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 기획 / 디자인 / 마케팅 / 퍼블리셔의 줄임말이랍니다.
나는 정말 소심한 편이다. 학생 때부터 친한 친구들이랑만 놀고 친하지 않으면 경계하고 낯선 사람도 경계하고 숫기도 없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다만 사회생활을 하며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서부터 성격이 조금씩 바뀌어 나갔다. 성격이 아무리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태생이 소심해서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항상 많이 긴장하는 편이다. 이런 내가 기록을 통해 IT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었는데... 오늘은 잠깐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블로그는 중학생 때부터 취미로 하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하는 법을 터득하고 나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비전공자 디자이너로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퍼블리싱 공부를 시작했을 때 쯔음 블로그에 공부를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IT 직군이 계속 발전하며 디자이너에게 퍼블리싱 지식까지 요구하는 회사들이 많아진 건지, 또는 나처럼 퍼블리싱까지 직접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진 건지.. 당시 디자이너가 퍼블리싱 공부까지 하는 모습이 조금 독특해 보였었나 보다.
기록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는지 하나둘씩 나의 블로그에 들어와서 퍼블리싱에 대한 질문, 웹디자이너의 전향, 비전공자로 웹디자이너를 하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그리고 심지어 고등학생이 웹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학교 과제로 직무 인터뷰를 요청해온 적도 있었다.
당시에 워낙 블로그를 활발하게 하고 있어서 '웹디자인'만 검색해도 나의 블로그 글이 뜰 정도였는데.. 그저 비전공자로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퍼블리싱까지 공부를 하고 있던 나에게 매일 무수하게 쏟아지는 쪽지와 메일들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었다.
하나둘씩 댓글이 쌓이다가 이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서로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블로그에는 디자인 이야기뿐 아니라 유지를 위해서 그냥 소소한 일상들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웃들이 너무 다양해서 별도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게 되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포토샵 완전정복이라는 그룹을 통해 조금씩 소통을 하던 중 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약 천 여명의 사람이 갑자기 모여들었고 그중 어떤 한분이 메시지가 왔었다.
"수지님! 카카오에 오픈 채팅방이라는 게 생겼는데 디자인 퍼블리싱 쪽 대화할 곳이 없는데 혹시 수지님이 개설해주시면 안 될까요?!"
당시 카카오톡에 오픈 채팅방이라는 기능이 없었는데 새로운 기능이 생겼다는 걸 한분이 알려주시게 되면서 오픈 채팅방을 만들고 페이지에 채팅방 링크를 올리게 되었다.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오픈 채팅방에 접속을 했고 디자이너, 개발자, 퍼블리셔 등 IT 직군과 밀접한 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접속 인원이 제한되어 있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2~3개 정도 대화방을 더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고 하루가 지나니 사람들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질문도 주고받고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대화방이 되었는데 채팅방의 특성상 정보가 시간이 흐르면 다른 대화에 묻혀서 보이지 않거나 찾을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당장 커뮤니티 사이트를 개설할 수 없으니 네이버 카페를 활용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보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커뮤니티의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개발.. 기획.. 디자인... 개기디... 그리고 마케팅,, 퍼블리셔... 음 개기디마셔?! 개기디마셔 어때요?"
누군가 이름을 지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남지 않았지만 새벽에 다들 잠도 안 자고 커뮤니티 이름을 함께 지으며 대화를 하던 중이었었다. 그리고 새벽에 활발하게 대화를 하던 사람들 중에 커뮤니티 인원이 꽤나 커져서 스탭이 필요할 것 같아 나 포함 총 7명의 스탭이 생기게 되었다.
각각의 스탭은 우연하게도 디자이너도 있었고 기획자도 있었고 회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이사 개발자도 있었고 참 다양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개기디마셔'라는 이름을 갖고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되었다.
개발, 기획, 디자인, 마케팅, 퍼블리싱.. 다섯 가지의 직군이 모두 모이면 하나의 서비스가 개발되고 시장에 테스트 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가능한 직군들이었다. 하지만 이 직군들은 각자의 분야가 있고 각자의 할 일들이 나누어져 있지만 문제는 다른 직군들과 꼭 협업이 필요한 직업들이다.
프로젝트 하나가 완성이 되기까지 기획자의 기획을 토대로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고, 퍼블리셔가 코딩을 하며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서버 개발자 등 개발자를 통해 서비스가 구축이 된다. 그리고 마케터를 통해 서비스가 알려지는 과정으로 서로 다른 업무를 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협업을 해야 하는 구조로 짜여있다.
