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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엔에프제이 Dec 10. 2024

안타까운(PITIFUL)

뜻대로 되지 않거나 보기에 딱하여 가슴 아프고 답답한 상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몸이 말한다. 좀 쉬고 싶다고. 아등바등한다고 해서 더 나아진 거는 없더라. 작은 창문으로 얼핏 보인 노란색 인테리어가 시선을 끈다. 아마도 삶의 중간 어디쯤이지 싶다. 조용히 마주 앉은 나와 주변인들. 어쩌면 모두의 생각 속에 같은 생각인 듯 아닌 듯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눈빛이 슬프다. 쓰디쓴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무탈하게 살아온 날에 대한 감사는 덤이라 생각한다. 어쩌다 두 번째 커피 잔에 담긴 블랙커피가 목구멍으로 천천히 넘어갈 때 잡다한 생각까지도 삼켜지길 바라는 마음은 욕심일까. 돌이켜보면 세상만사 내 맘대도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라도 있었던가. 그러려니 하며 살다 보니 지금 여기에 와 있다. 한편으론 보이는 아픔과 살갗을 파고든 통제할 수 없는 내면의 통증과 쓸쓸함의 전율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별것 아니지만 한 방울의 잔향 속에서도 행복할 때가 있다.


어느새 주변인들의 커피 잔에는 무거운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화창한 어느 봄날에 천국 여행을 말없이 홀로 떠난 자녀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그녀의 가슴엔 아직도 마르지 않는 눈물이 흐른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영원할 것 같은 삶은 없는 것 같다. 누구라도 언젠가는 죽음이란 걸 마주할 테니까. 그 시점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평온한 일상에 느닷없이 불청객으로 훅 들어오기도 하고 혹은 어떤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강하게 부정하고 외면한들 도망가지 않는 암과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도 않는다. 조금씩 지쳐가는 그들의 일상이 참으로 안타까운데 어떤 위로의 말도 도움이 되지 않은 거 같아 미안함만 가득하다. 어떻게 수용했을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 무시무시한 통증을 견디고 있는 시간들 말이다.


주변인들이 힘겹게 떠난 그 길이 익숙하지 않기에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사는 날 동안 심각한 통증으로 얼룩지지 않고 남아 있는 삶이 무섭거나 두렵지 않기를 바라는 순간 나도 모르게 겸손해진다. 그냥 좀 더 단순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만 떠오른다. 그러면서 머리로는 비우고 내려놔야 편하다는 거 알면서도 현실에선 꽉 막힌 도로에 서 있는 거나 다름이 없는 나를 본다. 더는 의미 없는 계획 따위로 게으른 나와 타협하려는 안타까운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뭐든 조금 부족해도 마음이 편한 쪽을 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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