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웹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사회복지과를 나와 복지사 직업을 택하지 않아 무엇을 하든 나에게는 비전공자라는 딱지가 붙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전략기획부에서 일을 하게 되고 뜬금 하게도 '웹디자인'이라는 업무를 맡게 되었고 비전공자여서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2015년, 당시 나의 첫 웹디자인 작업물을 받은 개발자가 말을 했다.
"수지 씨... 웹디자인 처음인 건 알겠는데 이렇게 디자인을 주시면 아주 곤란해요. 일단 이미지를 다 분리해서 저장해주셔야 하고 사이즈 같은 거도 홀수 픽셀로 하시면 정렬할 때 개발하기가 아주 난감하고.. 이 물결... 은 개발로 표현하기가 어렵고... 음... 허허허 허"
나는 정말 억울했다. 전략기획부에 들어와서 뜬금없이 비타민을 팔아보라고 하지를 않나.. 비타민을 팔기 위해 랜딩페이지를 제작하려고 하니 담당 디자이너가 바쁘니 포토샵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웹디자인 업무를 나에게 대뜸 시켜놓고 이렇게 디자인을 하면 안 된다는 개발자의 이야기에 정말 어떻게 이 상황을 해쳐나가야 할지 막막했었다.
디자인도 코딩도 전혀 모르니 당연히 겪을 수밖에 없었던 문제였다.
디자인은 정말 다양하게 존재한다.
웹을 디자인하는 웹디자인, 영상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영상 디자인, 인쇄물을 디자인하는 편집 디자인, 제품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공간 디자인... 등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이 있다. 디자이너라고 이 모든 분야를 할 수 있다는 건 절대 불가능이며 각 분야마다 전문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면 디자이너는 모든 디자인을 다 할 줄 안다고 생각을 한다.
처음 웹디자인 업무를 받았을 때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
'나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다룰 줄 아니까, 상세페이지와 배너 디자인 몇 번 해봤으니까, 표현만 웹처럼 보이게 하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을 했으나 결국 개발자와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나는 포토샵 대지 하나에 웹 디자인을 통으로 그려냈고 개발자님의 배려로 배너와 배경만 분리하여 따로 저장만 해서 드리고 끝이 났다. 랜딩페이지다 보니 스크롤을 내릴 때 원하는 반응이나 모션 등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셨으나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결국 개발자분께서 알아서 개발을 하게 되었고 며칠 후 랜딩페이지가 완성이 되었다.
랜딩페이지가 완성이 되고 첫 회식 날이었다. 말도 안 되는 나의 첫 웹디자인 작업물을 완성시켜준 개발자 분이 갑자기 나에게 코딩을 배워 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웹디자인도 할 줄 모르는데 갑자기 코딩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코딩이라니, 정말 생각도 안 해봤다. 코딩은 개발자들이 하는 것이 아니었나?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다가 나의 웹디자인을 랜딩페이지로 완성시켜준 개발자가 멋져 보였다. 내가 코딩을 배우게 되면 직접 기획, 디자인, 개발까지 해서 스스로 원하는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봤다.
일단 코딩을 배우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조금 알아보니 재직자 국비지원으로 나라에서 교육비를 80% 지원해주고 수강생은 20%만 부담하면 들을 수 있는 코딩 수업이 있었고 html, css, 자바스크립트, 제이쿼리를 6개월 동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커리큘럼이었다.
처음에는 코딩을 전~혀 몰랐고 해당 컴퓨터 학원의 홈페이지에서 수료한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감탄을 하고 나도 6개월 뒤에는 이렇게 직접 멋진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겠지?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내가 신청했던 학원은 서울과 성남 등 위치적으로 괜찮았고 체인점으로 운영하던 컴퓨터 학원이었다. 홈페이지도 꽤나 잘 만들어져 있었고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라고 올려두었던 자료들도 꽤 멋졌었다. 그리고 6개월의 과정이라고 했지만 일주일에 2번 수업이었고 수강료도 100%를 내면 꽤나 부담되는 비용이었지만 국비지원으로 80%의 수강료가 지원이 되었기에 직장인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는 비용이었다.
처음에는 드림위버라는 프로그램으로 html을 배우며 레이아웃 짜는 수업을 했고, css를 배우며 스타일을 입히는 수업을 했다. 근데 실습을 하면 할수록 어릴 적 초등학교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나모 웹에디터를 처음 접했을 때만큼 허술한 느낌이었다. css를 배울 때까지만 해도 아직 뒤에 교육이 많이 남아서 그런 거겠지.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었다.
