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입과 자유, 모두 놓치지 않는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

01. 고다희(고디 GODI) : 좋아하는 일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법

by 디자이너 제인



디자이너 고다희(고디 GODI)는 '고디자인스튜디오 @godesign.studio'의 대표로 스튜디오 운영, 크레이에이터 활동, 디자이너들에게 편집 디자인 강의를 하며 자기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일과 삶을 조율해오고 있는 11년 차 디자이너이다.


스크린샷 2025-05-31 오후 8.39.31.png



1) 클라이언트 일과 2) 강의 3) 크리에이터 활동이라는 세 가지 수익 구조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단단히 구축해 낸 그녀의 방식은 돈을 '잘 버는 디자이너'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녀를 <디자인 머니 컬렉션 Design Money Collection>의 첫 번째 인터뷰이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잘 번다'라는 말이 단순히 수입의 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진짜 잘 버는 디자이너란, 자기 생활과 일의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퀄리티 있게 일하는 사람이라는 기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로, 아내로, 그리고 곧 엄마가 될 사람으로서 고디는 삶의 다양한 역할을 자기만의 리듬으로 조화롭게 이어가고 있었다.


단순이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만든다는 그녀의 리듬을 들여다보았다.





고디자인스튜디오의 대표이자 디자이너,

무한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창작자 고다희 님.


자기소개
고디자인스튜디오는 서울을 베이스로, 종이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인쇄물을 섬세하게 다루는 편집 디자인 중심의 스튜디오이다. ‘디자인은 삶의 감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철학 아래, 프로젝트는 물론, 크리에이터로서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디자이너로서 순간들을 기록하고 나눈다.





디자이너로서,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나?


수익을 내는 방법은 총 세 가지이다.

첫째는 클라이언트 작업으로 주로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브로슈어, 리플릿, 회사소개서 등 인쇄 기반 편집디자인 작업을 중심으로 한다.

특히 인쇄 감리까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선호하는데, 단순 편집 작업보다 프로젝트 볼륨이 커지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쇄물 작업 자체를 스스로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패키지, 포스터, 리플릿처럼 물성 있는 결과물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확인할 수 있어야 프로젝트가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아서 인 것 같다.


둘째, 강의와 코칭이다. 소수 정예로 편집 디자인 클래스를 운영하고 가끔 공공기관 등에서 멘토링 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디자인을 배우고 싶은 일반인, 사업가부터 브랜드를 직접 키우고자 하는 분들 등 다양하다. 이 부분은 최근 사업의 규모가 조금 커졌다.


마지막으로 크레이이터 활동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채널을 통해 나만의 콘텐츠를 발행하고, 원고료나 제작비를 받는 방식으로 협업 중이다. 단순한 SNS 운영을 넘어 나에게 맞는 콘텐츠 포맷을 꾸준히 실험하고 있다.





강의 볼륨이 커졌다고 하는데, 결국 내가 가진 노하우나 지식을 타인에게 넘기는 일이 불안하진 않은가?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나눠줄수록 스스로도 받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노하우든 결국은 그 사람만의 방식으로 해석되기 마련이고, 누군가 내 방식을 그대로 복제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디자이너들은 본질적으로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을 힌트로 삼아 각자의 길을 만들어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그 과정을 통해 나 역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성장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강의를 하거나 누군가를 돕는 일을 ‘내 것을 잃는다’고 느끼기보다는, 서로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1인 기업을 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이 많다. 코로나 때부터 독립했다고 했는데, 1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놓치지 않은 전략이 있는가?


디자인 결과물만 보여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 결과물이 만들어진 맥락과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는 데 집중해 왔다.

크리에이터 활동에서도 결과물보다는 브랜드로서의 고디를 보여주기 위해 톤 앤 매너, 비주얼 무드, 말투 등 세세한 요소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브랜딩을 의식적으로 쌓아갔다.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드러내고, 내가 어떤 방향성과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인지 꾸준히 알리려고 한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클라이언트들도 ‘어떤 디자이너인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연락을 준다.
그만큼 커뮤니케이션이 편해지고, 관계 맺기도 수월해진다. 결과적으로 이 일련의 흐름은 디자이너이자 브랜드로서의 포지셔닝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줬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1인 에이전시를 오래 운영할 수 있었던 하나의 전략이 된 것 같다.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처음부터 너무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사람마다 목표치는 다르지만, 자신만의 기준을 어느 정도 설정한 상태에서 독립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준 없이 무작정 시작하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고, 스스로의 한계와 리듬을 파악하며 기준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더 오래가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수익성과 퍼스널 브랜딩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는가?

클라이언트 일도 벅찬 상황에서, 콘텐츠 제작이나 나를 보여주는 활동이 숙제처럼 느껴지진 않는가?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는 운영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기반으로 삼고, 퍼스널 브랜딩이나 콘텐츠 제작은 나의 즐거움에서 시작되는 활동으로 두고 있다.

즐겁기 때문에 계속 기록하게 되고, 그 기록이 쌓이면서 부수익도 생기며 시장에 대한 감각도 함께 확장되는 구조다. 두 가지 일을 따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흐름처럼 함께 가져가고 있는 점이 포인트다.

퍼스널 브랜딩 활동은 ‘홍보’보다는 ‘기록’에 가깝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결과적으로 나라는 브랜드가 구축되고 수익도 따라오는 순환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크리에이터 활동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에 가깝다. 꾸준히 쌓아가는 콘텐츠는 결국 브랜드 신뢰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나에겐 습관 같은 행위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고, 올해로 벌써 10주년을 맞았다. 그 흐름을 타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자연스럽게 채널을 확장해 왔으며,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며 나에게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계속 찾아가는 중이다.


