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천천히 때론 당당하게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게 중요한 듯

by 이엔에프제이


나는 세 여자의 연습하는 손 끝에 얼핏 보인 미세한 떨림이 긴장감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눈빛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처럼 날을 세우고 있는 듯했다. 길거리 공연 시간이 임박해지자 해넘이를 따라 걷던 사람들의 발걸음 속도가 빨라졌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이었기에 관중의 한 사람으로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연주자들의 불안정한 시선 처리는 강 건넛마을까지 건너 가 두리번거리곤 했다. 내 마음도 덩달아 긴장되었던지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잘해야 하는데, 아니 실수하지 않기를 가슴 앞에 모은 두 손이 진심을 담아 응원했다. 이윽고 첫 음을 울리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숨죽이며 지켜보는 관중들 사이에서 일제히 와,라는 조용한 함성이 들려왔다. 빨간 구두를 신은 세 여자의 색소폰 연주는 프로급이었다. 분명 아마추어 같은데도 말이다.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눈빛 속에서 놀라운 안정감을 보았다. 산다는 건 이처럼 관계 안에서의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닌지, 나의 불량한 뇌리를 스쳤다. 산책이 끝난 후 다시 삶의 공간으로 돌아온 자아, 때론 천천히 때론 당당하게 아직 가보지 못한 그 길에 들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