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영 Aug 18. 2022

내 디자인 경험을 2배 활용하는 '아이디어 기획'

디자인 심리학 둘. 클리셰 프레임


이 글은 디자인 심리학 시리즈 (2) 편입니다.



(1) 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논리적으로 "보이는 것"은 표현의 영역입니다.









힙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올까?






그거 말고 힙한 거 없어?

지금은 좀 덜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힙하다'라는 표현을 어디서나 자주 볼 수 있었다. 특히 '힙하다'는 디자인 쪽에서 자주 쓰였던 것 같다. 인테리어, 패션 디자인에서, 그래픽, 브랜딩에서 뭔가 새롭고 매력을 끄는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힙하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디자이너에게 요구한다. '힙한' 디자인으로 진행하자고.


디자이너에게 신박하고 새로운 디자인 기획은 '항상' 필요하다. 디자인을 새로 한다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니까. 그래서 정말 많은 디자이너들이 오늘도 새롭고 힙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모든 일은 중도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신박하고 새로운 디자인이나 기획을 하기 위해서 애써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새로운 것만 찾다가 아무에게도 호응받지 못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분명 팀 내부 반응은 좋았지만, 막상 세상에 내놓으니 난해하다는 얘기를 듣는다던가, 너무 이질적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던가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그렇다고 대중적인걸 내놓으면 식상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식상함과 이질적임 사이의 '무언가'

그럼 식상함과 이질적임 사이에 힙함은 어떻게 찾아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새롭고 힙한 디자인 기획을 할 수 있는 걸까?


나는 학생 때 공모전에 참여하며 이런 류의 고민을 많이 했었다. 과거에 공모전, 특히 아이디어 발상이 중요한 광고 공모전에 많이 도전했었기 때문이다. 분명 내 아이디어도 새롭고, 저 사람 아이디어도 새로운데, 왜 저 사람은 수상하는 걸까?, 나랑 다른 점이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힙하다고 느끼게 하는 결정적인 차이가 뭔지 정말 의아했다. 내가 새롭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심사위원 입장에서도 동일하게 느꼈으면 하는데 그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무작정 부딪치기만 하면서(전략 없이) 공모전에 도전하다 보니 수없이 많이 떨어졌다. 상을 받고 싶다는 오기로만 도전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러다가 '그럼 대체 수상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뭔데!' 하는 마음속 답답함으로 공모전 사이트 내에서 수상작을 전부 다 훑어봤다.




여기서 말하는 팁은 아이디어 발상법 중에 하나, 또는 다른 발상법과 결합시킬 수 있는 팁으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아이디어 발상법은 한 가지로 통일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팁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하단에 적어 놓았다.



내가 아이디어가 없을 때 해결책을 얻을 수 있었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안경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자잘하지만 알찬 도움들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수상작들의 공통점 1가지
[클리셰 프레임]





클리셰 프레임 : 익히 알려진 A의 클리셰를 B에 대입


모든 수상작들이 가진 공통점은 아니었지만, 일반화해서 말하면 이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회에 익히 알려진 A의 클리셰를 B에 대입하면 된다. (클리셰는 어떤 영역에서 너무 많이 사용돼서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이 방법을 클리셰 프레임이라고 부르겠다.


팁이 너무 쉬워서 황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로 이 생각을 가지고 세상에 대입해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클리셰를 다른 데 적용하면 된다.




이제 제대로 이 팁을 적용하는 방법을 알아볼 것이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위 문장을 2가지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해보겠다.



1. 사회에 이미 알려진 것을

예를 들어서 어떤 업계에서건 클리셰가 있다.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사망 플래그 같은 게 바로 그 내용이다. 자동차 공업사나 주유소, 약국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떠올려보자. 완전히 같진 않더라도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나 혼자 가지고 있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이미지다. (이 포인트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이미지들을 재료라고 하자.


본인이 얼마나 다양하게 경험하느냐, 그리고 민감하게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재료의 양'이 달라진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경험해보지도 않고 이게 클리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본인 생각에만 갇히지 않은 사람이 클리셰를 파악할 수 있다.





2. 다른 방식으로 표현

자, (1)에서 발견한 내용을 다른 곳에 대입시켜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가져다 대입하면 신박하다는 느낌이 덜하다. 비슷한 점, 즉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 공통점을 기반으로 대입해야 한다.








공통점을 기반으로 대입하기







(1) 공통 디자인


디자인이 같은 것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가 어떤 광고 그래픽 배너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나한테 주어진 건 판판한 지면과 써야 하는 카피다. 이 조건을 마음에 담아두고 난 다음부터는 각종 카피(텍스트) 디자인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간판과 현수막 모양은 얼마나 클리셰적인가. 이 생김새 클리셰를 모아서 그래픽 배너를 작업할 수 있다. 또 있다. 웹소설 타이틀은 짠듯한 디자인이 굉장히 많다. 산세리프체에 블링블링한 그래픽 요소들. 그 디자인 클리셰를 바탕으로 광고물의 카피를 제작한다면?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웹소설을 생각하고 패러디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 이거 웹소설 패러디한 거네!'


