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이지훈 : 기피되는 플랫폼에서 수익을 만드는 방법
플랫폼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크몽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을 낮게 보거나 플랫폼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디자인머니컬렉션 9월호에서 만난 이지훈 디자이너는 크몽, 아임웹, 미리캔버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만의 수익 구조를 만들어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는 어떤 전략으로 시장을 뚫고, 수익 구조를 키워왔을까? 그의 경험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여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스테이웹을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지훈입니다.
현재 아임웹과 바이브코딩을 통한 웹사이트 제작, 크몽에서 PPT 제작을 부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디자인과 출신이 아니고, 국비지원 학원에서 배웠어요.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하지는 못했고,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는데 회사 생활이 저랑 잘 맞지 않았죠. 위계질서나 눈치 보는 게 힘들어서 결국 퇴사하게 됐어요.
퇴사 후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탈잉’에서 우연히 ‘로고로 월 400만 원 벌기’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 강의료는 5만 원이었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클래스 101’에서 로고 디자인 강의를 수강한 뒤 크몽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등록했습니다.
처음에는 영상, 명함, 무제한 수정까지 전부 끼워 넣어서 저렴하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였어요. 대신 빠르게 리뷰가 쌓였고, 회사 밖에서도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아임웹 역시 크몽을 통해 시작했는데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프리미엄 하고 고급스러운 상세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사업·마케팅 책을 정말 많이 읽었는데, 스마트스토어 셀러들이 쓰는 후킹 전략을 디자인에 적용했더니 효과가 있었고, 비전공자임에도 아임웹 첫수주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건 아니고요, 월 7만~9만 원 정도, 커피값 정도예요.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필요한 스톡 이미지를 쉽게 알 수 있었고, 많은 고민없이 제가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어 미리캔버스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이런 작은 경험들이 결국 자산이 된다고 생각해요.
크몽에서 첫 결제가 들어왔을 때 단순히 돈을 번 기쁨보다 ‘내 서비스가 시장에서 통했다’는 확인이 더 컸습니다.
로고 단가는 5만 원에서 시작했지만 13만 원, 15만 원까지 올렸고, ‘못생겨서 매력적인 로고’ 같은 실험도 했어요. 고객이 낙서하듯 스케치를 주면 제가 로고로 완성해 주는 방식이었는데요, 크게 성공하진 않았지만 시도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고객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에 무제한 수정까지 포함해서 패키지화했고, 리뷰 3개를 쌓은 후 불필요한 서비스는 점차 줄여나갔습니다.
현재는 로고 디자인은 하지 않고, 단가를 높일 수 있는 PPT 등 다른 카테고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끊임없이 스스로의 단가를 올릴 수 있는 카테고리로 변경하는 것도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다른 디자이너들의 가격, 리뷰, 판매량을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조사하는 편입니다.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팔리는지 직접 계산해 보기도 하고, 초기에 컨설팅을 신청해 가격 전략을 적용하기도 했어요.
이런 치열한 조사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또 특히 중요한 것은 카테고리 선정입니다. 고객이 ‘수고’를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여야 하죠. 예를 들어, 로고는 플랫폼 내에서 ‘왜 이렇게 비싸지?’라는 반응을 얻는 시장으로 진입했다고 봐요. 하지만 PPT는 직접 해야 하는 작업이라 비용의 타당성을 클라이언트가 쉽게 납득합니다.
결국 플랫폼에서는 단순히 가격이 아니라, 카테고리와 시장 조사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멘탈관리가 중요합니다. 디자인 플랫폼 시장은 민감하고 변동성이 커서, 리뷰 하나나 답변 속도 하나에도 순위가 급격히 바꿔요. 아주 작은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매우 피곤한 시장인데요, 그래서 혼자 버티기보다 가능하다면 여러 명이 함께 운영하는 구조를 추천합니다.
같이 운영하면 일이 몰렸을 때 대응도 가능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 으쌰으쌰 하면서 멘탈 관리도 할 수 있으니까요.
