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에서 해외 클라이언트를 만든 디자이너의 전략 1편

02. 배재경 : 글로벌 시장에서 기준을 만든 디자이너

by 디자이너 제인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또 어떤 사람은 독립 디자이너로서 스스로의 길을 만든다.

디자이너 배재경(@Baehaus)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현재 글로벌 플랫폼 업워크(Upwork)에서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그가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지출했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었는지 많은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힌트가 될만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시리즈는 1편과 2편에 나뉘어 발행됩니다.


배재경 디자이너




Q. 간단한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배재경입니다. 저는 현재 업워크 Upwork라는 미국 최대 프리랜서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력분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이며 현재 LA과자 브랜드와 독일 강아지 영양제,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라이프 스타일 강연자의 퍼스널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편 : 회사 밖으로 나와 글로벌 시장에서 기준을 세운 디자이너의 이야기


<Part 01. 해외 시장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와 첫 시작>





Q. 국내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당시 어떤 한계나 고민이 있었나요?


그럼요. 회사도 다녔었습니다. 사실 저는 대학교를 중퇴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한국 취업시장에서는 제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작은 회사에서 일도 해보고, 개인사업 형태로 중국에서 옷을 가져와 팔아보기도 했는데 번번이 잘 되진 않았죠.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인생의 위기감을 문득 느낄 무렵, 비핸스에 올려둔 포트폴리오를 보고 미국 기업 ‘픽스아트(Picsart)’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잘 믿기지 않았지만 그때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게 된 것 같아요.



스크린샷 2025-07-06 오후 4.08.39.png 픽스아트(PICSART) 인스타그램 피드



Q. 어떻게 보면 첫 시작은 우연이었을지 몰라도, 그 이후의 방식은 재경님이 만들어 갔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미국 직장 생활은 어떠셨나요?


픽스아트는 전면 재택근무 체제였습니다. 운 좋게 한국에서 근무할 수 있었고요, 아시아 사람들끼리 모여 아시아 표준 시간으로 일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맡은 업무는 콘텐츠 발행, 유료 스티커 디자인, 템플릿 작업이 주였고요.


업무 환경은 이전에 경험한 국내 기업보다 훨씬 유연했고 연봉도 두 배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나의 학력이나 배경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픽스아트가 나를 선택한 이유도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 스타일 작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내 작업을 필요로 하는 곳이 훨씬 넓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재경 님하면 활발히 업워크(Upwork)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로 이미 스레드나 소셜미디어에 많이 알려져 있잖아요. 업워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첫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픽스아트와의 계약이 종료된 후였습니다. 당시 빅테크 기업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픽스아트 한국 팀도 해체됐어요. 막막한 상황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업워크에 가입했고 처음엔 가볍게 10달러짜리 로고 프로젝트에 지원했습니다. 계란을 파는 가게였고 닭 그림을 넣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작업해 드렸더니 별점 5점을 주시더라고요.



KakaoTalk_Image_2025-07-07-18-50-11_001.jpeg 업워크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던 로고의 일러스트 디자인



별 것 아닌 경험이 제게는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 이 구조에서도 일을 수주할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에는 100달러 규모의 두바이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점차 단가가 큰 프로젝트를 수행했어요. 이 흐름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형성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2024년 5월부터 전업 프리랜서로 전환했습니다.




스크린샷 2025-07-06 오후 3.53.31.png 배재경 디자이너가 운영 중인 스레드 채널





<Part 02. 해외와 국내 클라이언트의 차이와 일하는 방식>





Q. 한국보다 미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계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미국 클라이언트는 훨씬 유연하고 관대해요.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고 무시하지 않고, 태도와 실력을 중심으로 협업하죠. 다문화가 일상인 사회다 보니, 언어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과 진정성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는 영어 실력보다 자신감과 구조화된 설명 능력이 더 결정적이에요. 이런 점이 마음이 들었습니다.




Q. 해외와 국내 클라이언트를 비교해 보았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시간입니다.

한국에서는 작업 기한이 촉박한 경우가 많아요. 하루 이틀 안에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때도 있고, 그에 따른 압박이 크죠.