근데 제이쿼리를 공부하고,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하고 수업이 끝나가는데도 내가 생각했던 포트폴리오 결과물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정도의 수업이었다. 심지어 교육 중간 학생보다 학원 선생님이 모르는 부분도 생기고 그제야 학원의 미끼에 당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학원에서는 당시 모바일 웹의 발전으로 '퍼블리셔'라는 직업이 각광을 받으니 대충 html, css, 자바스크립트, 제이쿼리 구성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놓고 수료하면 퍼블리셔로 취업이 가능하다!라는 광고를 내세우며 수강생들을 모집하기에 급급했고 국비지원으로 교육을 하면 어찌 됐든 수강생도 좋고 학원 입장에서도 좋으니 수업 내용이 어떻게 되든 수강생을 모으기에 바쁜 것이었다. 학원은 말 그대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에서 스스로 책으로 공부하기가 어려울 때 기초 정도만 익히기에 좋은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6개월의 과정을 끝마치고 학원에서 광고했던 '퍼블리셔'로 취업 연계는 당연 불가능에 가까웠고 수강생의 포트폴리오로 나와있던 작품들도 만드는 건 불가능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던 목표에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고 혼자서 어떻게든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었으나 배운 코딩으로는 한계에 부딪혔고 네이버 지식인에 코딩 관련 질문을 올려도 답이 없다가 우연히 네이버 카페의 <하드 코딩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하코사라고 불리던 카페는 정말 신세계였다. 초보 개발자부터 날고뛰는 개발자들이 모두 모여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막히던 코딩 질문을 올리면 정말 빠른 답변이 달릴 정도로 활성화된 카페였다. 카페 내에서 스터디를 구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었고 처음엔 구경만 하다가 어떤 한분이 꽤나 유명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퍼블리셔로 일을 하고 있는데 본인이 직접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강의도 해주는 방식의 스터디를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했고 처음 코딩 스터디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터디원들을 강남에서 만났고 강남에는 스터디룸이 활성화가 되어있기에 총 4명이 함께 스터디룸에서 스터디를 했다. 당시 유명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퍼블리셔로 일을 하고 있던 스터디장은 현재 실력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길래 나는 국비지원으로 기초 공부를 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당시 학원에서 실습했던 html, css, js 자료들이 있었기에 보여주었는데..
"수지님, 일단 드림위버라는 프로그램으로 코딩을 하면 잡 코드가 생겨서 무거워져서 잘 안 써요. 그리고 이건 옛날 방식의 html이에요. 요즘은 <table>로 코딩을 안 하고 <div> 형식으로 코딩을 하는데 학원에서 너무 구식으로 알려주었네요.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셔야 할 것 같아요. css도 css3까지 나왔는데.. 뭐 일단 다시 공부한다 생각하고 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6개월 만에 html, css, 제이쿼리, 자바스크립트를 다 완벽하게 배우는 건 말이 안 되고.. 자바스크립트만 제대로 파도 기본 1년이 넘게 걸려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설명하자면 학원에서 알려준 건 모두 구식 코딩 방식으로 알려주었고 잘못 배운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새롭게 바뀐 언어들도 기존 언어에서 많이 다르지 않았기에 다시 익히는 데는 어렵지 않았고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스터디를 하면서 실제 실무에서 쓰는 코딩 방식과 구글링을 활용해서 공부하는 방법, 그리고 이미 멋지게 완성되어있는 브랜드 웹사이트를 보면서 html과 css 코드를 분석하는 방법, 그리고 그 사이트를 100% 똑같이 그대로 스스로 코딩해서 만드는 걸 숙제로 내주셨었다.
특히 브랜드 웹사이트를 똑같이 재현해내는 숙제를 할 때는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스터디 때 와서 물어보고 서로 코딩 방식을 공유하고 공부하고 반복을 했었다. 그렇게 스터디가 끝이 나니 브랜드 웹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를 똑같이 재현해서 완성을 할 수 있었고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학생일 때도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공부를 안 했는데 막상 스스로 해보고 싶은 것이 생기니 스터디까지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내가 신기했었다. 국비지원 학원을 다닐 때도, 스터디를 할 때도 저녁 6시에 성남에서 퇴근해서 강남까지 이동하고 7시부터 10시까지 공부를 하고 11시에 집에 도착해서 새벽 3시까지 추가로 공부를 했었다.
그렇게 나는 html, css를 익혔고 제이쿼리는 아주 살짝 다룰 줄 알게 되고, 자바스크립트는 이 정도 공부로는 건들 수 없는 언어라는 걸 깨닫고 공부의 필요성을 더 느꼈지만 나는 디자이너도, 퍼블리셔라는 직업도 아니었기에 더 병행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디자인 실력도 좋지 않았기에 일단 회사에서 맡은 다른 업무들을 끝맺음을 하는 게 우선이었다.
내가 퇴근을 하고 학원을 다닌다는 것을 당시 회사 직원들이 전부 알고 있었다. 한 개발자의 조언으로 당당하게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아닌 애가 코딩을 배운다고 학원도 다니고 스터디까지 하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고 갑자기 한우 쇼핑몰을 만들어 달라는 업무가 내려왔다.
