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 나를 담아내는 로고 이야기
거창하게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사실 시작은 2010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온라인에서 활동하려고 했을 때, 제 얼굴을 대신할 로고가 필요했거든요. '디자이너인 나를 조금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로고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었던 로고 이야기입니다.
저는 조금 모순적인 성향이 있어요. 관심받기를 좋아하지만, 정작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직접적으로 주목받는 건 별로거든요. 그렇지만 생각과 지식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나 팀원에게 새로운 트렌드나 유용한 기술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더라고요.
일과 삶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과 커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해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게 참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커피는 언제든 환영!! 커피를 잘 사는 편인데 삶이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화 나눠주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그 사람에 대한 애착? 즐거움? 등이 있는 것 같아요ㅎ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지만, 결국 '나눔'이 저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라고 생각했어요.
로고의 오브젝트를 고민할 때도 나눔이라는 해석을 확장의 개념으로 볼지, 나누어지는 형태로 표현할지 고민했는데, 직관적인 인식을 위해 나누어지는 형태로 결정했죠. 큰 면에서 작은 면으로 나누어지는 구성으로요. 이 디자인은 제 영어 이름인 'KANG'을 은근히 녹여내기도 했고요.(보이나요?ㅎ)
처음 로고를 만든 목적은 온라인 프로필 같은 작은 공간에서 사용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심플하게 디자인했어요.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은 저를 "강빨강"이라 부를 정도로 빨간색이 저와 잘 어울린다고 하기에, 컬러 고민은 따로 할 필요가 없었죠.
(답정 빨강)
로고를 만들고 나서 온라인 프로필용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웠어요.
그 당시에는 명함이 필수였던 시절이라 명함 디자인에 로고를 활용하였고 여러 가지 디자인을 테스트해 보다가, 그냥 일반적인 명함보다는 자체 폰트를 활용해서 만드는 게 더 유니크하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하면 명함을 받는 사람들이 저를 기억하기도 쉽고, 제 첫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폰트까지 확장을 위해서 기본 로고 프레임을 활용했고 영문자, 숫자, 특수문자를 만들어 폰트를 개발하게 됐죠. 오픈 서체인 Noto를 기반으로 TTF 파일로 만들어 다양한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폰트개발도 해보세요 재밌어요!!)
이 폰트에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딪'이라는 글자를 입력하면 로고가 나타나도록 숨겨진 기능도 추가했어요. 오타를 많이 쳐서 장난처럼 넣은 기능이지만, 로고 파일을 찾는 수고를 덜어줘서 저는 잘 쓰고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로고와 폰트는 다양한 곳에서 잘 활용하고 있어요~!
브랜드는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로고를 활용한 작은 기념품이나 상품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어요. 연필, 지우개, 카드 같은 것들 말이죠.
그리고 로고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각종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했고, IF, Asia Design Prize 등에서 수상할 수 있었어요. 나를 대신해 열심히 활동한 로고에게 상을 주고 싶었달까요. ㅎ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이 로고를 통해 저를 인식한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건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예요.ㅎ
(동료는 만나봤지만요…)
그래도 제 견적서나 계약서에 꾸준히 사용하며 브랜딩을 이어가고 있죠. 이렇게 글을 쓰고 나누는 것도 브랜드를 살아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싶어요.(계속 눈도장 찍기)
결국 퍼스널 브랜딩은 나를 표현하고 발전시키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과정, 그 자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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