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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너마저 Aug 28. 2018

Plastic & Design

썩지 않는 디자인을 하고 싶은 디자이너가 생각해본 플라스틱


#Plasticos


플라스틱은 그리스어인 Plasticos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 뜻은 '형태를 만들다'인데요.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 어떤 형태든 만들기 쉬운 플라스틱, 단어의 뿌리가 참 잘 어울리는 단어네요.


어원은 하나지만, 플라스틱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단어입니다. 상황과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갖죠.

 

그 첫 번째 예로, 성형수술의 영어 표현인 Plastic Surgery를 들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같은 보형물을 넣어서, 혹은 플라스틱처럼 인공적임과 성형이 주는 느낌이 비슷하여 일반적으로 좋은 느낌으로 와 닿지는 않죠. 사실 성형은 미용적 측면 이전에 기능적으로 정상에 가깝도록 수술로써 교정 및 '형태를 만드는' 외과 수술이기 때문에 Plastic Surgery라고 한다고 합니다. 미용보다는 기능적 수술인 것이죠.


플라스틱 러브 = 썩지않는 사랑... 감수성 오짐

https://youtu.be/3bNITQR4Uso

두 번째로는 '썩지 않음'의 의미입니다. 일본 시티 팝을 즐겨 듣는 분이라면 잘 알고 계실 Mariya Takeuchi의 Plastic Love라는 1980년대 노래가 있습니다. 위 링크에서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일회용품의 소재가 플라스틱이고 한 두 번 쓰다 버리게 되기 때문에 이 노래 역시 젊은 남녀의 Instant Love를 노래 하나 생각하겠지만, 그 반대입니다! 플라스틱의 '썩지 않음'에 그 의미를 두고 해석한 곡입니다. 과거의 사랑이 내 마음속에 사라지지 않고 썩지 않고 머물고 있음을 노래로 표현한 곡입니다. 80년대 감성 오져 따리...


리틀포레스트 느낌이네여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비닐하우스'라고 생각합니다. 자연 생태계를 위협하는 소재로 만들어진 이 플라스틱 온실은 태양열을 온실 안에 가두어 일 년 내내 식물이 자랄 수 있게 하고, 또 들짐승과 궂은 날씨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겨울에 먹는 딸기, 제가 좋아하는 수국 등 그 범위가 어마어마하죠. 친환경의 대척점이라 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든 공간에서 친환경 농작물, 유기농 과일과 채소들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게 플라스틱인데요, 요즘처럼 플라스틱이 미움을 받았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소리 없는 살인마'라는 표현까지 등장하여 물리적 재료로써 플라스틱의 '썩지 않는'부정적인 면이 강조되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박멸의 대상처럼 여겨져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행동으로 이어지고(나라의 규제 때문 일지도... 역시 '조져야' 효과가 있나 봅니다) 환기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활용 분리수거와 플라스틱


380,000,000,000

미국 환경보호국의 자료에 따르면 뉴욕시에서는 매년 3800억 개의 비닐백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너무나 큰 수치라서 쉽게 가늠이 되질 않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건 확실하네요.


플라스틱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 사용량도 이처럼 어마어마한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용한 플라스틱을 어떻게 재활용할까 역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해외에 거주해 본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재활용 분리수거 수준이 꽤나 높다는 걸 알 수 있을 텐데요. 일본이나 독일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수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아래 이미지처럼 재활용 분리수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촘촘하게 지정하고 이를 다양한 언어(영어, 중국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필리핀어)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몰라서 못했다는 말은 못 하겠죠?


일본 나가노의 재활용 분리수거 가이드라인. Devil is in the details.



독일에서는 애초에 유리병, 플라스틱병 용기의 음료를 판매할 때 재활용 분리수거 비용을 포함하여 판매하고 이를 분리수거했을 때 해당 금액만큼 페이백해주는 Pfand 제도가 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리병, 캔, 플라스틱 병 등에 아래 그림처럼 해당 가격과 함께 Pfand 로고가 찍혀있는데요, 구매할 때 해당 가격만큼 붙여서 판매하고 구매자가 이를 다시 마트에 위치한 Pfand기계에 넣으면 해당 금액만큼 현금을 돌려주거나, 마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쿠폰 형태로 영수증을 줍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이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홈리스들은 공병을 주워 Pfand를 하여 돈을 벌기도 합니다.

이 병을 마트에 재활용기기에 넣으면 0.25유로, 300원을 돌려줍니다!


