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나 홀로 웹디자인, 편집디자인, 영상디자인 파헤치기
나는 사회복지과를 졸업했고 많은 이직을 통해 비전공자 디자이너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이상한 이력 덕분에 꽤 높은 연봉을 받고 입사를 하게 된 회사에서는 연봉이 오른 만큼 커다란 벽을 몇 번 마주치게 되었는데 단순히 웹디자이너만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인하우스 디자이너였다. 역시 돈을 많이 주는 데는 이유가 있는 편이다.
디자이너로 일을 할 수 있는 업계의 분류가 에이전시 vs 인하우스였는데 나는 에이전시보다는 다양한 업무를 진행해볼 수 있는 인하우스 디자인 쪽이 더욱 끌려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에이전시는 디자인 회사에 취업을 하는 것이고 디자인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업무 분류에 대해 철저한 편이다. 인하우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디자이너보다 기업 서비스에 맞춰진 인력들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의 디자이너가 되냐에 따라서 정말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IT 기업 또는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된다면 웹디자인, 앱 디자인, UX, UI 디자인 업무가 주를 이루게 되지만 그 외에도 편집 디자인, 영상 디자인, CI/BI 등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디자인을 전공했다면 학교에서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 대해서 배울 수 있지만 비전공자라면 다양한 디자인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넘어가야 한다.
디자인을 일반적인 관점으로 분리하면 '시각디자인', '제품 디자인', '환경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
시각 디자인
시각디자인은 대부분 시각을 통해 전달되는 디자인 분야를 말한다. 웹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영상디자인, 포스터 디자인, 광고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편집디자인, CI/BI 디자인, 캐릭터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의 분야들이 시각디자인에 속한다.
제품 디자인
제품 디자인은 대량 생산에 의한 제품 및 기능성과 심미성을 고려하여 공업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디자인 분야로 산업디자인, 공예디자인, 패션디자인 등이 제품 디자인에 속한다.
환경 디자인
사람의 생활환경을 형성하는데 관계를 가지고 있는 디자인 분야를 말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디스플레이, 건축디자인, 공공디자인이 환경 디자인에 속한다.
이렇게 디자인을 세 가지로 분류를 해도 정말 다양한 디자인 분야가 속해있다. 하지만 디자이너라고 해서 각각의 분야 속에 속해있는 디자인을 모두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면 웹, 편집, 패키지 등 다양하게 두루두루 공부를 하지만 그중 한 가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선택을 해서 취업을 하게 된다.
간혹 기업에서는 '디자이너'라면 모든 디자인을 다 만들 수 있는 줄 아는 곳들도 있다. 주변에 친구들마저 디자인을 전공, 또는 디자인일을 한다고 하면 '나 명함 디자인해줘' '나 웹사이트 만들어줘' '나 영상 좀 만들어줘' 하는 친구들이 있듯이 말이다. 그들 또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이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 또한 생소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그 기업의 서비스 분야가 어떻게 되는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디자인 분야들의 업무를 요구하는지 해당 업무를 에이전시를 통해 커버를 할 수 있는지 등 파악이 필요하다.
내가 입사한 곳은 포스코와 함께 협력하며 꽤 매출을 내는 IoT를 다루는 회사였는데 디자이너가 나 혼자 뿐이었다. 이런 기업에서 디자이너를 뽑는다는 것은 회사의 임원 또는 대표가 디자인에 그래도 꽤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보통 디자인을 외부 에이전시에 맡기는 곳도 많으나 그 에이전시의 담당자와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이 회사에서 맡은 업무들은 웹디자인 / 편집디자인 / 영상디자인 그리고 그 외 회사에 필요한 모든 디자인 업무들을 맡아서 하는 디자인 잡무 지옥에 빠지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다양한 경험들을 실무와 함께 부딪혀가며 경험을 하게 된 계기였어서 딱히 문제로 삼지 않았다.
다만 각 디자인 분야마다 요구되는 지식, 프로그램 등을 알아야 공부도 하고 물어도 보고 실행을 할 수 있었는데 나는 비전공자로 이전 회사에서 웹디자인, 상세페이지 디자인 정도만 경험을 한 상황이었고 에이전시와 협력하는 방법이나 편집디자인이나 영상디자인 쪽은 전혀 경험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1. 웹/앱디자인
이전 회사에서 디자인과 퍼블리싱을 공부하며 웹디자인에 대해 미친 듯이 공부를 했었다. 툴은 기본이었으며 웹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분야이고 웹 구조, 서버, 개발 등 웹이 구축되는데 필요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 html, css, js 등 퍼블리싱 지식까지 알고 있다면 디자인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회사 입사 당시 기업의 웹사이트 구축이 우선적인 문제였고 기업의 특성상 내부에는 연구원들밖에 없었기에 웹 구축에 필요한 개발자는 개발 에이전시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유는 기업 내에서 디자인을 자주 수정할 일이 있거나 내용을 추가해야 하는 일이 잦아서 개발만 에이전시를 맡기고 디자이너를 내부에 두면 에이전시의 유지보수 업무가 줄어들고 내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외부 개발자와 처음 협력을 하며 웹 디자인 구축을 진행했고 퍼블리싱 지식까지 더해져 이후 간단한 웹 유지보수까지 맡아서 업무를 진행했다. 외부 개발자와 협력을 하는 부분에서 퍼블리싱 지식이 없었다면 소통이 조금 어려웠었을 것 같다. 웹디자인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개발자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완성도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지식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끼곤 했다.
