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에서 UX UI 디자인을 합니다.
팀원들의 연이은 퇴사 후... 멀디 먼 인도에 있는 팀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홀로 남았습니다. 남에 떡이 커 보인다고 하잖아요. 부족한 것 많은 회사이지만 팀원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안 좋은 상황에서는 모두가 진짜 모습을 드러내더라고요. 놀라웠고 속상했지만 이해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생계와 연관되었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상했을 수도 있고, 제가 도와줄 수도 금방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니까요.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 약 두 달에 걸쳐 한 명씩 떠나갔습니다. 떠나가는 사람의 입에서는 결코 좋은 말들이 오가지 않습니다. 홀로 남기로 결정하고 가장 힘들었던 건 회사와 대표에 대한 험담였습니다. 팀원들은 입을 모아 대표의 잘못된 결정으로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었으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라는 재미있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제 의견은 다릅니다. 왜 꼭 우리는 누군가의 잘못을 따져야만 할까요? 나아가기 위해 선택이란 것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데, 선택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그것을 제일 잘 알거나, 선택에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대표의 결정에 따라갔다면 팀원들 중 누구도 대표보다 더 잘 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또는 책임있게 의견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팀원 개개인이 스쳐가는 말로 던진 의견을 단번에 따라가는 그런 멍청한 리더라면 저는 오히려 실망했을 겁니다. 결정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라옵니다. 그 결과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겠죠. 순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 말고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까요?
프로덕트를 디자인할 때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참을 지나고서 보면 그때 내가 왜 이렇게 디자인했지? 할 때가 있어요. UX관점에서 더 편리한 방법이 많은데 왜 이렇게 했을까 싶다가도, 당시에는 꽤나 고민했을 거거든요. 내내 고민만 할 수는 없잖아요. 나아가려면 결정은 필요하고 당시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던 거겠죠. 이미 해버린 결정 후회하면 뭐 하나요. 어떻게 하면 유저가 이 불편한 방법을 쉽게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 건강하지 않을까요? AI처럼 다수의 옵션을 고려해 최적의 방법을 단번에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참 사람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혼자가 된 지금, 오히려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제 역할이 명확해졌다고 느껴요. 회사의 운명이 어떠하든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주고 싶습니다. 또 모르죠. 다시 기회를 찾을 수도 있고요. 대표가 긴긴 출장을 갔다가 다음주면 돌아와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