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l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효율화)를 바라보는 디자이너의 시선
얼마 전, 어도비 메이크잇 행사에 다녀왔다. 세션 순서와 요즘 트렌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예상했겠지만 역시나 관건은 AI와 이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였다. 생성형 AI에 대한 체험기와 메이크잇 세션 후기는 브런치 글과 링크드인 글에서 풀어봤으니, 이번에는 [업무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서 글로 풀어보려 한다.
아마 AI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주제도 함께 물 위로 떠오른 것 같은데, 이미 여러 서비스에서 디자인의 업무 효율화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며 다양한 툴을 활용해서 업무 시간을 단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업무들을 단시간에 해결하기 위해, 또는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업무 효율화 프로젝트들을 진행한다. 표지의 이미지처럼 리소스 작업을 효율화하면, 그 외에 깊은 고민이 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더 들일 수 있다.
앞서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만들어 봤을 때, 확실히 디자인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겠다고 체감했다. 마케팅 디자이너들이 업무 시간에 어떤 일에 제일 시간을 많이 투자하냐고 묻는다면 비주얼 작업 시간이라고 많이 답할 것이다. 그만큼 비주얼에 힘을 많이 쏟고 있고, 해당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서 이미지 소스 리서치부터 이미지 보정+합성까지 공수가 어마무시하다. 근데 생성형 AI를 잘 활용한다면 이 시간을 확실히 단축시킬 수 있다.
프롬프트만 제대로 작성할 줄 안다면 (아직은 저작권 관련 문제가 해결과제 중 하나이지만) 생성형 AI로 이미지 리소스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것이고, 만약에 누끼를 따거나 배경 합성이 필요하다면 이 역시 AI로 해결 가능할 것이다. 디자이너가 뇌를 빼고 단순히 [스킬]로 작업해야 하는 부분은 AI에게 맡기고, 디자이너는 그 외에 좀 더 생각이 필요한 영역에 힘을 쏟으면 될 것이다.
이런 내용은 어도비 메이크잇 이전에도 콜로소 크리에이티브 콘퍼런스(C.C.C)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자주 언급했다. 요즘 교육 플랫폼이 많아지는 만큼(해당 콘퍼런스를 주최한 콜로소 자체가 교육 플랫폼이기도 하다) 기술은 누구나 역량을 키울 수 있으며, 이는 AI로도 대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이 기술(또는 AI)을 활용해서 스토리텔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제일 인상 깊었다. 이는 여러 연사님들 강연을 꿰뚫는 주제이기도 했다. 질문에 여러 번 AI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했고 연사님들도 여러 번 AI 얘기를 꺼냈지만 공통적인 주제는 같았다.
결국 우리는 AI를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툴로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업무 효율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툴은 점점 발전하고 있고 업무는 더욱 세분화되어서 AI로 대체 가능한 것인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지 판가름되고 있다. 디자이너는 나의 일 중에서 이 2가지 일을 분류하고, 필요하다면 시스템화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이러한 업무 효율화가 마케팅 디자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 동일한 기간만 봤을 때 업무 요청이 제일 많이 들어오면서 단순한 디자인 업무. 이만큼 업무효율화가 절실한 분야는 없을 것이다.
이미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움직임은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AI 이전에 피그마(figma)라는 좋은 툴이 등장하고 나서 이를 활용하는 디자인 부서가 많아지고 있다. 피그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쓰는 툴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까보면 모든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피그마를 자신의 업무에 맞게 잘 활용하고 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몇몇 디자이너들은 실제로 배너 베리에이션 작업 시에 피그마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미지 보정이나 합성에 포토샵(또는 생성형 AI)을 사용해야 하지만, 수많은 배너를 제작해야 하는 마케팅 디자인 업무에서 피그마는 반복작업에 매우 탁월한 툴일 것이다.
프로덕트 디자인 분야에서는 이 효율화 과제를 [디자인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디자인 시스템을 알고 있을 것이다. 토스(toss), 원티드(wanted) 등 여러 서비스에서 실제로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활용해 앱 디자인을 진행한다. 내가 처음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아마도 토스가 디자인 시스템을 언급했을 때 들었을 것이다) 토스만의 혁신적인 디자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AI가 급부상하기 전부터 업무 효율화에 대한 움직임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업무 효율화를 위한 방법이 피그마인지, 생성형 AI인지가 다를 뿐이다. 팀장님은 팀 내에서 업무 효율화에 대한 과제들을 진행할 때 [피그마]에 집중하지 말고 [업무 효율화]에 맞춰서 진행하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지금은 주변에서 AI를 제일 많이 얘기하지만, 이후에 더 효율적인 툴이 나올 수도 있다. 어떤 툴을 활용하더라도 이 모든 것이 [업무 효율화]를 위한 수단이며, AI는 이러한 움직임 중에 등장한 새로운 툴일 뿐이다.
