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그림 또는 낙서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
언제부터인가 내 일의 반 정도는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설득을 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할애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용자를 만나 개발 중인 서비스와 제품을 설명하거나, 동료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매니저에게 팀의 프로젝트 성과를 이야기할 때 등등.
아이디어를 전달할 때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경험상 보다 직관적인 방법은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 한 가지 '그림 어휘(Visual Vocabulary)'를 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림 어휘, 혹은 그림 언어는 점, 선, 면, 도형으로 이루어진 (글자가 아닌) 모든 것을 포함한다.
대학 졸업 이후 지금껏 몇몇 다른 나라에서 학교와 회사생활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비추어보면.. 많은 설명보다도, 그림이나 도형을 끄적여가며 설명할 때 더 효과적일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 때로는 글보다 그림 하나로 이야기를 더 깊이 나눌 수 있었던 적도 있다. 우리가 종종 글자 대신에 카톡 이모티콘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맞다. 물론 주변에 말 한마디로 상대방을 사로잡는 사람도 내 주변엔 꽤나 존재한다. 대학원 때 몇 문장이 쓰인 슬라이드와 딱 부러지는 영국 악센트로 한 시간 동안 과제를 발표하고 좋은 성적 받는 영국 친구들도 봐왔지만.. 나는 그다지 썰을 잘 풀어내는 류의 사람은 아니어서, 적절한 '그림 언어'를 활용해서 상대방에게 내 아이디어를 잘 전달해오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각화' 과정을 이제는 즐기게 되었다.
한편.. 예전 그림 언어에 대한 관심은 '다른 사람들은 그림을 어떻게 업무에 활용할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서, 그 기반으로 관련된 주제로 논문(Storyboard as Front-end Research Tools) 한편을 써보기도 했다. 그리고는 몇몇 작은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분야를 떠나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자,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시간이 흐를수록 데이터는 넘쳐나고, 분야가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으며, 정보를 전달해야 할 대상도 더 다양해지고 있지 않은가.
적어도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헬스케어/ 제약 연구분야는 더군다나 그런 시기인 것 같다. 기초 연구부터 임상과 제조-유통-투약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기관'과 '분야' 대상 간에 엄청나게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들이 오고 가고 있는데, '시각화'는 이 과정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개선의 여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다음번에 다루는 것으로..)
중요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일수록, 그 내용들은 필요한 사람들이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그리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소통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내가 그림 언어를 열심히 활용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