나는 전략기획부에서 아주 뜬금없는 어린이 비타민을 아무렇게나 팔아달라는 업무를 받고 어떻게든 마케팅을 활용해서 전부 다 팔긴 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대표님이 한우 정육 매장 오픈을 위한 사업전략과 한우 쇼핑몰 운영 방안에 대한 업무도 우리 팀에게 지시를 했고 결국 한우 쇼핑몰을 제작하는 것도 우리 팀의 일이 되어버렸다. 회사 내에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그리고 내가 코딩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우리 팀에게 업무가 내려오게 된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막막했지만 혼자 블로그로 팔찌를 만들어 판매하던 시절과 AMD로 일을 할 때 쇼핑몰에 관심이 많아졌던 나는 카페 24 <무료 쇼핑몰 만들기>라는 솔루션을 활용해서 혼자서 연습 삼아 미완성 상태로 만들어보기도 했었기에 쇼핑몰 솔루션을 활용해서 만들어보자!라는 이야기로 연결이 되었다. 당시 혼자서 쇼핑몰을 이것저것 디자인을 바꾸면서 할 때는 코딩을 전혀 몰랐기에 연습으로 만들면서 막히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 코딩을 공부하고 나니 레이아웃을 직접 짜거나 변경하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걸 느끼게 되었지만 다만 카페 24 솔루션 말고도 가비아, 고도몰 등 다양한 쇼핑몰 솔루션이 있었는데 회사에서는 가비아로 만들길 권장을 해서 가비아로 만들기 시작했다.
쇼핑몰 솔루션을 활용하면 유지비가 들긴 하지만 백엔드 개발자가 만들 수 있는 관리자 페이지 등을 만들 필요가 없으며 프론트 부분만 꾸며서 쇼핑몰 솔루션(관리자 페이지)을 연결시키면 그럴싸한 쇼핑몰 페이지가 완성이 된다.
처음 코딩을 배우려고 할 때 나는 기획부터 디자인 그리고 코딩까지 직접 해서 웹사이트 하나를 온전하게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로 시작을 했는데 회사에서 기획부터 디자인, 코딩으로 직접 쇼핑몰 완성까지 온전하게 나에게 맡겨버려서 목표를 달성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일단 디자인도 실력이 좋지 않았기에 당시 div 코딩 방식으로 카드 형태의 레이아웃으로 짜는 것이 유행이었어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디자인을 구성을 하고 개발자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어찌어찌 쇼핑몰을 완성시켰다. 이때는 2015년이었다.
쇼핑몰을 만들 때 사진 소스도 필요하고 또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려면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상세페이지 기획과 디자인도 직접 했고, 심지어 상세페이지에 필요한 사진들까지 촬영 보조를 했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분을 데려왔고 홍천 한우 매장에서 직접 한우고기 DP를 하고 사진작가 분이 준비해온 소품을 함께 배치하며 직접 상세페이지에 쓸 사진 구성을 짜서 알려드리고 촬영본을 확인하며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을 진행했었다. 꽤나 힘든 일이었지만 다양한 일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만든 한우 쇼핑몰은 추석에 맞춰서 추석 선물세트와 함께 마케팅을 진행했고, 꽤나 좋은 매출을 올렸었다. 나는 이 회사에서 상담원 아르바이트로 시작하고 퇴사를 했었고 다시 재입사 후 마케터도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아니었고 단순히 전략기획부에서 다방면으로 일을 하며 많은 경험을 하며 또 학원과 스터디를 다니며 새벽까지 공부도 하고 나름 성장을 많이 했다는 것을 느꼈었다.
당시 회사에 계시던 디자이너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디자이너분의 연봉을 듣게 되었는데 나는 디자이너로 입사한 것도 아니었고 이 회사에서 상담원을 하다가 퇴사를 했었고, 전략기획부로 재입사 당시에도 퇴사 당시 연봉보다 살짝 올려준 정도였고 이후 회사에서 성장을 꽤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봉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알게 되어 연봉 재협상 당시 연봉을 조금이라도 올려달라는 제안을 했으나 회사에 돈이 나갈 일이 많아서 연말에 올려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좋은 직원들, 그리고 다양한 업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은 회사였으나 낮은 임금으로 일을 하기에는 생활적인 문제가 많을 것 같아 결국 회사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퇴사 당시에 대표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회사가 직원의 성장을 따라갈 수 없다면 그 직원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지님은 저희 회사에서 정말 많은 성장을 했지만 저희 회사가 수지님을 케어해줄 만큼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없어서 아쉽지만 더 좋은 회사로 가셔서 멋지게 날개를 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퇴사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퇴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웹디자이너로 새롭게 취업을 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했고 약 천만 원 정도의 연봉을 올려서 새로운 곳에 웹디자이너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