우리나라도 지금의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면 각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재활용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잘 모르고 있는 정책과 제도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촘촘히 뻗어나가서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까지 닿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움은 상대적인 것


플라스틱을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만 낙인찍기엔 플라스틱이 억울해할 면이 많습니다. 플라스틱은 인간에게 많은 부분 '편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형태를 만들기 쉬운 플라스틱의 특성상 모든 제품 디자인에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에게는 너무나 필요하고 또 익숙합니다. 플라스틱이 적재적소에 잘 사용된 예는 많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제품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플라스틱 하면 저는 가장 먼저 MUJI가 떠오릅니다. MUJI의 플라스틱은 어딘가 자연스럽다고 할까요... '사람에게 가까운 것일수록 몸에 녹아들 수 있게 둥글게 디자인했다'는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사용하는 소재에서도 절제와 단순함이 묻어있고 '자연, 당연, 무인'이라는 슬로건과 '자연 그대로를 계승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상품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져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MUJI의 곱디고운 문구 세트


자연스럽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서울에서만 30년을 살았기 때문에 지금 서울의 모습이 제 눈에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동안 변화한 과정 역시 크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방인의 눈을 통해 보았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아래 사진은 서울 시내 실외 골프장의 모습입니다. 우리에게는 평범한 모습일지 몰라도, 외국인의 눈에는 이게 대체 시내 한복판에 뭔지... 의문이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그물망이 구조물을 덮고 있고 바닥에는 플라스틱 인조 잔디가 깔려있습니다. 자연스럽기 위해 녹색으로 위장했지만 그 맥락 자체가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골프라 하면 풀밭과 나무와 숲, 호수가 그려지는 자연환경이 먼저 떠오르지만, 서울 시내 한 복판에 건물들 사이로 '폴리에스테르'재질의 골프 연습장이라니!


플레이스/서울. 저자: 피터 W. 페레토


이처럼, 자연스러움은 아래의 뜻풀이처럼 꾸밈이 없어야 하지만, 골프장의 사례는 억지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에 저에게도 외국인의 눈에도 자연스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워낙에 플라스틱의 사용범위가 넓고 그 형태와 소재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장소에, 어떤 물건에, 어떤 상황에 플라스틱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그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다


어떻게 보면 가장 '자연'스럽지 않은 소재인 플라스틱이 우리에게 얼마든지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는 MUJI 외에도 많습니다. 물론 자연스러움의 척도는 상대적이겠지만, 위의 뜻풀이처럼 꾸밈이나 억지가 없어야 하는데요. 그래야 곁에 두고 오래 보고 싶어 질 것 같습니다. 제겐 발뮤다의 제품이 그러합니다.

발뮤다의 공기청정기(위)와  스마트히터(아래)


외형적인 디자인 못지않게 사용된 소재가 슬쩍 보기에도, 만졌을 때도 참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작은 이음새나 표면 마감이 굉장히 섬세하고 원래 이렇게 태어난 것 마냥 '자연'스럽습니다. 생활가전을 만드는 기업이다 보니 소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을 곳곳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주전자를 예로 들면 스테인리스 부분과 플라스틱 뚜껑이 육안으로는 다른 소재임이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마감이 되어있습니다. 단순히 생활가전, 유용한 도구를 넘어 생활 속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하여 일상의 질을 높이는 매개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이키 머큐리얼 슈퍼플라이 360 엘리트 FG


갑피: 합성플라스틱, 폴리에스테르 100%

밑창: 플라스틱 100%


네, 오랜만에 축구 그리고 나이키입니다. 위의 제품은 짧은 잔디구장에 최적화된 나이키 축구화입니다. 축구화가 뭐 이리 멋있을까요. 발을 타이트하게 감싸주고 더 빨리 뛸 고 공을 더 강하게 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축구화의 소재 역시 플라스틱입니다. 땅을 딛는 밑창 역시 플라스틱이고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이미지가 다했습니다. 혁신의 나이키 ㅠㅇㅠ


축구화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가 늘 입고 다니는 옷 역시 폴리에스테르 곧 플라스틱 소재의 섬유입니다. 기능성 옷은 대부분 그러하고요 일반적인 면티 역시 폴리가 섞인 면이죠. 그만큼 우리 생활에 밀착해있는 플라스틱. 분명 환경을 오염시키고 썩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이 그 어떤 소재보다 중요하겠습니다만, 지금처럼 미움만 받기에는 우리가 빚지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엔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플라스틱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에겐 꼭 필요한 존재인 플라스틱, 소중히 다루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재활용과 분리수거는 꼭!


그래야 이 편리함을 더 오래 누릴 수 있을테니까요.




이미지 출처

www.balmuda.co.kr

www.sidiz.com

www.muji.com/au/compactlife/abs.html

www.nike.com/kr/ko_kr/t/men/fw/football/soccer/AH7365-107/oial17/superfly-6-elite-f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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