 어떨 때는 미팅에 참여한 팀원 모두의 화면을 꺼야 할 때도 있어요. 모니터에 팀원의 얼굴을 출력하는 것도 인도 팀이 사용하는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그들이 생각하는 빠른 속도와 평범한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빠른 속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답니다. 한국은 적어도 비용을 냈다면 인터넷이 안 터지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인터넷 인프라가 잘 되어있잖아요. 한국에서 한국의 서비스 속도를 경험해보지 않은 개발팀에게 백날 설명해 봤자 어느 정도가 느린 것이고 빠른 것인지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공감'에서 출발해야 하는 문제해결이 이렇게 첫 단추부터 끼워질 생각을 못하네요. 


그나마 이렇게 우연한(?) 계기로 유저를 만나고 피드백을 들었을 때에는 대표도 이 이슈에 꽂혀있어서 개선하려는 의지가 불타오르긴 하는데요... 비즈니스 방향성은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맞춰 가다 보면, 중요하지만 당장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우선순위에서 밀려요. 그렇게 백로그에 들어가는 이슈만 몇 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도 속도에 대한 관심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마르지 않는 대표의 아이디어 샘물 덕분에 뜨거웠던 속도 논쟁은 또 어느새 저 멀리 가버리겠죠. 


외국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언어에서 오는 어려움이 가장 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회사에 입사하고 초반에는 의견 한마디 내뱉는 것도 주저했죠. 나의 언어가 완벽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하나의 이유였죠. 더 많은 소통의 과정을 겪으며 사실상 언어는 말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크게 느낍니다. 언어는 넘어야 할 산도 아니었어요. 각자가 자라오고 살아온 문화 그리고 환경의 차이, 다른 수준으로 밟아온 교육의 차이 등 원활한 소통을 위해 넘어야 할 것들은 사실 따로 있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유저(사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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