반면 미국 클라이언트는 보통 1~2주 정도의 작업 기간을 제공해요. 처음엔 한국에서 일할 때처럼 일주일의 시간이 있어도 하루 이틀 안에 디자인 업무를 끝내고 나머지 시간에는 쉬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다른 디자이너들의 결과물을 보니 매우 충격적이더라고요. 디테일과 밀도의 완성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랐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고민의 시간에 따라 이렇게 퀄리티가 달라질 수도 있구나였는데요, 왜 이들이 충분한 시간을 주는지 알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이 구조가 낯설었지만 점차 이 구조의 합리성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피드백 방식입니다.

한국은 "이건 좀 별로다" "예쁜 것 같다"처럼 취향 중심의 피드백이 많아요. 반면 해외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은 디자이너가 가져온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피드백을 중점적으로 줍니다.

예쁘다 안 예쁘다 처럼 클라이언트의 취향에 따른 피드백으로 흘러가면 시안을 다시 줘야 한다거나, 방향을 전면 수정하는 등 프로세스 전체가 꼬이게 되는데 그들은 이런 비효율적 구조를 허용하지 않아요.

디자인을 단순 취향과 감각이 아닌 논리적 결과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 자체가 아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만, 디자이너는 그 제안에 따른 책임은 져야 해요.

모든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 이유가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어야만 하죠.

흥미로운 것은 오히려 클라이언트 요청에 지나치게 순응하면 신뢰를 잃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디자이너에게 의견과 디자이너로서의 시각을 기대하며, 단순한 작업자가 아닌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요구합니다.

국내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주도적이라면, 해외에서는 디자이너가 조금 더 중심을 잡는 경우가 많죠.





Q. 돈을 다루는 문화, 즉 견적을 제시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나요?


견적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보통 200만 원짜리 로고 디자인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국내나 해외 어디에서든지 200만 원입니다라고만 말하면 납득시키기 어려운 것처럼, 해외 클라이언트들을 대할 때도 설득이 필요해요. 그런데 이 설득의 항목에 차이가 좀 있는 것 같고요.


200만 원을 산정했다면 그 금액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실제 견적서에 포함하는 항목은 다음과 같아요.


리서치 및 영감을 받는 시간

브레인스토밍과 스케치 과정

컨셉 도출과 방향 설정 및 정리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및 피드백 대응 시간


이 항목들은 제가 진행하는 작업과정의 일부이며, 실제 견적서 안에는 항목을 시간 단위로 분해한 구조가 들어갑니다. 해외 클라이언트는 저의 견적서를 보며 나라는 사람의 업무방식과 디자인 사고방식을 이해하고요.

이 업무과정이 납득이 되면 진행하고 예산이 맞지 않으면 하지 않아요. 가격에 대한 논쟁은 거의 없습니다. 해외에서 견적서는 단순한 금액표가 아니라 디자이너의 작업 철학과 방식이 담긴 제안서로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견적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이 필수적이고요.




Q. 그렇다면 제안서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국내와 차이점이 있을까요?


명확히 다른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는 분량이 많고 시각자료 중심의 '성실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만큼 내가 공들였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반면 해외 클라이언트는 제안서의 핵심 내용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보낸 제안서를 보시면 시안 3개와 각 시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전부예요. 하지만 왜 이런 방향을 잡았는지, 어떤 컨셉을 담았는지 핵심적인 내용은 꼭 담았죠. 시각적으로 정돈되어 있지만 국내처럼 수십 페이지가 되진 않아요.


제안서가 3장이더라도,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가? 가 클라이언트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제안 핵심이 명확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그대로 수용하죠.

또 디자인 결과물의 논리와 맥락을 설명할 수 있다면 분량이나 작업시간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점도 있겠네요. 오히려 효율적으로 처리한 경우 '시간을 절약해 줘서 고맙다'라는 반응이 오기도 하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성실하게 잘 만들었는가?'보다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디자이너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대답할 수 있는지가 신뢰를 결정합니다.




배재경 님의 인터뷰는 2편에 계속됩니다.



2편 : 선택받고 지속하는 디자이너의 전략

- 선택받는 디자이너의 조건과 전략

- 포트폴리오의 전략

-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얻고 단가를 확보하는 방법 등이 공개됩니다.



배재경 디자이너

https://www.behance.net/goworud175c


배재경 디자이너의 스레드

https://www.threads.com/@baehausdesign


7월_배재경님.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입과 자유, 모두 놓치지 않는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