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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엘 DL Jan 25. 2023

빠름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시대에서

-확신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을 보면서, 어떤 일을 하면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의 변화는 얼마나 확신하느냐에 따라서 뚜렷한 행동을 만든다.


아직 모든 상황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어떤 일이 마무리가 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예측과 예상을 넘어 확신은 그것들을 섣불리 종결시키기도, 악화시키기도 한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 걸까


확신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했던 것이었을까


사실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막상 하더라도 이 생각의 끈을 끝까지 잡을 수 있겠는가 하면..

또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확신은 - 특히 요즘과 같은 빠른 정보의 시대에서는

마치 꼭 필요한 역량과 스킬인 것처럼 아주 뿌리 깊게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


가까운 후회되는 일들을 혹은 미련이 남은 것들을 돌아보면

그만큼 확신할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몇 차례 들 무렵, 어디선가 본 니체의 글귀가 떠 올랐다.




"확신은 거짓보다도 진실을 더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한 존재다 - 니체" 


그리고 몇 차례 더 확신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나서야

니체의 저 위대한 말이 얼마나 심오하고 중요한 명언인지 나중에 돼서야 알게 되었다.


[1] 엄마와 아이가 있다.
     아이는 빨간 사과 두 개가 있는 식탁에서 사과를 먹으려고 한다.

[2] 엄마는 아이에게, "엄마도 사과 먹고 싶어. 엄마도 좀 줄래?"라고 한다.

[3]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빨간 사과 한 개를 한 입 베어 물었고
     이어서 나머지 사과 1개도 베어 물었다.




이 이야기에서, 난 어떤 생각을 해야만 했을까?



적어도 나는 (자녀를 키우기 전이나 키우는 중에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난꾸러기군 (우리 애랑 똑같네)

사과를 좋아하나 (응, 그럴 수도 있지)

욕심이 많네 (이 세상 모든 게 다 네 것이지)



왜 두 개를 베어 물었을까? 와 같은 근원적 질문 따위는 사실 내게는 없었다.


그리고,

반면에 만약 아이가 아니라 친구, 연인, 동료였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는 생각해 봤다.


싸우자는 거군 

... (중요하지 않다. 위 상황이 너무 강하다..)


단순히 대상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나의 확신은 상황을 최악으로 상정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이런 확신에서 잘 못 시작되는 것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상처받고 (상처 주고), 미움받고 (미워하고), 서운해하며, 실망하며 여러 감정 속에서 수많은

오해를 만들고 진실을 왜곡하게 만들고는 했다.



이야기를 이어서 다시 본론으로 이어가 보면,

[6] 아이는 이런 말을 한다.

[7] 아이는 한입 씩 베어 물어본 뒤에 말했다.
     "엄마 이 사과가 더 맛있어. 이거 먹어"  




충격이었다.



전혀 내가 생각한 범주에 없었던 것이었다. - 아이의 순수성이 내게 없어서 그랬던 것일까?

순수성이 없더라도

 -아니 순수성이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 내가 이상하더라도

확신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것이다.라는 즉, 확신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임을 나타낸다.



만약, [6] 번과 [7] 번까지 엄마가 기다려 주지 않았다면?

어떤 확신에 가득 차서 '아이를 훈육하거나, (장난이더라도) 서운해한다거나' 한다면

아이 행동의 진실은 왜곡되지 않았겠는가


친구, 연인, 직장동료라고 가정했을 때 마찬가지로, 만약 [6] 번과 [7] 번까지 내가 기다려 주지 않았다면

 -혹은 왜 그런지 묻지 않는다면

그래서 어떤 확신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면, 그 행동의 진실은 어찌 되겠는가





빠름을 당연히 요구하는 세상



그래서 예측과 예상에 따라서 얼마나 더 빠른 확신을 가지고 조금 더 민첩하게 행동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대



이런 각박하면서도 위험한 시대에서

우리는 그래서 조금은 더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빠름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시대이지만, 역설적이게 무엇보다 진정성을 중시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어렵지만, 잊지 않고

우리 마음속 여유를 만들어보자. 그런 공간을 만들어가 보자.

 - 확신의 반대말은 불확신이 아닌, 진실일 수 있다.





사진: UnsplashRyan Kl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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