우리나라 민화를 생각해보자. 민화도 형태 클리셰가 있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서양의 카펫에 대입해서 민화 카펫을 만들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보자기 형태에 서양의 패턴을 심을 수도 있다.


내가 알던 그 디자인이야!

우리 브랜드, 그냥 다른 경쟁 브랜드와 붙이면 평범할 수 있다. 그럼 다른 카테고리의 디자인을 불러온다. 차고 디자인 클리셰도 있고, 그리스의 한 섬을 본뜬 것 같은 클리셰도 있을 것이다. 편의점 콘셉트를 딴 디자인 편집물 스토어도 있다. 거기서 사람들은 새로움을 느낀다. 연필을 디자인하던 어떤 디자이너는 근정전 처마 기둥과 연필의 연관성을 찾아낸다. 길쭉한 생김새!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대통령상을 받기도 한다.








(2) 최소 핵심 기능


예를 들어, 우리가 의자를 디자인한다고 생각해보자. 4개 다리에 등받이가 달린 전형적인 모양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앉을 수 있다'라는 핵심 기능만 뽑아낸다. 생각해보면 엉덩이로 깔고 앉게끔 판판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걸 응용해서 어떤 가구 브랜드에서는 우유 박스 위에 판판한 나무를 얹어 의자로 디자인했다. 다른 곳에서는 스케이트 보드의 판판한 면을 다리에 얹어 의자를 완성했다. 우리가 보는 수많은 인스타 감성 카페들의 인테리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어떤 오브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브랜드 이미지가 바뀌는데, 그건 나중에 풀어보도록 하자.)


이때, 세상에 없는 아주 새로운 의자를 디자인하겠다고 마음먹기보다, 최소 핵심 기능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이 방법에선)




꽃병은 물과 꽃을 담을 수만 있으면 되지 않는가? 그러면 속이 깊은 모양이면 모두 가능할 것이다. 맥주 캔이나 와인병에도 되고, 물이 고여있는 자연물에서 따와도 된다. 오히려 그 편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우산은 비만 막아주면 된다. 맨홀 뚜껑은 하수구를 막는 기능을 하면 된다. 그렇게 판판하게 생긴 다른 물건은 어디 있는가.


최소 핵심은 다 없어도 되지만 꼭 있어야 하는 단 하나의 조건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곳에 클리셰를 대입할 수 있게 된다.






천천히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방법이 각각 구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겹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긴데, 나는 의식적으로 이 방법을 계속 생각하면서 아이디어를 기획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자극하기





패러디, 비유... "빗대기"가 주는 공감

어떤 사람이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어떤 배우를 흉내 내는 모습을 보자. '와! 진짜 닮았네!'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사람들은 그게 재밌다고 생각하게 된다.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코미디는 굉장히 역사가 깊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왜 그게 재밌는지 의아하게 된다. 그냥 따라한 것뿐이니까.


그뿐인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인생을 야구에 대입한다. 바둑을 둔 사람은 바둑에 인생을 대입한다. 낚시꾼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언제나 익숙한 패턴을 파악하려고 한다. 이것과 저것을 끊임없이 빗댄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아 정말 맞네!' 하면서 기가 막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비유가 오래 살아남는다.


이런 오래된 습관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그리고 무슨 이유로 생겼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아이디어 발상들이 여기서 출발한다. 주유소 콘셉트에 맞춘 맥주집, 다 무너져가는 폐공장에 세운 카페, 간판, 현수막 디자인으로 만든 광고물들, 아이폰의 흔한 UI/UX에 맞춘 여러 가지 패러디들.





그리고 나면 맥락을 형성하게 된다.

클리셰를 가져오려는 그 카테고리의 이미지를 끌어 오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디자이너가 이기는 이유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왜 경험을 많이 한 디자이너가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클리셰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다.


삶의 반경이 좁은 사람들은 익숙함에 매몰돼 새롭게 보는 방법을 잊어버린다. 반면에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영화를 자주 봐야 영화의 클리셰를 알 수 있다.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야, 사람들이 어떤 클리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교사부터 운동선수, 유튜버, 영화인, 수많은 직업인들. 버릇이나 습관 같은 게 눈에 보인다. 왜 그럴까? 고민하게 된다. 그 안에서 어떤 패턴이 있는지 발견하게 된다.



나는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에 써먹으려고 이 방법을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람 자체를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아직 멀었지만) 알게 됐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결론은 아주 진부하다.

평소에 경험을 축적해 놓아야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에 본인의 경험에서 이것저것 꺼내서 쓸 수 있다.







참고한 책

1. 프레임, 최인철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 기획을 뼈대로, 똑똑하게 디자인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