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디자이너가 학벌세탁을 한 이유.
제목을 학벌세탁이라고 해야되나 싶었지만 여튼! 잡담을 해보려 합니다. ㅎ
저는 2년제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취업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막연히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면 어디든 즐거울 거라는 마음으로 이 바닥에 뛰어들었죠. 그 당시엔 다른 학교나 유명 회사에 대해 고민할 생각도 없었고, 학벌이 중요한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디자이너는 디자인 잘하면 되지, 학벌이 뭐가 중요하냐?"는 생각이었죠.
(그때는 좀 패기 넘쳤던 것 같아요, 디자인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에이전시에서 과장직급으로 소속되어 있을 때 일이 생겼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투입할 인력을 소개해야 했는데, 제 등급이 '초급'으로 나왔다는 거예요.
회사 입장에서, 인력의 등급은 결국 비용에 직결되기 때문에, 제 '초급' 등급이 문제였던 거죠.
그때 저는 ‘인력 등급표’를 보고 깜짝 놀랐었고, 내색은 안했지만 좀 짜증이 났던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나름 인정도 받고 주요 시안을 잡으면서 살아 왔는데.. 초급이라고????? 그것이 제 머릿속에 깊게 남았습니다. (친했던 상사분이 "너도 공부하기 싫었나 보다?"라고 웃으며 말하셨던 기억이 나네요.ㅎ)
그러다 보니, 등급표에 대한 인식이 남아 있기도 했고,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좋다고 하는 회사에 발을 들여놓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 현재 소속된 회사나 나를 위해서라도 '학벌'이 도움이 될까 싶어, 다시 공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년을 더 채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죠.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며 다른 친구들의 과제를 보기도 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은 자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런 친구들의 작업물을 보며 불순한 의도로 하고 있는 제가 약간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그래도, 성의를 다해 나에게 필요했던 영상강의와 PT강의등을 수강하며 2년을 보냈어요.
주로 퇴근 후 밤시간을 활용하였고, 학교는 두세번정도만 간것 같은데.. 생기넘치는 대학생님들 볼때마다 그냥 기분이 좋았어요~
점수를 잘 주시는 교수님들 덕에 졸업전시회에서는 우수상을 받고, 태어나서 처음 성적으로 수석도 해보았네요. ㅎ
(팀원이 직급이 수석님이니까 수석하라고 했는데...ㅎㅎㅎ)
석사, 박사 같이 엄청나게 공부한건 아니지만, '세탁'은 되었죠! 4년제 학사도 취득하고, 평균 학점도 올렸습니다. 지금도 그 작은 학벌이 제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때때로 지원서나 문서에서 제 경력을 보여줘야 할 때는 더 높은 숫자로 기록하는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과거에 회사에서 채용을 진행할 때, 저는 이력서에서 학벌을 중요시하지 않고 주로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보고 면접을 요청하는 편이었어요. 그러던 중, 독학으로 배운 한 신입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센스도 좋고, 좋은 동료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면접자 리스트를 대표님과 이야기하던 중, 고졸에 경력이 없는 경우는 어떤 등급에도 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하우스가 아닌, 인력으로 회사 수익이 발생하는 에이전시 특성상 이분이 아무리 잘하더라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물론, 제가 있던 회사는 작은 곳이라 여유가 없었지만, 더 큰 에이전시나 회서들른 이런 인재를 키울 수 있었겠죠.)
면접을 진행하며 그분에게 안타까운 마음에 "저도 학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에이전시에서 일하려면 최소한의 학벌은 현실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낭비가 아니라면, 사이버대라도 어렵지 않으니 그런 부분을 채우면 좋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말했었어요.
그냥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물론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디자인 실력이고, 학벌은 그저 숫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있고 여유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채운 것을 나도 채워 넣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한 건 '디자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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