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분홍꽃잎 사랑
To. 아벨리아
안녕, 아벨리아
나의 정원에서 더 풍성해진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더구나.
너를 보는 사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다가가 앙증맞은 꽃잎 앞에 멈춰 서곤 해.
그러더니 무슨 할 얘기라도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쉽게 떠나질 못하더라고.
나는 그들의 표정만 보아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느껴.
언제부턴가 정원에서의 일과가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어.
그런데 말이야.
나 얼마 전에 가까운 지인 때문에 굉장히 화가 났었어.
대화 중에 시선은 딴 곳에 두면서 내 목소리 톤이 살짝 올라갔나 봐.
별거 아닌데도 나한테 버럭 화를 내는 거야.
내가 당황해서 더 화를 내고 말았어.
그렇게 쏘아붙이고 나면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머쓱해지더라.
왠지 속 좁은 사람처럼 툴툴거린 느낌이랄까.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홍당무가 되어 그날은 아무것도 쓰지 못했어.
나는 불편한 감정이 조금이라도 내 안에 머물러 있을 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올 스톱이 되는 거 같아.
빨리 털어내야 내가 산다는 것도 잘 알기에 용기를 내 지인한테 말을 걸었지.
어색한 화해를 하면서 마음으로 다짐했어.
이런 불편한 감정 따윈 두 번 다시 경험하지 않겠다고.
화가 삶을 지배하면 정상 세포까지 야금야금 갉아먹은 거 같더라고.
알게 모르게 아픔이 찾아오면 급속도로 우울해지거든.
나는 아픔에 대한 대처 능력이 좀 더딘 편이라 최대한 아픔을 만들지 말아야 해.
정오의 햇살이 너에게 집중할 때 반짝반짝 빛나던 꽃잎 하나 마음에 쏙 들어와 나에게 평안을 주었어.
더는 화내지 않고 아벨리아 너의 꽃말처럼 사는 날 동안 평온을 유지하며 살래.
언제쯤 철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거 같아.
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럼에도 감사하며 살아볼래.
아벨리아의 평온만으로도 행복한 오늘.
From. 이엔에프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