결국 중요한 건 의무감이 아니라 즐거움의 지속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디자이너가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작은 창구 하나쯤은 반드시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게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어떤 형태든 상관없다.

즐거운 방식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스크린샷 2025-05-31 오후 8.31.07.png 고디자인스튜디오 블로그
썸네일_고디님.png 고다희 님의 유튜브 채널




최근 임신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 일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양과 속도를 계속 재조정하면서 일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상태는 자연스럽게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변화를 억지로 막기보다는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양은 어디까지인가'라는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꾸며 운영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자신을 계속 테스트하고, 기준을 조정하는 과정이 지금의 운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당연히 수입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을 만드는 것’이라고 해석하려고 한다. 생각하는 범위나 매출 규모에 비례해 투입할 수 있는 리소스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리소스가 줄어든다에 집착하게 되면 무엇이든 오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 변화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 변화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현재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리 설계하고 연구 중이다.


앞으로 1인 기업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 같아, 팀원을 구성하거나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일은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서 할 수 없을 때를 인정하는 것도 일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 운영을 하며 직접 느낀 셀프 브랜딩의 힘은 무엇이었는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클라이언트들이 이미 ‘나’와 ‘회사’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일의 흐름을 정말 수월하게 만든다.


클라이언트들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나의 톤 앤 매너와 작업의 결까지 이미 파악하고 온다.

이는 즉 처음부터 내 작업방식과 감각을 신뢰한 상태에서 접근해 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설명이나 오해 없이 본질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신뢰를 전제로 한 의뢰는 결과적으로 결과물의 퀄리티가 높아진다. 또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협업의 관계로도 자리 잡을 수 있다.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현장에서 만난 한 촬영 작가님이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디자이너를 전적으로 믿고 '알아서 해주세요'의 태도는 처음 보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만큼 셀프브랜딩이 먼저 이루어진 디자이너는 신뢰를 기반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크몽이나 플랫폼 기반의 외주 사이트는 단가 경쟁 위주로 익명성이 높다. 그렇기에 같이 일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구조와 내가 만들고 있는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SNS 브랜딩을 통해 나라는 디자이너의 정체성과 퀄리티를 선제적으로 보여주고, 이것이 결국 단단한 수익구조로 연결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처음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일을 맡긴 주체에게 브랜드의 방향성과 이야기가 있는가를 본다.

브랜드의 가치가 어느 정도 드러나있고 그 안에서 디자인으로 풀어갈 여지가 있는 경우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처음부터 모든 걸 만들어야 하는 백지상태는 서로가 피곤해지고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사전에 준비가 되어있는 클라이언트는 대체로 요청사항이 명확하다.

명확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결이 분명히 있다는 것인데, 이럴 때 디자이너들은 예산 설정도 수월해지고 결과물도 자연스럽게 잘 나온다.


또 디자이너의 노동을 존중하지 않거나 기본적인 존중이 부족한 경우는 애초에 함께 하지 않는다.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 클라이언트와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못지않게 ‘누구와 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기준을 스스로 계속 다듬고 세우는 것이 결국 디자이너가 오래 일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스크린샷 2025-05-31 오후 8.33.57.png



결국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어떤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자기만의 기준과 사람과의 관계다.

나는 처음부터 단타성 소액 프로젝트보다는, 나와 잘 맞고 오래갈 수 있는 클라이언트를 찾고 싶었다.
그게 나만의 기준이었고, 지금도 그 기준을 계속 다듬어가며 일하고 있다. 또 일을 오래 하려면 자기만의 기준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준을 지속 가능하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지치고, 번아웃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시 즐거움을 발견해 내는 감각이 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리고 결국 관계가 무기가 된다.
디자인은 혼자 성장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스스로와의 관계가 모두 중요하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때로는 나를 성장시켜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결국 내 실력을 키워주는 과정이 된다.

가끔은 “이 시안 이대로 좋은데 왜 고치지?” 싶다가도, 수정을 거치면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일 자체가 성장의 기회였음을 실감한다.


결국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힘,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감각. 그 두 가지가 가장 든든한 무기다.





10년 후, 나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길 바라는가?


10년 뒤에는 어떤 디자인을 하고 있을지, 어떤 표현 방식을 쓰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때도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다.
변화는 계속되겠지만, 나는 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쌓아가며 살아가고 싶다.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기록하고,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다 보면, 그 스토리 자체가 나의 브랜드가 되고, 새로운 일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디자인뿐 아니라 책을 쓰거나, 다른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 핵심은 표현 방식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이어가느냐이다.





결국, 돈을 잘 벌며 지속가능하게 일한다는 것.


디자이너 고디(GODI)는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 돈을 잘 버는 사람을 넘어 좋은 리듬으로 오래 일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 온 사람이었다. 나와 맞는 일을 찾는 기준, 지속 가능성을 위한 루틴, 관계를 무기로 삼는 태도. 이 모든 것이 그가 1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무너지지 않고 성장해 온 방식이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그녀의 이 말처럼, 이번 인터뷰 속에는 디자이너로서 지속 가능한 일의 감각에 대한 많은 힌트들이 담겨 있었다.

고디(GODI)의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작지만 단단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고디자인스튜디오

https://godesign.kr/



고다희 님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블로그

https://www.instagram.com/godesign.studio/

https://www.instagram.com/godi_space/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daheeprint&from=postList&categoryNo=30


썸네일_이오플레닛.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한민국에 돈 잘 버는 디자이너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