이후 IT 커뮤니티도 개설하여 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소통을 하며 웹디자인에 대해 더욱 깊게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 편집디자인
편집디자인은 거의 부딪혀가며 배운 케이스인데 처음에는 웹디자인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을 했었다. RGB, CMYK 등 색에 대한 지식 또한 무지했어서 처음으로 명함 디자인을 했을 때 화면에서 보는 색상과 인쇄해서 나온 색상의 차이가 심한 것을 발견하고 인쇄 컬러에 대해 처음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또 인쇄 종이의 재질, 두께, 인쇄 폰트의 크기, 후가공, 제본, 재단 등등 인쇄와 관련된 지식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재질과 두께의 종이를 찾아서 인쇄소에 들고 가서 재질과 두께를 물어보곤 했는데 이후 '종이 샘플북', '컬러 차트 북'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전공자로 편집디자인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는 색상, 두께, 재질 등에 난관을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종이 샘플북을 통해 재질과 두께를 직접 보고 만져보며 파악할 수 있으며 컬러 차트 북을 통해 실제 인쇄되는 색상도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초반에 많이 활용했던 샘플북으로는 프린트 시티, 성원 애드피아의 종이 샘플북과 컬러차트를 구매해서 사용을 했었고 이후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나쁜 양들'의 사이즈 북, 피니싱 북을 구매했고 그리고 '컬러 메이드'의 컬러 인쇄 가이드를 보고 CMYK의 실제 색상을 보거나 후가공, 재질 등을 파악하는 용도로 사용을 했다. 이런 것들을 활용하면 인쇄 실수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적으로 인쇄를 해야 할 때는 팬톤의 컬러칩을 사용하곤 하는데 포토샵에서도 팬톤 컬러칩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웹에서 보는 색상과 눈으로 보는 색상이 다르기 때문에 팬톤 컬러칩이라는 것을 구매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가격이 20만 원~ 이상으로 꽤나 비싸다. 마케팅 업무로 전향하면서 패키지 디자인을 한 적이 있는데 박스 인쇄소로 직접 찾아가서 팬톤 컬러칩 색상을 직접 확인하여 디자인을 했던 적이 있다. 편집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팬톤 컬러를 이용하는 인쇄소에서는 컬러칩을 가지고 있으니 직접 구매하기보다 인쇄소와 친하게 지내는 것도 방법이다.
인하우스 디자인으로 업무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표지 포함 90페이지짜리의 상품 카탈로그 작업이었다. 당시 편집 디자인이라곤 명함, 리플릿 정도 작업을 진행했는데 90페이지 작업은 너무나 가혹한 작업이었다.
웹디자인의 경우 언제든 수정을 반복할 수 있지만 편집 디자인의 경우 인쇄가 되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부담감이 되었고 당시엔 후가공이나 사이즈 북 가이드도 갖고 있지 않아서 꽤 헤맸었는데 다행인 건 인쇄 규모가 꽤 큰 작업이라 인쇄소에서도 후가공 지식 등 많은 도움을 주셨고 덕분에 무사히 인쇄할 수 있었다. 인쇄소도 사장님을 잘 만나면 친절한 곳이 정말 많다 :)
편집디자인은 보통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하는데.. 인디자인 프로그램이 익숙하지 않아 일러스트로 모두 작업했다는 무모한 작업 이야기 중에 하나다.. ToT 지금은 이런 샘플북 덕분에 편집 디자인을 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면 당황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3. 영상디자인
요즘 유튜브에서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강의로 가장 핫한 편집하는여자님을 실제로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Adobe 프로그램은 포토샵과 일러스트 밖에 다룰 줄 몰랐었다. 영상은 찾아보니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로 편집을 할 수 있는데 당장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방법을 찾아보다가 편집하는여자님께서 (당시 블로그만 운영하고 계셨음) 1:1 강의를 하고 계셨었다.
만들어야 하는 영상 기획에 대해서 쭉 작성하고 편집하는 여자님께 사정을 이야기하며.. 이런 영상을 급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1:1 강의가 가능한지 여쭤봤고 흔쾌하게 허락해주셔서 사비로 강의를 받았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엄청난 구독자수와 함께 강의를 정말 잘해주고 계시지만 실제로 만나 뵙고 당일에 속성 강의를 듣고 나서 영상을 무사히 만들 수 있었고 이후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강의 저어어어엉말 잘하신다...) 아직 고퀄리티의 영상작업은 불가능하지만 요즘은 유튜브 강의도 많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기본적인 영상 편집은 가능한 수준은 될 것 같다.
잡무..
그 외 박람회를 참여해야 해서 부스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부스 디자인 에이전시 업체를 찾아서 미팅을 하기 위해 초기 단계의 부스 샘플과 부스 내부에 사용할 디자인을 제작해서 보여주는 일도 했고.. 회사의 가로 5m, 세로 2m의 외벽을 디자인을 해야 한다며 외벽 프린팅 작업도 진행했었던 적도 있다.
비전공자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 일에 접하는 것이 즐겁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 해낼 수 없어서 답답했었던 적도 많았다. 물론 회사에서도 비전공자인 것을 알고 채용을 했지만 하나둘씩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더 한 것들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느 회사든.. 적당히 잘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스타트업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당시 업무들을 모두 정리할 순 없지만 디자인 쪽으로 경험을 아주 다양하게 쌓았었다. 다만 웹디자인에 대한 욕심이 계속해서 늘어나갔고 당시 IT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다 보니 '스타트업'이라는 기업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당시 창업과 성장에 목말라있는 수준이어서 스타트업이라는 기업은 나에게 정말 열정을 가득 넣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회사 퇴사 후 더 공부하다가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던 친구의 회사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대표님에게 나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되었고 "수지님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마케터가 되어보는 건 어때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특히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디자이너와 마케터 사이에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