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은 피었는가
어쩌자고
저며 오는 가슴을 끌어안고
간신히 버텨 온 무심한 시간
비틀거리듯 흔들리는 애증이
입술을 삼키던 변명 따위가
사무치게 그리운 밤이련가
이층에서 바라본 풍경 속
마지막 꽃잎 떨어질라
꿈적도 하지 않던 기다림은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어 와
주홍 불빛 타고 오르락내리락
바람 따라가던 복사꽃은
어쩌자고 예고도 없이 피었는가
보일 듯 말 듯 보이지 않는
만질 수도 없는 얄궂은 꽃잎 하나
간지러운 호흡에 정신이 번쩍 든 밤
<백만잔의 커피> 출간작가
상담사로 사람의 마음을 듣고, 마음을 쓰는 작가입니다