'화성에서 온 개발자, 금성에서 온 기획자'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특히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의 협업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곤 하는데, 개기디마셔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은 다 이런 고충을 하나씩 들고 커뮤니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스탭 중 디자이너 분께서 재능 기부를 하신 개기디마셔 로고. 로고의 특징은 개기디마셔의 '협업, 소통'을 뜻하며 다르지만 모두 모여 하나가 되는 각 직군들의 모음들을 모아 제작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만나서 이들을 직접 만나 서로 더 밀접하게 소통을 하고자 했다. 정모의 컨셉은 <틈을 채우다>였다. 스탭들의 아이디어 속에서 정모의 컨셉을 서로 다른 직군이지만 협업을 위해 꼭 서로가 알아야 하는 직업이며 이 틈을 채우고자 정모를 여는 컨셉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틈을 채우기 위해 모여서 어떤 활동을 할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첫 정모로 어색함을 풀기 위한 레크레이션 활동, 조모임 활동, 그리고 플리마켓, 마지막으로는 틈을 채우기 위한 직군별 질문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었다.
첫 정모는 정말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참여자의 만족도 또한 높았었다. 당시 정모에 참여했던 분들은 아직까지도 서로 밀접하게 연락을 하고 지내며 좋은 인연을 만들기도 했었다.
커뮤니티를 통해 개발자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개발자는 디자이너들의 고충에 대해 이해했고, 또 매주 다양한 스터디를 열며 강남 카페, 스터디룸에서 모여서 함께 공부도 하고 그렇게 알찬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었다.
또 커뮤니티 운영과 디자인, 그리고 퍼블리싱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면서 DI매거진의 인터뷰, 아시아타임즈의 인터뷰도 진행을 했었었다.
당시 직무로 롤모델을 삼고 있었던 구글의 '김종민'이라는 분에 대해서 열렬하게 많이 보고 찾고 했었는데.. 우연하게도 DI매거진에 함께 인터뷰를 하게 된 경험도 생기게 되었었다. 비전공자로 이 험난한 IT 업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지..라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개기디마셔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나에게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주었다.
첫 정모 <틈을 채우다> 포스터와.. 당시 조세호의 '왜 안 왔어요?' & 당시 상영 중이었던 '마션'의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하여 만든 포스터를 제작했다.
신촌의 한 공간을 대여하여 진행되었던 정모
직접 만든 명찰들. 동그라미 안에는 각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비워두게 만들었었다.
당시 참여한 분께서 개기디마셔 티셔츠까지 제작해서 선물해주셔서 감동이었다는..
(뒷면에 별도의 [대장] 글씨를 프린팅 해서 준 티셔츠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ㅎㅎ)
나와 치리의 모습.
개기디마셔 스탭으로 만나서 정모 준비하면서 많이 싸우기도 하고(?)... 다투면서 정이 들었지만, 무튼 이후에 회사도 같이 다니고 마케터로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정말 많이 준 친구이자 현재는 출판사를 통해 함께 공동 집필 책을 쓰고 있는 기획자이자 작가님이다.
처음 어색함을 풀기 위해 준비했던 서로의 첫 느낌 작성하기.
처음에는 서로 머뭇머뭇 다가가서 인사하고 서로의 좋은 느낌을 작성해주면서 이야기도 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다들 적극적으로 많이 참여해주셔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기도 했다.
당시 진행까지 맡은 치리님.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퍼블리셔..
회사가 아닌 공간에서 함께 모여 서로 소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함께 앉은 분들끼리 조를 만들어서 조 이름도 정하고 소개도 하고.
레크레이션도 해서 1등 상품도 준비하고.
조그맣게 플리마켓도 열어서 참여하는 분들의 상품을 받아 진열해주고 수익을 돌려주었다.
정모를 준비하며 스탭 워크샵도 함께했던 추억들
스탭 한분이 여수에 계셔서 매일 우리를 위해 서울로 올라와주는 감사함을 표현하고자 깜짝 여수 방문 :)
개기디마셔를 통해 한 2년 동안 공식 정모와 신년회, 스터디 등 다양하고 활발하게 운영을 했지만 스탭들 모두 각자의 현업 활동으로 인해 바빠져서 함께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었고 나 또한 디자인이 아닌 마케터 분야로 전향하게 되고 그리고 지금은 창업을 위해 IT 직군을 빠져나오게 되면서 개기디마셔 커뮤니티는 아쉽지만 잠시 쉬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스탭들이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있으며 2기 활동 또한 조금씩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나는 서울을 벗어나 활발한 활동이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당시 우연하게도 나의 기록을 통해 같은 고민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였었고 그들이 함께 소통하고 협업하며 좋은 시너지를 낼 때마다 나도 함께 성장을 하는 기분이었었다. 개기디마셔와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다! :)
* 현재는 개기디마셔 페이스북 그룹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약 1,600명 정도 가입되어있고 소소하게 서로 정보 공유 글만 올라오는 상황입니다 :)
* 당시 함께 운영했던 스탭분께서 '디자이너랩'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어요.
* 개기디마셔 오픈채팅방과 네이버 카페는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이며 기존에 계시던 분들만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요. 짧지만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