원칙은 아주 단순해요. '잘못은 나에게 있다'는 태도로 대응하는 겁니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뉘앙스로 답하는 거죠. 그래야 별 문제 없이 넘어가요.
또 하나는 빠른 응대입니다. 한국 시장, 특히 플랫폼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답변 속도가 곧 신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크몽에서 응대가 빠르면 거래가 늘고 순위가 오른다고 느껴졌는데요, 공식 알고리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체감상 분명히 작용하는 것 같아요.
저는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예전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첫 영상을 만들기까지 무려 3개월이 걸렸어요. 타깃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시장조사를 철저히 하고, 결과물을 다듬는 데 공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죠. 결국 그 영상은 숏폼도 없던 시절에 조회수 21만 회가 터졌어요.
아임웹 전문가 찾기 상위 랭킹에 오를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상세페이지 하나를 만들더라도 오랜 시간 공들여 제작해, 결국에는 저를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전략이었고요.
또 하나 저만의 방식은 쉐도우 복싱인데요, 현실적으로 목표로 삼을 만한 경쟁자를 정해두고, 이 사람보다는 잘할 수 있겠다는 포인트를 하나씩 찾아내는 겁니다. 그 사람의 상품을 분석하고 약점을 보완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식이죠.
맞아요. 실제로 크몽은 저가 경쟁이 심하고, 고객과의 소통이 매우 까다롭죠.
하지만 저는 저연차 디자이너가 시작하기에 무조건 좋은 무대라고 생각해요.
저는 학벌이나 네임벨류 없이 바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크몽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다른 방법을 택했겠지만, 당시의 저에겐 가장 현실적인 길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무조건 최고의 퀄리티만 고집하지 않는 거예요.
사람들이 모두 맛집을 좋아하지만 매일 그 맛집에 가는 건 아니잖아요. 점심 식당을 고를 때는 편리함일 수도, 가격일 수도, 입지일 수도 있듯이, 서비스를 바라보는 각도도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장 상황에 맞춰 리소스를 조절하고, 효율적인 작업 방식을 찾아야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매일 최고로 잘 나올 수 없으니까요. 때로는 일부러 퀄리티를 낮추면서도 꾸준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또 영원히 이 플랫폼에 머무른다기보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디딤돌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아침 시간대에는 반드시 카페에 나가 집중해서 업무를 진행합니다. 오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의도적으로 휴식 시간을 두고 저녁 이후 다시 일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하루를 운영하고 있고요. 이 루틴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여러 방식의 효율성을 테스트하며 조율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업무 과정에서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일에 도움이 되는 책들의 독후감을 노션에 정리해 두는데, 이것을 GPT에 입력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거나 클로드와 함께 업무 플로우를 설계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외주가 주력이지만, 동시에 강의 준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처음 배울 때부터 “한 학기 등록금 정도는 강의에 투자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강의를 통해 사업을 시작한 경험도 있어요. 이러한 배경 때문에 직접 강의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요.
다만, 흔히 볼 수 있는 ‘월 천만 원 보장’과 같은 과장된 형태가 아니라, 제 사례와 경험을 충분히 축적한 뒤에야 의미 있는 강의를 하고 싶어요. 원데이·투데이 형태의 압축적이고 실속 있는 강의를 지향하고 있고요.
개인 아이템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AI를 다루는 과정이 제 성향과 잘 맞는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저만의 독립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예요.
그래서 장기적으론 월 200만 원 규모의 패시브 인컴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정도의 기반이 마련된다면, 개인적인 자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후에는 음악 작업처럼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 보려고요.
이지훈 디자이너의 이야기는 플랫폼을 기피하는 시선 속에서도, 그것이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전략의 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수익을 만들어야 하고, 플랫폼은 그 자체로 충분히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닐까.
많은 이들이 외면하는 무대에서 그는 꾸준히 수익 구조를 만들었고, 더 큰 확장을 위한 기반까지 다졌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는가이다.
이지훈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Stayweb
이지훈 디자이너 스레드
https://www.threads.com/@staywebstudio?hl=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