아무리 요즘 업무 효율화를 자주 언급한다고 해도, 나는 섣불리 [업무 효율화 진행시켜!]라고 즉답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마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할 때 같은 문제로 고민할 것이다. 나는 현재 효율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마케팅 디자이너 관점에서 아래와 같은 문제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1. 정형화된 가이드에 갇혀서 모든 경우의 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디자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걱정하는 부분이 아닐까. 마케팅 디자인 같은 경우 쿠폰 다운로드, 버튼 클릭률 등의 실시간 숫자 변동에 민감한데, 이 때문에 마케터나 기획자가 기존의 디자인 시스템 룩과 전혀 다른 디자인을 요청주기도 한다. 이런 요청을 받을 때마다 나는 고민한다. “가이드대로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예외 케이스를 허용할 것인가?” 디자인 시스템대로 하자니 클릭수가 저조하다고 하고, 그렇다고 예외 케이스를 모두 열어주자니 다른 마케터들도 이런 케이스를 쓰고 싶다고 할 테고….
매번 이런 요청을 상대할 때마다 딜레마에 빠진다. 디자인 정책을 온전히 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조한 실적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이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서 디자인 시스템 운영의 중심을 잘 잡는 것 또한 이 시스템을 만든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이다.
2. 디자인 시스템으로만 디자인을 하다 보니 서비스 브랜딩 요소가 사라진다
마케팅 디자인에서 업무 효율화를 진행하는 이유는 [어느 페이지나 배너에서도 통일된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유지하고 학습시키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목표를 가지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앱 서비스의 아이덴티티가 하나둘씩 없어진 것을 발견한다. 배달의민족 앱을 예로 들자면 항상 사용하는 배달이 캐릭터를 생략한다든지, 조각 느낌의 텍스쳐를 뺀다든지 등이 있을 것이다. 팀 내에서도 효율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일 걱정한 부분이 이 부분이었다. 특히나 배달의민족은 특유의 [배민다운] 디자인이 제일 큰 특징인데 이 특징이 빠진다면 보통의 이벤트페이지와 차별점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 정책을 정할 때, 디자인 룩에 대해 분류를 하고 정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쿠폰이나 결제 혜택처럼 정보 전달이 중요한 부분에서는 최대한 디자인 위트 요소를 배제하고, 버튼이나 타이틀처럼 꾸밈 요소가 들어가도 무관한 디자인에는 위트 요소를 허용한다. 아직 정책을 정하지 못한 디자인 컴포넌트가 한가득이지만, 이 규칙만큼은 꼭 지키려고 한다.
나는 마케팅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위의 2가지의 문제를 제일 많이 고민했다.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도 고민을 많이 했던 사항으로, 만약에 업무 효율화를 진행하려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해보길 바란다. 위의 문제들을 압축해서 얘기하자면, [정형화된 가이드에 빠져서 기존의 디자인 스타일을 잊어버리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심미성을 놓치면 안 되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이 심미성을 위한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면 안 된다.(아니, 디자인하다 보면 심미성을 배제할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개인적인 고민 말고도 업무 효율화에 대한 디자인 조직 전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아마 [디자이너 채용] 일 것이다. 여기저기서 AI가 창작자의 일을 뺏아간다고 걱정한다. 그럴 때마다 [AI가 주 경쟁자가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디자이너가 경쟁자]라는 대답이 나온다. 이 말이 맞다. 앞서 말했듯이 AI는 툴일 뿐이고, 디자인 조직에서는 이 툴을 활용해서 효율화를 잘할 줄 아는 디자이너를 원할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AI 잘 쓰기가 아닌 효율화이기 때문이다.
업무 효율화는 이제 디자이너도 피할 수 없는 큰 과제가 되었다. 아마 이 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AI도 쓰게 될 것이고, 이마저도 부족하다면 더 좋은 툴을 찾아서 배울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철저한 가이드에 따라서 디자인을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가이드 정책보다 서비스 브랜드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볼 것인가. 업무 트렌드와 기술이 빠르게 바뀌면서 이에 따르는 문제와 고민도 계속 바뀐다. 각 서비스를 운영하는 디자이너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다를 거라서, 업무 효율화의 목적 그리고 중심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진행할지 고민하고 수행하는 것 역시 업무 효율화를 진행하는 디자이너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