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출근을 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동네의 골목을 계속 헤매고 있는 듯한 모습의 아주머니가 보였다. 그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생각에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지 물어보려고 했다. 지인을 만나기로 한 주민센터를 찾고 계신 듯했고, 그는 골목으로 가는 길을 간략히 설명해드리고 다시 출근길로 향했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말을 걸기를 꺼려한다. 어쩌면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것 같다는 생각에, 더 방어적인 자세로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 주로 대화를 통해 한 사람을 가장 깊이 상처 입히는 사람은 가까운 사람이지,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말을 걸면, 이상한 의도나 목적으로 다가온다는 생각에 애당초 철벽을 치는 경우도 있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거두고 나면 겉모습은 차가워 보여도 흔쾌히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가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게 된다. 행인들의 표정을 보면 얼어붙은 얼굴이 더욱 하루를 쌀쌀맞게 느끼게 한다. 만약 입장을 바꿔서,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젠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워 보이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몰래카메라처럼 지나가는 행인들을 관찰해본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본 주위의 반응, 또는 넘어져서 들고 있던 짐을 모두 놓친 초등학생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관찰 카메라였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호의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고, 책을 다시 주워주고, 함부로 말하는 어른에게 오히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보호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그러한 상황들이 없었기에 우리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서로 강해 보이려고만 하지 않는가. 아픈 이들과, 힘들어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은, 그것에 대한 관심이 없을 거라는 기대와, 먼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굳어진 마음으로 만들어진 결과인지도 모른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두려운 걸까. 주위의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두려운 걸까. 먼저 손을 내밀어 모르는 사람을 도와줄 마음이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